5월 4일 민주당 정치개혁모임 창립모임에 참석한 김두관(가운데) 경남지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야권에서 김두관 대망론이 회자되는 최근 상황을 이렇게 촌평했다.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야권 대선주자로는 유시민, 손학규, 문재인 순으로 떠올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으로 일컬었던 유시민 전 국민참여당 대표는 2009년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추모 열기에 힘입어 국민참여당을 창당했고, 2010년 지방선거에 야권 단일후보로 경기지사에 도전했다. 또한 2009년 하반기부터 2011년 초까지 1년 이상 유력 야권 대선주자로 인기를 구가했다. 그러다 2011년 4·27 재보궐선거(이하 재보선)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경남 김해을 야권 단일화를 고집한 것이 화근이었다. 이봉수 국민참여당 후보를 야권 단일후보로 내세웠지만 김태호 당시 한나라당 후보에게 패하면서 ‘유시민 시대’는 막을 내렸다.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급부상
역설적이게 4·27 재보선은 경기 분당을 보궐선거에서 당선한 손학규 전 대표가 유시민 전 대표에 이어 야권의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는 계기가 됐다. 4·27 재보선 이후 손 전 대표는 대선 여론조사에서 10%대 지지율을 석 달간 유지했다. 그러나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안철수 현상’이 거세지면서 ‘손학규 시대’도 종언을 고했다. 안철수 현상이 정점을 찍은 뒤 올해 초 나타난 현상이 ‘문재인 대망론’이다. 두 자릿수 지지율로 올라선 뒤 ‘낙동강벨트 탈환’을 공언했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가 ‘문재인 대망론’도 빛이 바랬다.
4월 총선 이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 과정에서 김두관 경남지사가 새롭게 야권 대선후보로 부상했다. 김 지사는 최근 서울 여의도 자치분권연구소를 확대 개편하면서 사실상 대선 행보를 이어왔다.
한 선거 전문가는 “문재인 민주당 상임고문 주도로 시작한 낙동강벨트 탈환이 실패로 끝나고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문재인-이해찬-박지원 역할분담론이 불거지면서 문재인 의원은 친노(친노무현) 프레임에 갇혔다. 그 대신 문 의원과 같은 부산·경남에 근거를 두고 친노는 물론 범친노까지 아우를 수 있는 김두관 지사가 대선주자로 부상할 기회를 얻었다”고 풀이했다.
민주당 지도부 경선은 김 지사가 대선주자로 부상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하는 기회가 됐다. 김 지사가 도움을 준 김한길 후보가 경남지역 경선에서 1위를 기록했고, 다른 지역에서도 연전연승을 거듭하며 종합 1위(5월 31일 현재)에 올라서자 대선 예비주자로서 김 지사의 몸값도 크게 뛰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에서 올 1월 0.2%에 그치던 김 지사 지지율은 5월 조사에서 1.7%로 상승했다.
김 지사의 도움을 받은 김한길 후보는 큰 이변이 없는 한 전국에서 고른 득표로 당대표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지도부 경선은 올 하반기에 예정된 대선후보 경선의 ‘미리보기’와 다를 바 없다. 이 때문에 김 후보가 당대표에 오르면 이해찬 후보와 연대한 문 의원보다 김 후보를 지원한 김 지사가 대선 경선 국면에서 유리해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지사 측근들은 △경남지사 당선으로 검증된 경쟁력 △집권에 대한 강한 의지 △집권 이후 국가 비전 △이장에서 장관, 도지사 자리까지 오른 스토리가 있는 후보 △가족의 서민적 모습을 김 지사의 강점으로 꼽는다.
그렇지만 김 지사는 당장 두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 중인 문 의원을 뛰어넘어야 유력 야권 대선주자로 부상할 수 있다. 윤희웅 KSOI 조사분석실장은 ‘단면적 여론조사의 한계’를 전제로 “지금의 여론 분포는 김두관 지사가 지지율 10%를 기록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100%를 기준으로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40% 가까운 지지율을 기록하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20% 수준, 무당층이 20% 정도를 선점한 상황에서 문 의원이 10%대 지지율을 보이기 때문이다. 김 지사가 남은 지지율을 다 끌어모아도 10%를 넘기기 쉽지 않은 게 현재의 대선 여론조사 지지율 분포인 셈이다. 결국 김 지사는 문 의원 또는 안 원장 지지율을 가져오거나, 무당층에서 지지율을 끌어올리지 않으면 지지율 폭발을 기대하기 어렵다.
지지율 10% 넘기기가 관건
더욱이 김 지사가 본격 대선 행보에 나설 6월 중순 이후부터 안 원장 역시 대선 행보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그에게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안 원장과 김 지사가 동시에 대선 행보에 나서면 아무래도 지지율이 높은 후보에게 국민의 눈과 귀가 더 많이 쏠릴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김 지사는 ‘경남지사’라는 직책에 발목이 잡힐 소지가 크다. 대선 출마를 위해 경남지사를 버리면 “도민과의 약속을 어겼다”는 비판을 받게 되고, 지사직 사퇴로 보궐선거를 치를 때 드는 막대한 선거비용에 대한 책임론에 휩싸일 우려도 있다. 그렇다고 지사직을 유지한 채 대선 행보에 나서는 것도 여의치 않다. ‘진정성’을 의심받기 때문이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디오피니언의 백왕순 부소장은 “(총선 이전에) 서울 등 수도권 야권 지지층 사이에서 문재인 고문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정치적 근거지라 할 수 있는 부산에서는 ‘문재인 바람’이 크게 불지 않았다. 그 결과가 총선 결과에 반영됐고, 대선 지지율 상승이 주춤한 이유가 됐다”며 “김 지사도 대선 행보를 위해 지사직을 사퇴했다가 지역에서 여론 역풍을 맞아 민심이 나빠지면 제2의 문재인이 될 위험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민심을 등에 업지 못한 채 정치공학적 접근으로 대선후보 경선에 나설 경우 ‘게’(대선후보)도 잃고 ‘구럭’(경남지사)도 잃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윤희웅 실장도 “대선까지 6개월, 당내 경선까지 4개월도 남지 않았는데, 여전히 많은 국민은 김두관 지사를 대선주자로 인식하지 않는다”면서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이 김 지사가 처한 현실적 한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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