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학재단 상담창구를 찾은 대학생들이 상담원에게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를 문의하고 있다.
문제는 만혼(晩婚)과 노산(老産)으로 자녀가 대학을 마치기도 전에 직장에서 정년을 맞는 부모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은 평균 28.7세에 결혼해 29.9세에 첫아이를 낳고, 둘째아이는 31.6세에 낳는다. 결혼할 때 남성 나이가 평균 3세 정도 많은 점을 감안하면, 둘째아이를 출산할 때쯤이면 남편 나이는 30대 중반이다. 결국 부모의 은퇴 시기와 자녀의 대학 재학 시기가 겹친다. 우리나라 근로자의 평균 퇴직연령은 54세로 자녀가 한창 대학에 다닐 때다. 다른 일자리를 구한다 해도 소득은 예전만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자녀의 대학등록금을 감당하려면 어쩔 수 없이 퇴직금이나 노후자금을 헐어 쓸 수밖에 없다.
매달 10만 원이면 은퇴 후에도 걱정 없어
2011년 교육과학기술부가 밝힌 대학등록금 자료에 따르면, 공립대는 연간 443만 원, 사립대는 769만 원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교육비가 매년 5%씩 상승한다면 올해 자녀를 출산한 부모는 자녀가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 공립대 4610만 원, 사립대 8002만 원을 준비해둬야 한다. 이만한 돈을 마련하려면 매달 얼마를 저축해야 할까. 투자 기간과 방법, 그리고 수익률에 따라 달라진다. 만약 갓난아기를 둔 부모가 연 3% 적금에 가입해 공립(사립)대 등록금을 마련하려면 매달 15만 원(26만 원)씩 적립해야 한다. 초등학교 입학 자녀를 둔 부모라면 공립(사립)대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매달 19만 원(32만 원)씩, 그리고 중학교 입학 자녀를 뒀다면 매달 31만 원(53만 원)씩 저축해야 한다. 저축을 시작하는 시기가 늦으면 늦을수록 매달 불입해야 하는 돈이 늘어나 생활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투자 관리를 통해 수익률을 개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투자수익률을 3%에서 6%로 높이면 자녀가 갓난아기인 부모는 매달 10만 원만 투자해도 공립대 등록금을 마련할 수 있다. 사립대 등록금도 매달 18만 원만 투자하면 된다. 물론 운용수익률이 높으면 그만큼 위험도 커진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매달 일정 금액을 불입하는 적립식 투자기 때문에 투자 타이밍을 잘못 잡아 손실을 볼 위험성은 낮다. 게다가 장기 투자기 때문에 주가 변동을 이겨낼 시간적 여유도 충분하다.
3월이면 신학기가 시작된다. 이맘때면 아이들의 일과표를 짜느라 부모가 더 분주하다. 이웃 아주머니의 얘기를 듣다 보면 이것은 이래서 해야 하고, 저것은 저래서 안 할 수 없다. 어느 틈에 아이의 방과 후 일과는 학원 스케줄로 꽉 차고, 부모의 월급통장은 텅텅 빈다. 당장 필요한 사교육비를 대느라 자녀와 자신의 장래를 위한 저축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만다. 따라서 자녀 교육비 관리에는 몇 가지 원칙이 필요하다.
첫째, 전체 소득에서 교육비로 얼마를 지출할지 예산을 수립해야 한다. 그래야 불필요한 학원비를 줄일 수 있다. 예산 범위 안에서 교육비를 지출하려면 어떤 학원 하나를 늘리면, 다른 것 하나는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부모는 다니던 학원을 중도에 그만둬도 괜찮을지를 염려한다. 사교육 전문가들은 같은 학원에 오래 다니는 것이 오히려 학습 효과가 떨어진다고 조언한다. 부모는 자녀의 수학성적이 나쁘면 무턱대고 수학학원에 보낸다. 하지만 이보다는 수학 중에서도 어느 부분이 부족한지를 따져 그 부분을 집중으로 교육하면 학원비를 절감하고 성적도 향상시킬 수 있다. 필요한 부분만 학습하기에는 온라인 교육이 유리하다.
통장에 이름표 달아놓으면 모으는 재미 쏠쏠
둘째, 교육비 예산을 수립할 때는 학원비뿐 아니라 대학등록금 마련을 위한 저축 계획도 함께 넣어야 한다. 대학에 입학하기만 하면 등록금은 어떻게든 마련되겠지라고 생각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2월 취업 포털사이트 잡코리아가 올해 4년제 대학을 졸업하는 남녀 774명을 대상으로 부채 현황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10명 중 7명(67.7%)이 갚아야 할 빚이 있다고 응답했다. 평균 부채 규모는 1인당 1308만 원으로 나타났다.
빚을 진 이유로는 ‘학교 등록금’이 84.4%로 가장 많았다. 빚을 진 대학생들은 “부채 때문에 직업 선택권을 잃었다”고 말한다. 대학 졸업 후 당장 빚부터 갚지 않으면 신용불량자가 되고 한 번 신용불량자가 되면 취직이 어렵기 때문에 적성을 고려하기보다 돈을 벌 수 있으면 아무 곳이나 일단 들어가고 보는 경우가 많다.
자녀 교육비를 관리하는 셋째 원칙은 학자금 통장에 이름표를 달아두는 것이다. ‘투자는 엉덩이로 한다’는 말이 있다. 자녀 대학등록금 마련 같은 장기 투자에서는 수익률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중도에 계좌를 해지하지 않는 것이다. 계좌를 오래 유지하려면 통장 앞에 이름표를 달아두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OO은행 ◇◇통장’이라는 이름보다 ‘첫째 OO의 대학등록금 마련 통장’이라는 이름을 달아두는 것이다.
오랜 기간 투자하다 보면 생활비 때문에 통장을 해지하고 싶은 유혹을 느낄 때도 있겠지만 통장 앞에 달아둔 이름표를 보면 웬만한 유혹쯤은 물리칠 수 있다. 중도에 계좌를 해지하는 것은 단순히 돈을 찾아 쓰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위한 꿈을 포기하는 것이다. 통장 안쪽에 아이가 대학 입학할 때까지 마련해야 할 목표 금액을 써두고, 매달 얼마만큼 꿈을 이루는지 점검한다면 돈 모으는 재미도 쏠쏠하다.
넷째는 자녀 교육비 예산 관리에 자녀를 동참시키는 것이다. 부모가 자녀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하는지 보여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자녀에게 경제관념을 심어주는 데도 도움이 된다.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 은퇴교육센터장으로 일반인과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은퇴교육과 퇴직연금 투자교육을 실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