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어서스 지음/ 김시경 옮김/ 위너스북/ 336쪽/ 1만6000원
버블 생성과 폭락을 반복한 50년간의 글로벌 경제 사이클을 한눈에 조망한 저자는 특히 인간의 끊임없는 탐욕과 보완해야 할 시장 시스템에 주목한다. 이 책은 ‘탐욕이 부추긴 시장의 상승’ ‘공포가 반영된 시장의 하락’ ‘다시 반복되는 상승과 하락’ 등 세 부분으로 나눠 글로벌 경제의 실체와 문제점을 분석한다.
1990년대 중반 미국 경제가 호황을 누릴 무렵,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앨런 그린스펀 의장은 “지금은 비이성적 과열”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의 경고에도 사람들은 하늘마저 뚫을 기세로 치솟는 주가에 현혹돼 ‘묻지마 투자’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비명을 지르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전문가들의 숱한 경고에도 지난 시절 한 세대마다 적어도 한 번씩 비이성적 상승, 즉 누구도 말릴 수 없는 거품이 발생했다. 네덜란드의 튤립 광풍(Tulip Mania)과 영국의 남해 버블(South Sea Bubble), 프랑스의 미시시피 버블(Mississippi Bubble)이 대표적 사례다.
상호유기적인 오늘날의 글로벌 경제는 많은 장점을 지니지만, 이웃이 무너지면 나도 무너질 수 있는 구조적 문제도 안고 있다. 그리스에서 시작된 재정위기는 아일랜드와 포르투갈, 스페인으로 불똥이 튀었고, 최근에는 프랑스마저 신용 강등이라는 된서리를 맞았다. 자국 통화를 사용했다면 한 나라에 그칠 위기가 유로화 때문에 유럽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문제는 이 위험한 불길을 누구도 쉽게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인간은 누가 잘됐다고 하면 무작정 그런 무리를 따르고자 한다. 거꾸로 누군가 잘못됐다고 하면 그런 부류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인간은 또 자기가 저지른 행동의 결과를 정부가 됐든 다른 누군가가 됐든 해결해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즉 두려움을 상실한 것이다.”
저자가 탐욕으로 물든 글로벌 시장경제에 남다르게 주목한 이유는 거침없는 시장의 성장 뒤에 숨은 인간의 생각과 행동 때문이다. 지난 50여 년간 두려움이 사라진 시장에는 진실을 살피지 못하는 비이성적 과열 괴물이 죽지 않고 계속 등장했다.
“이제 도덕적 해이를 경계하고 남의 돈을 내 돈처럼 여기는 마구잡이식 투자를 자제해야 한다. 정부가 감히 대형 금융기관이 망하도록 방치할 리 없다는 분위기는 반드시 시장에서 걷어내야 한다. 또한 잠재적인 ‘대박’보다 보수적 자산에 투자 비율을 더 많이 둬야 한다.”
이제 어느 곳에 있는 투자자든 마우스 클릭 한 번으로 한때 전문가만 접근하던 자산투자에 참여할 수 있다. 아무리 경고음을 울려도 자산 거품 생성과 폭락은 또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동안 경기 부양을 위해 푼 막대한 자금이 또 다른 거품의 도화선이다. 인간의 탐욕은 언제쯤 멈추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