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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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 시각으로 그려낸 민중의 세상

  • 김준기 미술비평가 www.gimjungi.net

    입력2007-01-02 12: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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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중의 시각으로 그려낸 민중의 세상

    ‘밥’

    1980년대 리얼리즘 미술 시대를 이끌었던 민중미술의 거장 오윤의 20주기 회고전이 가나아트센터 전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그의 전작을 공개했던 것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20주기 회고전이다. 다수의 판화 작품을 비롯해 유화, 드로잉 작품들이 전시된 이번 회고전은 오윤의 작품들 가운데 특정 주제를 집중 조명하는 것으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그는 일반 사람들의 정서를 가지고 작품을 만들었다. 이번 전시가 아버지, 어머니와 아들, 딸의 관계를 통해서 삶의 생명력을 나타낸 ‘대지’를 비롯해 사람들의 삶을 표현한 일련의 작품들을 부각하는 이유도 그러한 맥락에서다. 한편으로는 1983년 이후 한결 세련되고 정제된 미감으로 자신의 독창적인 세계를 완성해나간 몇몇 걸작들에 주목하게 된다. ‘무지개 타고 가는 하늘의 황금마차’라는 유화 작품도 최초로 전시장에 공개됐다. 이 밖에 판화의 목각 원판이나 삽화 원화 같은 자료들도 선보이고 유품들도 공개된다.

    민중의 시각으로 그려낸 민중의 세상

    생전의 오윤

    오윤은 80년대를 풍미한 목판화 양식의 한 전형을 이뤄낸 작가다. 굵은 선을 중심으로 간결하면서도 힘이 넘쳐나는 목판화의 맛을 살려낸 그의 작품들은 이후 수많은 후배 작가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오윤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의 스타일보다 삶의 태도와 방식이었다. 물론 어떠한 정신적 가치도 스타일이라는 물질 형식을 통하지 않고서는 확인할 길이 없는 게 미술이다. 하지만 그의 스타일은 그의 느낌, 생각과 더불어 한 쌍을 이루고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민중’이라는 언어 자체가 이미 박제화한 예술 형식으로 인식되는 시대다.

    그가 떠난 지 20년이 지났고 역사는 그를 80년대의 거장으로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그가 남긴 100여 점의 유작뿐만이 아니다. 그는 정말로 사람들 속에서 뒹굴며 살다 간 예술가다. 우리가 그에게 민중미술가라는 칭호를 붙일 수 있는 것은 그가 민중미술의 거장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민중의 시각으로 세상을 살았기 때문이다. 오윤은 민중과 미술 사이에 서 있다. 1월7일까지, 가나아트센터, 02-720-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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