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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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 내용, 현안과 관련지어라

  • 최진규 충남 서령고등학교 국어 교사·‘교과서로 배우는 통합논술’ 저자

    입력2007-01-02 14: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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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합교과형 논술이 교과 간 경계를 허물고 지식의 연계 능력을 평가한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겠지요? 그래서 교과서를 철저하게 학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부차적으로 독서나 신문 읽기 등을 통해 풍부한 배경지식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교과 내용을 사회 현안과 관련지어 보는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염두에 둬야 할 사항은 시사적인 내용에 대해 관심을 갖고 그 흐름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특히 사회적인 관심이 높으면서도 찬반 양론이 확실하게 구분되는 사안일수록 더욱 중요합니다.

    누차 강조했듯이, 국민공통 기본교육과정에 해당하는 고등학교 1학년(10학년) 학생들이 배우는 과목[국어, 사회, 국사, 도덕, 수학 10(가,나), 과학 등]은 출제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들 과목을 학습하면서 시사 현안과 밀접한 내용이 나오면 곧바로 적용해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아래 지문은 고등학교 ‘사회’(194쪽, 디딤돌) 과목에 나오는 학습활동으로, 시사 현안과 관련지어 사고의 영역을 확장해보겠습니다.

    1998년 7월, 외교통상부는 한미투자협정의 체결을 위해서는 스크린쿼터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문화관광부에 전달하였다. 이에 영화인들은 스크린쿼터를 지키기 위한 ‘스크린쿼터 사수 범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시키고, “한미투자협정 협상 대상에서 영화 분야를 제외해줄 것”을 요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1998년 12월, 문화관광부는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영화를 예외 조항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현행 쿼터의 단축이 불가피하다”면서 “2002년부터 스크린쿼터 적용 일수를 92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에 반대하는 영화인들은 서울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주한 미대사관과 집권 여당을 항의 방문하였다.



    집권 여당은 영화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스크린쿼터 감축 문제를 협상 대상에서 제외해줄 것을 정부 측에 요구하였고, 문화관광부는 스크린쿼터를 현행대로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최종 확정하였다. 또한 국회는 “한국 영화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40%가 될 때까지 스크린쿼터를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결의안을 채택하였다.

    1999년 1월, 외교통상부는 미국과의 협상에서 “미국 측이 단기간에 스크린쿼터의 지나친 축소나 폐지를 요구할 경우 국내 여론상 한미투자협정을 체결하기 어렵다”는 점을 설명하고 스크린쿼터를 별도 사안으로 협상하는 방안을 제안하였다.

    。 ‘스크린쿼터 사수 범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 ‘스크린쿼터’를 사수하기 위해 영화인들이 취한 행동은 정부의 정책 결정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가?


    스크린쿼터 축소 문제는 영화인뿐만 아니라 온 국민의 관심사로서 그에 따른 해결 방안도 각양각색일 만큼 뜨거운 논쟁을 유도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축소 쪽으로 가닥이 잡히기는 했지만 문화예술인 중에는 차제에 스크린쿼터제를 아예 폐지하고 우리 영화의 경쟁력을 길러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어 논쟁의 불씨는 아직 남아 있습니다. 그렇다면 교과서에서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스크린쿼터제’가 어떤 역사적 배경과 의도에서 도입되었는지 알아보고 쟁점을 정리해볼 필요가 있겠지요.

    아래 내용은 ‘스크린쿼터’와 관련하여 문제제기를 한 후, 사안별로 몇 가지 쟁점을 도출해본 사례입니다. 꼭 이런 방식이 아니더라도 교과 내용을 사회 현안과 관련짓는 학습자세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문제제기) 올해 들어 영화 ‘왕의 남자’가 1230만명의 유효 관객을 돌파하며 최고 흥행기록을 세우더니, 몇 달 지나지 않아 13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 모은 영화 ‘괴물’이 또다시 흥행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를 두고 한국 영화가 선전할 수 있었던 것은 연간 146일 동안 국산 영화를 의무적으로 상영해야 하는 ‘스크린쿼터제’의 도움이 컸다는 반응과, 이젠 한국 영화가 할리우드 영화에 맞설 경쟁력을 지녔으니 ‘스크린쿼터제’를 축소해도 좋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한국 영화의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아직은 자생력이 미약하다고 강조하는 측에서는 지금과 같은 ‘스크린쿼터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45억원을 들인 ‘왕의 남자’가 2000억원을 들인 ‘킹콩’보다 2주 늦게 개봉하고도 흥행에서 크게 앞선 사례에서 보듯 한국 영화의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보는 측에서는 지금이야말로 보호막을 걷어내고 홀로 설 수 있는 시점이라고 주장한다. 과연 스크린쿼터제는 한국 영화의 ‘안전판’인지 아니면 ‘걸림돌’인지 치밀하면서도 분명한 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핵심 쟁점)

    。‘스크린쿼터’를 축소해도 한국 영화는 홀로 설 수 있나?

    。‘스크린쿼터’보다 FTA 협상을 통한 경제적 이익이 더 중요한가?

    。‘스크린쿼터’가 일부 톱스타, 대작 영화의 밥그릇 챙기기 수단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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