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강을 마냥 좋아할 수는 없다. ‘이건 아니다’ 싶을 만큼 휴강을 남발하는 교수님을 보면 ‘또 날로 먹네’ 하는 생각이 든다.”
동국대 3학년 W씨(22)는 최근 강의 시작 20분 전 문자메시지 한 통을 받았다. 내용은 ‘오늘 휴강입니다’였다. 과거엔 ‘깜짝 이벤트’처럼 보이던 휴강이 어느새 ‘꼼수’로 비쳤다. W씨는 “제자가 자기 강의를 들으러 오는데도 어찌 그리 쉽게 휴강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인하대 4학년 J씨(24)도 마찬가지다. J씨는 “보강마저 휴강된 적이 있다. 안 그래도 저녁 시간에 잡힌 보강이었는데, 교수님이 뒤늦게 일방적으로 취소해 화가 단단히 났다”고 했다. 그는 “학생들이 무조건 휴강에 반발한다기보다 휴강 사유가 명쾌하지 않을 때 납득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화여대 K 교수는 지난해 가을 휴강을 공지했다 학생들의 반발로 급히 보강 일정을 잡은 경험이 있다. 그는 “예전에는 학생들이 집단으로 시험 전 휴강을 요구하곤 했고, 그런 점을 감안해 먼저 휴강한다고 했더니 한 학생이 항의성 이메일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이메일은 ‘본인은 이 강의에 애착을 가지고 열심히 듣는데 교수님이 휴강을 해 너무 싫다’는 내용이었다고.
교수들은 휴강을 하는 이유가 자신의 ‘부담’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학경쟁력 평가에서 ‘연구’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면서 연구 및 논문 성과가 중요해지고, 이에 따라 일부 교수의 경우 상대적으로 강의를 소홀히 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 또 대학 인지도를 높이려는 차원에서 대학이 세미나 참석 등 대외활동을 권하기도 한다고. 하지만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학생들은 휴강의 문제성을 체감하고 자신의 학습권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게 됐다.
학교에서 소비자는 학생
성균관대 J 교수는 “‘학교에서 소비자는 학생’이라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해진 것 같다”며 “비싼 등록금을 내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강의 수준을 요구하는 걸 당연시한다”고 말했다.
요즘 대학생은 강의 질에 대해서도 냉정히 평가한다. 대부분 대학에서는 학기 중이나 말에 ‘강의 만족도 평가’를 필수적으로 시행한다. 연세대 교수학습개발센터 관계자는 “학생들은 강의에 대해 자신이 만족한 부분과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적극 평가지에 적어낸다”고 전했다.
학생들이 강의 질을 따지게 된 데는 천정부지로 치솟은 등록금도 한몫한다. 상명대 학생 S씨(24)는 “등록금 액수만큼 제대로 된 강의를 듣고 있는지, 등록금을 강의 일수로 나눠 시간당 가치가 얼마인지 계산해보기도 한다”고 했다. 당연히 그만큼 효용 가치가 있는 강의를 찾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교양 강의 중 저작권법에 관한 강의가 어렵기로 정평이 났는데도 배울 게 많아 찾아서 듣는다”고 덧붙였다.
연세대 학생 P씨(24)도 “요즘은 어떤 과목이 학점을 받는 데 유리한지보다 어렵더라도 남는 게 많은 ‘명강’을 찾는다”면서 “교수님이 파워포인트 자료나 프린트물을 그대로 읽는 강의는 학생들로부터 고등학교 수업과 별 차이가 없다는 불만을 산다”고 전했다.
심지어 ‘쉬운 시험’에 대한 불만까지 터져 나온다. 한서대 학생 H씨(25)는 “교수님이 집필한 책을 달달 외워 빈칸 채우기 문제를 푸는 전공과목 시험이 있는데 ‘이런 게 대학 강의는 아닌데’라는 불만이 생기더라”고 말했다. 목포대 학생 K씨(22)도 “어떤 교수님은 오픈북 시험에, 문제도 책 내용에서 거의 그대로 냈다가 되레 학생들의 불만을 샀다”며 “채점을 쉽게 하기 위해선지는 모르겠지만, 그럼 학생들이 공부하는 게 별 의미가 없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사정이 이러니 일부 학생은 오히려 강사들의 강의를 선호하기도 한다. 연구와 공식행사 등으로 바쁜 정교수의 강의가 상대적으로 부실하다는 생각에서다. 동국대 W씨의 귀띔이다.
“외부 행사로 바빠 휴강이 많고, 정해진 시간의 절반도 못 채운 채 강의를 끝내는 교수님이 있다. 동일한 과목을 다른 강사가 열심히 준비하고 강의한다는 소문이 나자, 학생들은 ‘정교수면 뭐 해. 강의가 별론데’라며 그 강사의 강의로 몰렸다.”
당시 강사 강의를 신청한 인원은 120여 명으로 최대 수강 인원인 90명을 초과해 대기자까지 몰린 상황. 반면 정교수의 동일한 과목은 수강신청 인원 부족으로 폐강 위기에 놓였다고 한다.
학생들은 개강 첫 주 ‘오리엔테이션’이라며 강의를 제대로 하지 않는 교수에 대해서도 비판한다. 통상 개강 첫 주는 ‘수강신청 변경기간’이어서 학생들이 한 학기 동안 듣게 될 강의를 일단 한 번 들어보고 과목을 변경할 수 있다. 상명대 S씨는 “오리엔테이션 수업은 강의계획서를 배부하는 선에서 끝나는 게 관례였다. 그런데 점차 학생들이 개강 첫 주도 등록금을 낸 수업 일수에 포함되는데 왜 강의를 제대로 하지 않느냐는 불만을 갖게 됐고, 대학 학보사에 ‘오리엔테이션식 수업’을 비판한 학생의 기고문까지 올라왔다. 이후로 개강 첫 주부터 본격적으로 강의하는 교수님이 늘었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제출한 시험답안지나 과제물에 대해 교수들이 피드백을 제대로 해주지 않는다는 불만도 적지 않다. 인하대 학생 P씨(26)의 토로.
“전공과목인데 시험문제가 주관식이어서 객관적인 채점 기준을 알고 싶었다. 예상보다 점수가 너무 낮게 나와 교수님께 구체적인 성적 확인을 요구했지만 교수님은 ‘개인적으로 찾아와 시험답안지를 확인했을 때 별다른 이상이 없으면 감점한다’고 했다. 그러면 어느 학생이 감히 찾아갈 수 있겠나. 오지 말라는 말 아닌가.”
이와 관련해 숙명여대에는 ‘피드백 스티커’까지 등장했다. 학생들이 교수에게 제출하는 리포트 위에 ‘교수님 피드백 받고 싶습니다’라고 인쇄된 스티커를 붙이는 것이다. 이는 리포트와 시험 결과가 일방적 평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학생들의 불만에 총학생회가 지난해부터 시행한 제도다.
시험답안지 ‘피드백 스티커’도 등장
그러나 여전히 학생들은 시험성적을 받고도 어느 부분에서 어떻게 점수가 깎였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성균관대 J 교수는 “사실 피드백을 잘 하지 않는다. 소규모 강의에서는 가능하겠지만, 강의 대부분이 수강 인원 50명이 넘고, 교양과목의 경우에는 수강 인원이 100명이 넘는데 어떻게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피드백을 해줄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강의를 들은 200명 중 70% 이상이 시험 결과에 대한 재확인을 요청하고 채점한 답안지를 직접 확인하고 싶다고 하는데, 이에 교수 한 명이 대응하기란 시간적으로나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J 교수는 피드백이 불가능한 이유가 일부 학생에게도 있다고 했다. “학생들로부터 받는 요구는 무엇을 틀렸는지 알고 개선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학점과 관련한 것”이라며 “채점한 답안지를 직접 확인하겠다고 찾아온 학생의 경우, 대부분 A학점을 A+로 올려달라는 식으로 요구한다”고 말했다. 성적과 등위를 올리려고 찾아오는 학생을 반기지 않는다는 뜻이지, 모르는 바를 알고 싶어 찾아오는 학생을 어느 교수가 막겠느냐는 것이다.
최근 강의 만족도 평가에서 4.97점(5점 만점)이라는 최고점을 받아 화제가 된 성만영 고려대 전기전자전파공학부 교수는 “개인적으로 휴강을 피하려 회의나 행사가 없는 첫 교시(오전 9시) 강의를 고집한다”면서 일부 교수가 연구를 핑계로 강의에 소홀하거나 휴강하는 것에 대해 비판했다. 연구를 면죄부로 삼아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휴강은 결국 학생들에게 떨어지는 부담”이라며 한마디 덧붙였다.
“교수는 요령을 피우지 말고 학생에게 예의를 지켜야 한다. 인기를 얻으려면 대학보다 학원에 가서 강의하는 편이 낫다.”
동국대 3학년 W씨(22)는 최근 강의 시작 20분 전 문자메시지 한 통을 받았다. 내용은 ‘오늘 휴강입니다’였다. 과거엔 ‘깜짝 이벤트’처럼 보이던 휴강이 어느새 ‘꼼수’로 비쳤다. W씨는 “제자가 자기 강의를 들으러 오는데도 어찌 그리 쉽게 휴강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인하대 4학년 J씨(24)도 마찬가지다. J씨는 “보강마저 휴강된 적이 있다. 안 그래도 저녁 시간에 잡힌 보강이었는데, 교수님이 뒤늦게 일방적으로 취소해 화가 단단히 났다”고 했다. 그는 “학생들이 무조건 휴강에 반발한다기보다 휴강 사유가 명쾌하지 않을 때 납득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화여대 K 교수는 지난해 가을 휴강을 공지했다 학생들의 반발로 급히 보강 일정을 잡은 경험이 있다. 그는 “예전에는 학생들이 집단으로 시험 전 휴강을 요구하곤 했고, 그런 점을 감안해 먼저 휴강한다고 했더니 한 학생이 항의성 이메일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이메일은 ‘본인은 이 강의에 애착을 가지고 열심히 듣는데 교수님이 휴강을 해 너무 싫다’는 내용이었다고.
교수들은 휴강을 하는 이유가 자신의 ‘부담’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학경쟁력 평가에서 ‘연구’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면서 연구 및 논문 성과가 중요해지고, 이에 따라 일부 교수의 경우 상대적으로 강의를 소홀히 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 또 대학 인지도를 높이려는 차원에서 대학이 세미나 참석 등 대외활동을 권하기도 한다고. 하지만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학생들은 휴강의 문제성을 체감하고 자신의 학습권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게 됐다.
학교에서 소비자는 학생
성균관대 J 교수는 “‘학교에서 소비자는 학생’이라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해진 것 같다”며 “비싼 등록금을 내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강의 수준을 요구하는 걸 당연시한다”고 말했다.
요즘 대학생은 강의 질에 대해서도 냉정히 평가한다. 대부분 대학에서는 학기 중이나 말에 ‘강의 만족도 평가’를 필수적으로 시행한다. 연세대 교수학습개발센터 관계자는 “학생들은 강의에 대해 자신이 만족한 부분과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적극 평가지에 적어낸다”고 전했다.
학생들이 강의 질을 따지게 된 데는 천정부지로 치솟은 등록금도 한몫한다. 상명대 학생 S씨(24)는 “등록금 액수만큼 제대로 된 강의를 듣고 있는지, 등록금을 강의 일수로 나눠 시간당 가치가 얼마인지 계산해보기도 한다”고 했다. 당연히 그만큼 효용 가치가 있는 강의를 찾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교양 강의 중 저작권법에 관한 강의가 어렵기로 정평이 났는데도 배울 게 많아 찾아서 듣는다”고 덧붙였다.
연세대 학생 P씨(24)도 “요즘은 어떤 과목이 학점을 받는 데 유리한지보다 어렵더라도 남는 게 많은 ‘명강’을 찾는다”면서 “교수님이 파워포인트 자료나 프린트물을 그대로 읽는 강의는 학생들로부터 고등학교 수업과 별 차이가 없다는 불만을 산다”고 전했다.
심지어 ‘쉬운 시험’에 대한 불만까지 터져 나온다. 한서대 학생 H씨(25)는 “교수님이 집필한 책을 달달 외워 빈칸 채우기 문제를 푸는 전공과목 시험이 있는데 ‘이런 게 대학 강의는 아닌데’라는 불만이 생기더라”고 말했다. 목포대 학생 K씨(22)도 “어떤 교수님은 오픈북 시험에, 문제도 책 내용에서 거의 그대로 냈다가 되레 학생들의 불만을 샀다”며 “채점을 쉽게 하기 위해선지는 모르겠지만, 그럼 학생들이 공부하는 게 별 의미가 없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사정이 이러니 일부 학생은 오히려 강사들의 강의를 선호하기도 한다. 연구와 공식행사 등으로 바쁜 정교수의 강의가 상대적으로 부실하다는 생각에서다. 동국대 W씨의 귀띔이다.
“외부 행사로 바빠 휴강이 많고, 정해진 시간의 절반도 못 채운 채 강의를 끝내는 교수님이 있다. 동일한 과목을 다른 강사가 열심히 준비하고 강의한다는 소문이 나자, 학생들은 ‘정교수면 뭐 해. 강의가 별론데’라며 그 강사의 강의로 몰렸다.”
당시 강사 강의를 신청한 인원은 120여 명으로 최대 수강 인원인 90명을 초과해 대기자까지 몰린 상황. 반면 정교수의 동일한 과목은 수강신청 인원 부족으로 폐강 위기에 놓였다고 한다.
학생들은 개강 첫 주 ‘오리엔테이션’이라며 강의를 제대로 하지 않는 교수에 대해서도 비판한다. 통상 개강 첫 주는 ‘수강신청 변경기간’이어서 학생들이 한 학기 동안 듣게 될 강의를 일단 한 번 들어보고 과목을 변경할 수 있다. 상명대 S씨는 “오리엔테이션 수업은 강의계획서를 배부하는 선에서 끝나는 게 관례였다. 그런데 점차 학생들이 개강 첫 주도 등록금을 낸 수업 일수에 포함되는데 왜 강의를 제대로 하지 않느냐는 불만을 갖게 됐고, 대학 학보사에 ‘오리엔테이션식 수업’을 비판한 학생의 기고문까지 올라왔다. 이후로 개강 첫 주부터 본격적으로 강의하는 교수님이 늘었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제출한 시험답안지나 과제물에 대해 교수들이 피드백을 제대로 해주지 않는다는 불만도 적지 않다. 인하대 학생 P씨(26)의 토로.
본 게시물은 대학별 강의평 커뮤니티 익명게시판에서 발췌했다. 이곳에서 학생들은 실시간으로 강의와 교수에 대한 평가를 공유한다.
이와 관련해 숙명여대에는 ‘피드백 스티커’까지 등장했다. 학생들이 교수에게 제출하는 리포트 위에 ‘교수님 피드백 받고 싶습니다’라고 인쇄된 스티커를 붙이는 것이다. 이는 리포트와 시험 결과가 일방적 평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학생들의 불만에 총학생회가 지난해부터 시행한 제도다.
시험답안지 ‘피드백 스티커’도 등장
그러나 여전히 학생들은 시험성적을 받고도 어느 부분에서 어떻게 점수가 깎였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성균관대 J 교수는 “사실 피드백을 잘 하지 않는다. 소규모 강의에서는 가능하겠지만, 강의 대부분이 수강 인원 50명이 넘고, 교양과목의 경우에는 수강 인원이 100명이 넘는데 어떻게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피드백을 해줄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강의를 들은 200명 중 70% 이상이 시험 결과에 대한 재확인을 요청하고 채점한 답안지를 직접 확인하고 싶다고 하는데, 이에 교수 한 명이 대응하기란 시간적으로나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J 교수는 피드백이 불가능한 이유가 일부 학생에게도 있다고 했다. “학생들로부터 받는 요구는 무엇을 틀렸는지 알고 개선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학점과 관련한 것”이라며 “채점한 답안지를 직접 확인하겠다고 찾아온 학생의 경우, 대부분 A학점을 A+로 올려달라는 식으로 요구한다”고 말했다. 성적과 등위를 올리려고 찾아오는 학생을 반기지 않는다는 뜻이지, 모르는 바를 알고 싶어 찾아오는 학생을 어느 교수가 막겠느냐는 것이다.
최근 강의 만족도 평가에서 4.97점(5점 만점)이라는 최고점을 받아 화제가 된 성만영 고려대 전기전자전파공학부 교수는 “개인적으로 휴강을 피하려 회의나 행사가 없는 첫 교시(오전 9시) 강의를 고집한다”면서 일부 교수가 연구를 핑계로 강의에 소홀하거나 휴강하는 것에 대해 비판했다. 연구를 면죄부로 삼아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휴강은 결국 학생들에게 떨어지는 부담”이라며 한마디 덧붙였다.
“교수는 요령을 피우지 말고 학생에게 예의를 지켜야 한다. 인기를 얻으려면 대학보다 학원에 가서 강의하는 편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