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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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내준 탈북 여성의 친정엄마

서울관악경찰서 조경숙 경위

  •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입력2011-05-23 10: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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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을 내준 탈북 여성의 친정엄마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한국에 온 탈북 여성들이 비록 부모의 축하를 받지 못해도 함께 할 든든한 동반자를 맞이하는 모습을 볼 때면 가슴 벅차고 보람도 느껴요.”

    4월 30일 강원도 춘천의 한 결혼식장. 신부 어머니 자리에 머리를 올린 채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서울관악경찰서 보안과 조경숙(50) 경위가 앉아 있다. 조 경위의 친정엄마 구실은 이번이 세 번째. 2002년 자신이 돌보던 탈북 여성이 “어머니 자리가 비면 섭섭할 것 같은데 조 경위가 대신 앉아달라”고 부탁한 것이 계기였다. 결혼식 준비로 챙길 것이 많지만, 조 경위는 얼굴을 찌푸리는 법이 없다.

    “탈북 여성의 결혼은 신랑 측이 주로 준비하기 때문에 힘든 점은 없어요. 그래도 시부모 이불 등 예의를 갖추는 데 필요한 것은 도와주죠. 저를 든든하게 생각해 도움을 구한 만큼 더 도와주고 싶을 뿐 전혀 번거롭지 않아요.”

    결혼 전 상견례도 조 경위 몫이다. 신부 옆에도 든든한 지원군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동시에, 신랑 가족이 신부를 가볍게 여기지 않도록 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이들과는 결혼 이후에도 틈틈이 연락하고 돌잔치 등에 참석해 축하를 해주기도 한다.

    그가 탈북 여성의 결혼만 돕는 것이 아니다. 2009년부터 한 단체의 도움을 받아 명절마다 탈북자 가족에게 30만 원씩 생활비를 지원하고, 관내 직업전문학교와 연계해 탈북자들이 전문 직업훈련을 무료로 받을 수 있도록 주선했다. 하지만 그의 본분은 경찰. 투철한 국가관도 잊지 않는다.



    “통일 이후엔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탈북자의 말 한마디가 남북 주민 통합에 결정적인 구실을 할 거예요. 정부의 어떤 정책이나 홍보보다 파급 효과가 크겠죠. 보안 경찰로서 탈북자를 도와 통일을 준비한다는 책임감과 자부심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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