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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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시정 앞장서 ‘行政벽해’ 만들 터”

오세훈 서울시장 “경쟁력 강화 등 3개 기구 가동, 시민 고객에 행복감 줄 것”

  • 송문홍 기자 songmh@donga.com

    입력2006-12-27 15: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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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의시정 앞장서 ‘行政벽해’ 만들 터”
    밀운불우(密雲不雨·짙은 구름이 가득 끼었으나 비는 오지 않는다). 오세훈 서울시장을 인터뷰하기로 한 12월18일자 신문에 ‘올해의 사자성어’가 실렸다. ‘교수신문’이 해마다 오피니언 리더 그룹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해 발표하는 사자성어는 한 해 동안 나라의 분위기를 한마디로 집약해 보여준다. 과연 국민 마음속에 해 뜬 날이 며칠 안 됐을 것 같은 한 해가 이제 저물어가고 있다.

    하지만 오 시장에겐 2006년이 인생에서 최고의 해였을 터이다. 정치권에선 소장파로 분류될 40대 중반의 나이에 서울시장직을 차지한 것을 어느 누가 가볍게 볼 수 있을까. 더욱이 시정(市政)이 좋은 평가를 받으면 대권행 티켓도 거머쥘 수 있음은 전임 이명박 시장이 요즘 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런 점에서 오 시장에겐 앞으로 더 큰 도전이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2006년만큼 바쁘게 지낸 해도 없었고, 막중한 사명감과 책임감을 느꼈던 해도 없었고, 꿈에 부풀어서 보냈던 때도 없었던 것 같다. 취임 후 6개월간은 시정운영 4개년 계획을 만드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우리는 이것을 ‘창의시정(創意市政)’이라고 이름 붙였는데,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펼쳐나갈 것이다.”

    - 취임 때 공약 실천을 위해 3개 기구를 설치했는데, 현재 얼마나 진전됐나.

    “경쟁력강화기획본부와 균형발전추진본부, 맑은서울추진본부다. 경쟁력강화기획본부는 경쟁력의 동력을 문화와 관광에서 찾는 것으로 4개년 계획이 어느 정도 완성돼 있다. 간단히 말해 2005년 기준으로 한국을 찾은 관광객 수가 602만명이었는데, 이를 2010년까지 1200만명으로 늘리겠다는 내용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10년 상하이 엑스포라는 두 기회를 잘 활용하면 결코 불가능하지 않은 목표라고 본다.



    “중앙정부와 협조할 것은 협조 … 원칙은 반드시 지킬 것”

    균형발전추진본부는 주거 부문과 교육 부문의 두 축을 중심으로 하는데, 강남과 비강남 지역의 격차를 해소하자는 게 골자다. 이를 위해 교육지원조례를 만들어 내년부터 500억원의 예산이 집행된다. 알다시피 뉴타운 사업은 주거격차 해소를 위한 것이고….

    마지막으로 대기 질 개선사업을 위한 맑은서울추진본부도 매연저감장치 부착 사업 등 올해 목표를 무난히 달성했다. 이를 위해 얼마 전 수도권 3개 광역단체장들이 만나 환경, 교통에 관한 협약식을 치렀다.”

    오 시장은 많은 시간을 들여 각각의 계획에 대해 세부적인 부분을 설명했다. ‘관광 진흥을 위해 서울에 중저가 호텔을 늘리겠다’ ‘세계 다른 도시들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최고급 호텔의 숙박요금을 20%까지 낮추기 위해 부가세율을 조정하고 산업용 전력요금을 관광호텔에 적용하겠다’ ‘매연저감장치를 부착하지 않은 3.5t 이상 노후 경유차량을 2009년부터 수도권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겠다’ 등등 계획에 대한 상세한 수치와 일정이 막힘없이 흘러나왔다.

    - 구상 중인 계획 가운데 상당 부분이 중앙정부와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한 것들이다. 예컨대 교육부만 하더라도 자립형 사립고(자사고) 문제에 반대하는 입장인데….

    “창의시정 앞장서 ‘行政벽해’ 만들 터”

    집무실 한쪽 벽면에 설치된 471개 단위사업 현황판 앞에 선 오 시장.

    “우리가 강북에 자사고를 세우는 것을 목표로 정한 시간이 2007년 말이다. 이에 따라 2006년에 우선 협상 대상자를 선정했고 2007년에 부지를 매입할 예정이다. 재단이 결정돼 있고, 땅이 결정돼 있고, 땅을 매입할 재원이 예산에 반영돼 있으니 서울시 쪽의 준비는 다 된 셈이다. 다만 교육부의 동의 문제가 남아 있는데, 이것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동안 교육부의 입장도 여러 차례 번복된 바 있기 때문에 내년 대선이 끝나고 다음 정권이 들어서면 거의 문제 되지 않을 것이다. 또 다음에 누가 집권해도 이만큼 진척된 사안에 대해 반대할 논리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욱이 이는 강남북 교육격차 해소의 가장 중요한 정책수단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현행 일정표를 계속 밀고 나가도 지장받지 않을 것이다.”

    -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요즘 정치권에서 대지임대부 분양방식이라든지 환매조건부 분양방식 같은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 문제는 서울시도 굉장히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요즘 갖가지 묘수풀이 같은 대안들이 나오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중간 결론은 그런 것들이 지속가능한 방안은 못 된다는 것이다. 일례로 대지임대부 분양의 경우 토지가 지속적으로 공급돼야 한다는 게 전제 조건이다. 그런데 서울시는 경기도와는 사정이 다르다. 땅이 그렇게 많지 않다. 또 땅이 있다고 해도 건축비나 토지조성비를 기준으로 볼 때 임대료가 싸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현재로서는 한두 차례 시범사업을 해보는 것은 몰라도 지속가능한 사업은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오 시장은 부동산 정책에서 정도(正道)를 걷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SH공사의 주택공급 방식을 기존 분양방식에서 장기임대나 장기전세 쪽을 늘려가면서 장기적으로 주택을 소유 개념에서 주거 개념으로 바꿔나가는 등 공공부문의 선도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 서울시의 은평뉴타운 분양 예정가가 너무 비싸다는 평이 나온 뒤 원가절감과 제도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 팀을 발족해 가동 중이며, 이렇게 원론에 충실한 접근을 꾸준히 해나가면 결국은 시장 신뢰를 회복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다시 말하지만 부동산, 교육 문제에서 용산공원 문제까지 시정의 상당 부분이 중앙정부와 타협하는 과정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중앙정부와의 관계설정에 나름의 원칙이 있다면?

    “물론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에 상호 신뢰와 협조가 필요하다. 그런데 그런 신뢰와 협조 관계가 깨질 때는 단호하게 대처한다는 게 원칙이라면 원칙이다. 중앙정부와는 벌써 두어 차례 대립각을 세운 일이 있는데, 용산 문제가 그랬고 감사 문제로도 충돌이 있었다. 용산 문제는 양자 간에 협의됐던 것이 깨지고 서울시가 예상치 못했던 내용이 입법 예고되면서 시작된 갈등이다. 서울시에 대한 감사 문제 역시 취임 직후인 만큼 3~6개월 미뤄달라는 요청이 거절당하면서 발단이 됐다. 앞으로도 서로 협조할 사안은 열과 성을 다해 협조하되 단호하게 대처할 부분은 원칙을 갖고 대처해갈 것이다.”

    - 알다시피 전임 이명박 시장은 청계천 복원사업 등으로 국민에게 깊은 인상을 심었다. 오 시장이 승부처로 삼고자 하는 대목은 무엇인가.

    “창의시정 앞장서 ‘行政벽해’ 만들 터”
    “아마 일반에서 예상하는 것과는 정반대 대답일 것 같은데…. 나는 10월9일 시정운영 4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5개 핵심 프로젝트, 15개 중점사업, 471개 단위사업을 발표했다. 하지만 승부는 거기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건 누가 시장이 되건 시정의 핵심 트렌드를 제대로 읽은 사람이라면 중점 사업으로 선정할 일들이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앞에서 말했다시피 ‘창의시정’에 있다. 나는 취임 후 줄곧 간부들에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갖고 열정적으로 업무를 바꿔나갈 것을 강조해왔다. 그 결과 많은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고, 일부에선 이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 구체적인 사례로는 무엇이 있나.

    “내년부터 서울시 민원시스템이 완전히 바뀌는 게 좋은 예다. 내가 취임 후 민원시스템을 점검해보니 그야말로 중구난방이었다. 예컨대 어떤 대기업에 민원을 제기하려고 전화를 걸면 십중팔구 녹음된 목소리가 나온다. 뭐는 1번, 뭐는 2번을 눌러라, 이런 식이다. 성격 급한 사람은 중간에 전화를 끊는 경우가 많은데, 서울시 민원시스템이 꼭 그 모양이었다. 심한 경우 1분 30초가 지나야 육성을 들을 수 있었고, 그러고 난 뒤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걸 앞으로는 서울시와 모든 산하단체에서 15초 이내에 육성을 들을 수 있게 하고, 처음 접한 공무원에게서 민원의 70%가 해결될 수 있도록 디자인을 끝마쳤다. 이게 민원 콜 시스템, 민원예약 시스템, 민원 플라자 시스템이다.

    “이벤트 사업 비판에 상심(?)… 4년 뒤 평가받고 싶어”

    한 가지 예를 더 들면 중소기업을 창업하는 이들에게 자금을 대주는 서울신용보증재단의 경우 지금까지는 대출 신청 시 구비서류가 10가지였는데 올해 안에 6가지, 내년에는 4가지로 줄어든다. 또 과거 심사에 한 달이 걸리던 것이 내년부터는 일주일 내로 줄어든다.

    이런 식으로 업무를 개선함으로써 시민 고객에게 행복감과 편리함, 즐거움을 드리자는 것이 창의시정의 목표다. 이런 것들을 얼마나 많이 개선하는가가 나의 승부처라고 생각한다. 내 임기 4년이 지나면 서울시 행정에 상전벽해와 같은 변화가 올 것으로 확신한다. 나는 그것으로 평가받고 싶다.”

    - 밖에서는 오 시장에 대해 ‘콘텐츠가 없다’ ‘번지르르한 이벤트성 사업에 치중하는 게 아니냐’는 등의 비판도 있다.

    “그런 비판이 나올 때마다 솔직히 속은 상하지만….(웃음) 4년 뒤면 그게 과연 옳은 비판이었는지 판가름날 것이다.”

    - 이제 정치 얘기를 해보자. 새해에 대선이 있는데, 한나라당과의 관계설정은 어떻게 해나갈 생각인

    가.

    “예산확보 등 여러 면에서 도움을 받고 있다. 전재희 정책위 의장과 통화도 자주 하고 있고….”

    - 대선 분위기가 과열되는 양상인데 우려되지 않는가.

    “그 부분에 대해선 별로 신경 쓰지 않아서…. 지난 몇 개월간 그렇게 살아왔다.”

    - 장기적으로 서울시장 경험을 더 높은 목표를 위해 활용할, 그런 의지도 없지 않을 듯싶은데….

    “그런 얘기는 내 입으로 한 적이 없다.”

    그는 정치 쪽 화제나 자신의 향후 목표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기색이 역력했다. 정치적인 질문에도 시종 시정 얘기만 했다. 시장으로서 평가받는 일이 우선이고, 그 다음은 나중 일이라는 생각일까? 노무현 정부의 국정에 대한 여론이 지극히 나쁜 마당에 서울 시정이라도 일정 부분 성과를 보인다면 그나마 시민에게 위안이 되련만.

    - 마지막으로 연말연시에 서울 시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내가 취임 후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충고가 ‘공직사회를 일하는 분위기로 바꾸겠다고 섣부르게 나서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건 불가능한 일이니까 괜히 힘 빼지 말라는 얘기였다. 하지만 나는 지난 6개월을 보내면서 공직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리더가 열정과 집념을 갖고 끊임없이 부르짖으면 조직은 따라올 수밖에 없다. 감사, 인사, 인센티브 시스템 등 모든 면에서 ‘창의시정’은 이미 가동되고 있다. 4년 뒤 한 차원 높은 행정 서비스를 서울 시민들께 돌려드릴 것을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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