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한 지음/ 교보문고/ 288쪽/ 1만4000원
‘전쟁과 인간’에 대해 오랫동안 천착해온 저자는 지난 3년간 DBR(동아비즈니스리뷰)에 연재하고 삼성경제연구소 CEO 포럼(SERI CEO)에서 강연한 내용 25편을 추려 정리한 뒤 내용을 보완해 책으로 펴냈다.
예나 지금이나 전쟁은 수많은 영웅을 탄생시킨다. 전쟁 영웅은 전투 상황에 맞는 뛰어난 전략과 전술을 고안하고 실행했다. 독일 ‘사막의 여우’ 롬멜은 전차를 이용한 작전에만 능한 군인이 아니었다. 그는 중위 시절이던 1917년 10월, 1개 연대도 되지 않는 독일군을 이끌고 이탈리아 북부 톨마인 지방 산악지대인 크라곤자 산(봉우리 3개)을 공격했다. 고지에는 중무장한 이탈리아군 5개 연대가 진지에서 잔뜩 웅크린 채 독일군을 기다렸다.
정면 돌파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롬멜은 정상부와 600m 지점에 자리한 이탈리아군 진지 사이로 부하들을 밀어넣는 기발한 전술을 구사했다. 독일군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자 정상을 빼앗겼다고 착각한 이탈리아군 3개 중대는 힘없이 항복했고, 이어 1개 연대도 손을 들었다. 결국 독일군은 28시간 만에 크라곤자 산을 점령했다. 적의 진지 사이에 끼어들어 등 뒤로 총격을 받으며 아래로 공격하는 작전은 상대의 허를 찌르기에 충분했다.
‘준비는 철저하게 전투는 맹렬하게!’ 옳은 말 같지만 사실은 그 반대가 돼야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 즉 계획은 명료하되 전투 현장에서는 융통성을 최대한 발휘해야 하는 것이다. 태평양전쟁에서 일본군은 종종 미군을 향해 일본도를 휘두르며 덤벼들었다. 사무라이 정신의 ‘만세돌격’ 작전은 청일전쟁, 러일전쟁, 중일전쟁에서 뛰어난 전과를 올렸지만 태평양 과달카날 섬에서는 달랐다. 미군은 처음엔 일본군 돌격에 당황했지만 곧바로 ‘돌격이 처음이자 끝이고 전부’인 특성을 파악했다. 사무라이 돌격정신은 미군의 눈앞 딱 거기까지였고, 일본군은 속절없이 쓰러졌다.
6·25전쟁 당시 미 2사단 23연대와 프랑스 대대의 지평리전투는 아직도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린다. 1951년 2월 적의 예봉을 꺾으려고 타격대로 지평리에 들어간 23연대는 잠복한 중공군 5개 사단과 맞닥뜨린다. 마치 독 안에 든 쥐 같았다. 폴 프리먼 연대장은 고지를 버리고 평야와 얕은 구릉을 따라 방어진지를 구축했다. 약 1.6km의 방어선에서 고지는 약 240m였다. 예비대가 하나도 없던 23연대와 프랑스 대대는 산을 내려온 중공군의 파상공세를 탁 트인 개활지에서 사흘간 거뜬히 막아냈다.
저자는 전쟁과 역사를 바꾼 리더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리더의 나이에도 주목한다. 수많은 실전을 경험하면서 전략과 전술을 몸으로 익힌 뒤 마침내 결정적 순간에 꽃을 피운 그들은 대부분 40대였다. 우리 시대 중년이 흔들리고 있지만 알고 보면 명장의 조건을 이미 갖춘 셈이다. 전쟁에서 목숨을 잃으면 다시 전쟁을 해볼 수 없지만, 인생에서는 한번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 도전해볼 수 있다. 저자는 대한민국 3040세대에게 이렇게 말한다.
“지금 당신이 30대라면 20대의 도전정신을 이어가야 함을, 40대라면 도전에서 승리할 이론과 경험을 모두 가졌음을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