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휴회 선언 직후 중국 최고의 국제문제 전문가인 스인훙(時殷弘) 런민(人民)대 국제관계학원 교수와 긴급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앞으로 6자회담은 이전에 비해 진전을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그러나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6자회담이라는 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다음은 스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회담이 성과를 거두지 못한 원인은 무엇인가.
“가장 큰 원인은 북한이 아직 핵무기를 포기하겠다는 결정을 명확하게 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번 회담의 수석대표 연설에서 ‘한반도 비핵화가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며 핵무기 포기 원칙을 밝혔지만, 다른 장소에서는 핵무기 보유국임을 천명하는 등 일관성 없는 주장을 펼쳤다. 동시에 금융제재를 먼저 풀어야 비핵화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도 했다. 반면 미국은 북한 핵무기와 금융제재는 별개 문제이므로 핵 문제부터 해결하자고 했다. 결국 양국이 근본 문제에서 대립함으로써 돌파구를 찾지 못한 것이다.”
-이번 회담은 아무런 효과가 없었나.
“그렇진 않다고 본다. 이전에는 북한의 입장이 불명확했지만, 이번 회담을 통해 명확해졌다. 의견 차이가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6개국이 모두 알게 된 점이 큰 성과다. 또한 이번에는 어느 때보다 양자 회담을 많이 가졌다. 북한과 미국이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북한계좌 동결 해제에 대해 논의한 것도 진전 가운데 하나라고 본다.”
-다음 회담 일정도 잡지 못한 채 회담이 끝났다. 6자회담이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나.
“두 가지를 예상할 수 있다. 북한이 2차 핵실험에 나서지 않는다면 6자회담은 어려워도 조금씩 진전을 보일 것이다. 북한은 결국 핵을 포기하는 쪽으로 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북한이 2차 핵실험에 나선다면 국제사회의 압력이 커지면서 6자회담은 새로운 양상을 띨 것이다. 이때는 확실하게 6자회담이 5대 1 대결구도로 바뀌게 되며, 북한이 받는 국제적 압력도 매우 커질 것이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으로 보이나.
“북한의 지도자는 여전히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이 전략상 유리하다고 믿고 있는 듯하다. 또 북한은 현재 임기가 2년밖에 남지 않은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와 핵 문제를 논의하고 싶지 않은 눈치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먼저 미국이 금융제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또 미·중·한·일·러 5국이 정전조약을 평화조약으로 대체하고, 북한이 미국과 관계 정상화를 이룰 수 있는 구체적인 과정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이미 어느 정도 구체적으로 윤곽이 드러난 상태다. 따라서 북한이 이를 받아들이느냐가 관건이다.”
-북한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북한의 핵 문제는 사실 외부적 문제라기보다는 북한 내부의 문제 때문에 불거졌다. 북한 내부의 정치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미국 등 5국이 어떤 조치를 취하더라도 결코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최근 미국과 일본에서는 6자회담 무용론이 일고 있는데….
“지금까지 6자회담은 멈추다 가다를 반복했다. 비핵화를 향한 로드맵도 마련하지 못했고, 회담의 정기화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6자회담은 여전히 유효하다. ‘북한 핵 문제는 대화를 통해 해결한다’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6자회담은 반드시 필요한 틀이다.”
약력)。난징(南京)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미국 하버드대 옌칭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