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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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바람 LG 눈빛이 달라졌다

선발 투수는 빵빵 타격은 펑펑 … 마무리 약점 극복 땐 우승 넘볼 상승세

  • 김도헌 스포츠동아 기자 dohoney@donga.com

    입력2011-05-23 11: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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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바람 LG 눈빛이 달라졌다
    4월 10일 LG트윈스가 5승2패로 SK와이번스와 공동 선두에 올라섰을 때만 해도 초반 반짝 상승세 정도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양대 리그(1999, 2000년) 시절을 제외하고 시즌 5경기 이상 치른 시점에 LG가 1위로 나선 것은 1997년 7월 16일(잠실 한화전) 이후 거의 14년 만의 일이다.

    박종훈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영입한 지난해에도 LG는 시즌 초반 잠시 돌풍을 일으키다 이내 고꾸라졌다. 4월 마지막 순위는 4위였지만 5월 종료 시점 순위는 6위였고, 결국 최종 순위도 6위로 마감했다. 하지만 올해는 5월 중순까지 SK와 양강 체제를 구축하며 선두권을 질주하고 있다. 시즌 초반 잠시 힘을 내다 이내 추락해 팬들에게 ‘희망고문’이라는 달갑지 않은 소리를 듣기도 했던 LG가 올 시즌에는 정말 달라진 모습을 보일까.

    거듭된 훈련 팀 컬러를 바꾸다

    1990년과 94년, 두 번 우승을 차지한 LG는 1997년과 98년 연속 2위를 했지만 2000년대 들어 별 힘을 쓰지 못했다. 2002년 4위로 포스트시즌에 턱걸이한 뒤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게 마지막 가을잔치였다. 용병농사 실패와 거액을 주고 영입한 자유계약선수(FA)의 부진, 모래알 팀워크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렇다 해도 수많은 스타플레이어를 보유한 LG의 계속된 부진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박 감독의 ‘지옥 훈련’이 선수들의 정신상태를 바꿔놓으며 2011년에는 공수 양면에서 예년과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LG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마무리훈련과 스프링캠프를 이어가는 5개월간의 장기훈련을 실시했다. 단순히 땀만 많이 흘린 게 아니라 세밀한 작전 야구도 준비했다. 4월 20일 인천 SK전에서 1회 상대 선발 김광현을 상대로 보여준 더블스틸이 대표적. SK 김성근 감독도 “LG가 이제 고급야구를 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박 감독은 “5개월간 여러 매뉴얼을 많이 준비했다. 우리 팀에는 도루 능력과 작전 수행능력이 뛰어난 타자가 많다. ‘잔야구’를 위해서는 첫째, 연습 과정을 설정하고 둘째, 선수의 타이밍 체크와 반복 훈련이 필요한데 그 완성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8개 구단 중 투수, 특히 선발 자원이 가장 풍부한 팀은 KIA 타이거즈다. 하지만 요즘 페이스만 놓고 보면 LG도 KIA 못지않다. 2010 시즌 LG 선발투수는 평균 4.2이닝을 던졌다. 리그 선두권인 5.2이닝과 1이닝 차이가 났다. 선발 방어율은 5.77로 8개 구단 중 꼴찌.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는 봉중근 한 명뿐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 봉중근이 부상으로 5월에야 모습을 보였음에도 LG는 ‘선발 야구’를 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SK에 이어 두 번째로 20승 고지에 올랐을 때 LG 선발진은 그중 14승을 책임졌다. 그 중심에는 혜성처럼 떠오른 ‘광속 사이드암’ 박현준이 있다.

    신바람 LG 눈빛이 달라졌다

    박종훈 감독은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LG를 ‘근성의 팀’으로 탈바꿈했다.

    박현준은 5월 13일 목동 넥센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6승을 챙기는 등 발군의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선발 등판한 8개 경기 중 6회를 마치지 못한 것이 단 한 번뿐일 정도로 안정된 피칭을 선보인다. 이제 LG는 박현준이 선발 등판하면 당연히 ‘이기는 게임’으로 생각하며, 상대팀은 반대로 ‘어려운 게임’으로 지레 겁을 먹는다.

    박현준이 중심을 잡고, 선발 레다메스 리즈와 벤자민 주키치 두 용병도 ‘투자한 만큼’ 꾸준히 제몫을 하고 있다. 주키치는 5월 15일 목동 넥센전에서 1안타 완봉승을 거뒀고, 리즈는 시속 160km에 육박하는 빠른 공을 뿌린다.

    고참이 살면 그 팀이 산다. 마운드에서 박현준을 필두로 한 용병 등 ‘새 피’가 큰 힘이 되고 있다면 타선에선 베테랑 이병규(37), 조인성(36), 박용택(32) 등 ‘프랜차이즈 3인방’이 핵심구실을 하며 팀을 이끈다. LG에서 포스트시즌을 경험한 현역은 이들 세 명뿐. 타격 타이틀 부문 상위권에 고루 포진한 이들은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외야 수비를 포기하고 지명타자로 나서며 ‘장타자 변신’에 성공한 박용택은 홈런을 펑펑 쏘아 올리면서 ‘도루하는 4번 타자’로 우뚝 섰다.

    프랜차이즈 3인방이 이끄는 막강 타선

    ‘적토마 이병규’ 역시 게으른 천재의 이미지를 벗고 ‘화끈한 허슬 플레이’를 보여주는 모범 고참으로 탈바꿈했다. 한국 프로야구 최초로 ‘포수 100타점’이라는 신화를 썼던 조인성은 빼어난 투수 리드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공격력으로 팀의 대들보 구실을 하고 있다. 이병규, 조인성, 박용택 등 3명이 LG에서 생활한 시간을 합하면 무려 33년. 프랜차이즈 스타의 활약은 젊은 선수들의 파이팅을 불러일으키며 전반적인 팀 분위기 상승을 이끌었다.

    2010년까지 최근 수년간 LG 타선은 ‘좌완 공포증’에 떨었다. LG는 2010년 좌완 선발을 상대로 17승4무31패로 유독 고전했다. 팀 타율은 0.276으로 고화력을 뿜었지만 좌완 투수 상대 타율은 0.256으로 8개 구단 중 가장 좋지 않았다. 상대 팀은 LG에 의도적으로 좌완 투수를 배치하며 괴롭혔다. 특히 한화 류현진에게 9이닝 최다 탈삼진(17개) 신기록을 안겨주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LG는 류현진은 물론, 이혜천(두산), 김광현과 전병두(이상 SK), 장원준(롯데)과 차우찬(삼성) 등 내로라하는 좌완 투수를 잇달아 격파하며 더 이상 그들에게 약하지 않음을 증명했다. 박 감독은 “작년까지 상대 선발이 좌완이라는 얘기에 침체됐고, 불안한 모습이었다면 지금은 이길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야구는 멘탈 게임인데,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자신감이 가장 큰 경쟁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스포츠동아 이효봉 해설위원은 “지금의 LG 전력이라면 4강은 충분해 보인다. 오히려 더 높은 목표를 세워도 될 정도다. 마무리 투수만 확실하면 우승도 넘볼 전력”이라고 평가했다. 이 위원의 지적대로 LG의 유일한 약점은 바로 마무리 투수.

    당초 박 감독이 마무리로 꼽았던 김광수는 16경기에 등판해 1구원승 2패 1홀드 6세이브를 기록하다 5월 14일 2군으로 내려갔다. 블론세이브 2차례를 포함해 15.1이닝 동안 무려 7점을 내주는 등 방어율이 4.11로 턱없이 높았고, 박빙 상황에서 연이어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고심하던 박 감독은 결국 칼을 뽑았다.

    박 감독은 고졸 신인 임찬규를 새로운 중심으로 하는 집단 마무리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마무리 불안만 해소된다면, 2011년 LG는 최근 8년간 계속되던 부진에서 벗어나는 것은 물론, 더 원대한 꿈도 키울 수 있다. ‘희망고문’이라는 부끄러운 별명처럼 6월 이후 여름이 오면 LG의 상승세는 또다시 꺾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LG가 보여주는 ‘신바람 야구의 부활’은 숱한 시행착오와 고난의 시간 끝에 나온 것이라 예년과는 다르리라는 게 야구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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