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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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유치 실패 사죄 일주일간 함거서 석고대죄”

한나라당 정운천 前 최고위원 “국민이 이해하도록 행동으로 보여줄 것”

  •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입력2011-05-23 10: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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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H 유치 실패 사죄 일주일간 함거서 석고대죄”

    LH공사 전북 유치 실패로 5월 19일부터 전주 호남제일문에서 함거살이를 자처한 한나라당 정운천 전 최고위원.

    한나라당 정운천 전 최고위원에게는 다양한 수식어가 따른다. 과수 불모지였던 전남 해남군에서 23년간 키위를 키우며‘참다래’란 브랜드로 국내 키위시장을 석권했을 때 그는 ‘성공한 농사꾼’‘승부사’로 불렸다.

    이명박 정부 첫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었던 그는 당시 6개월이 채 안 되는 짧은 재임 기간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촛불정국 당시 국민과 대화하겠다고 서울 광화문 집회 현장을 찾아갔지만 말 한마디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쇠고기 협상 주무장관으로 2008년 8월 경질되자 언론은 그를 ‘비운의 장관’이라고 평가했다.

    결과는 달랐지만 위기 상황을 정면돌파하는 방식은 유사했다. 평소 “이순신 장군을 멘토로 생각한다”고 밝혀온 그는 이러한 태도를 ‘사즉생(死卽生) 정신’이라고 말한다.

    그는 “해남에서 키위를 키우며 죽을 고비를 겪을 때 이순신 장군의 사즉생 정신에서 영감을 얻었다”면서 “죽을 각오를 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이번에는 함거(옛날 죄인을 호송할 때 쓰던 수레)에 들어가 석고대죄하겠다고 나섰다.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공사)를 전북에 유치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지역장벽을 허물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전북도지사 선거에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했다. LH공사 전북 유치는 당시 그의 핵심공약이었다.



    지난해 도지사 출마 때 공약

    선거에서 낙선한 후보가 공약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사죄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그러나 그는 “당시 선거 당락에 관계없이 정치 생명을 걸고라도 LH공사를 유치하겠다고 밝혔고 그 덕분에 과거 이 지역의 한나라당 지지율보다 훨씬 높은 18% 이상의 지지를 받았다”면서 “그러나 유치에 실패했고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책임지는 정치인의 모습을 행동으로 옮기겠다”고 말했다.

    또 “정부가 LH공사 대신 전북에 이전시키기로 한 국민연금공단만으로는 전북도민의 상실감을 달랠 수 없다”면서 “그 차이를 보상할 수 있는 세수보전 조치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정 전 최고위원은 5월 19일 전주의 호남제일문에서 석고대죄를 시작했다. 그는 1년 전 5월 19일 같은 자리에서 도지사 출정식을 했다. 일주일간 전주시내 주요지역에서 석고대죄를 하겠다는 정운천 전 최고위원은 심각한 정치 불신을 해결하려면 “정치인이 말을 무겁게 하고, 지키지 못한 약속에 대해서는 국민이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답했다.

    “이순신 장군은 함거에 갇혀 한산도에서 서울까지 압송을 당했지만 이후 수군통제사가 돼서 나라를 구했습니다. 저 역시 진정성 있게 사죄하고 앞으로 더 노력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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