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된 데는 신뢰를 잃은 금융당국의 책임이 컸습니다. 부산저축은행 사태에서 보듯 금감원은 제대로 관리 감독을 하지 않은 채 은행의 부실을 방치했습니다. 이 틈을 이용해 부산저축은행은 비자금을 조성하고, 수익성이 낮은 사업에 투자하는 도덕적 해이를 보였습니다. 그 결과 행상으로 번 돈을 꼬박꼬박 입금한 자갈치 시장 아주머니들과 한 푼이라도 더 늘리려고 퇴직금을 올인한 노인들이 하루아침에 자기 돈을 허공에 날리게 됐습니다.
상황이 이러한데 문제가 없다는 금융당국의 말을 누가 믿겠습니까. 금융당국의 말을 무시하고 자신의 예금을 인출하는 것이 예금주로선 합리적인 선택일 것입니다. 시장 참여자들이 금융 감독기관의 말을 믿지 않는 지금이 금감원으로선 최대 위기입니다.

사회학자 퍼트넘(Robert D. Putnam)은 신뢰를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라 했습니다. 금융 선진화를 꿈꾸는 한국으로선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을 결코 포기할 수 없습니다. 바닥까지 내려간 신뢰를 회복하는 차원에서 금감원의 진정성 있는 자기반성과 기득권 내던지기가 필요한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