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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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신뢰가 무너졌을 때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11-05-23 09: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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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3일 임직원이 대출 비리로 검찰에 구속된 제일저축은행은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로 휘청거렸습니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불법 대출이 아니라 임직원 개인에 대한 비리로 제일저축은행의 영업정지 개연성은 낮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불붙은 뱅크런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이렇게 된 데는 신뢰를 잃은 금융당국의 책임이 컸습니다. 부산저축은행 사태에서 보듯 금감원은 제대로 관리 감독을 하지 않은 채 은행의 부실을 방치했습니다. 이 틈을 이용해 부산저축은행은 비자금을 조성하고, 수익성이 낮은 사업에 투자하는 도덕적 해이를 보였습니다. 그 결과 행상으로 번 돈을 꼬박꼬박 입금한 자갈치 시장 아주머니들과 한 푼이라도 더 늘리려고 퇴직금을 올인한 노인들이 하루아침에 자기 돈을 허공에 날리게 됐습니다.

    상황이 이러한데 문제가 없다는 금융당국의 말을 누가 믿겠습니까. 금융당국의 말을 무시하고 자신의 예금을 인출하는 것이 예금주로선 합리적인 선택일 것입니다. 시장 참여자들이 금융 감독기관의 말을 믿지 않는 지금이 금감원으로선 최대 위기입니다.

    금융 신뢰가 무너졌을 때
    하지만 과연 금감원이 모든 기득권을 내던지고 신뢰를 회복하려 노력하는지 의구심이 듭니다. 많은 금융전문가가 한국은행(이하 한은)과 예금보험공사(이하 예보)에도 감독 기능을 부여해 견제와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얘기하지만, 금감원은 여전히 예보의 감독권은 인정하면서도 한은에 대해선 부정적인 기류가 강합니다. 한은과 금감원의 오랜 알력 탓입니다.

    사회학자 퍼트넘(Robert D. Putnam)은 신뢰를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라 했습니다. 금융 선진화를 꿈꾸는 한국으로선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을 결코 포기할 수 없습니다. 바닥까지 내려간 신뢰를 회복하는 차원에서 금감원의 진정성 있는 자기반성과 기득권 내던지기가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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