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어구잇집 상차림이다. 우리는 너무 많은 양의 뱀장어를 한 번에 먹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뱀장어는 강이나 호수 등 민물에 산다. 자연 상태에서는 5~12년간 민물에서 살다가, 다 자라면 8~10월에 알을 낳으려고 바다로 간다. 난류를 따라 머나먼 태평양 한복판 마리아나 열도와 필리핀 사이 서북 태평양의 심해에 가서 알을 낳고 죽는다. 부화한 어린 뱀장어는 모천으로 회귀해 거기서 자란다.
뱀장어가 어떻게 알을 낳는지 밝혀진 바가 없다. 난소와 정소를 제대로 갖춘 뱀장어를 발견하는 일도 힘들다. 뱀장어의 생태를 완전하게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니 양식이 불가능하다. 장어구잇집에서 파는 것이 다 양식 장어 아니냐고 말하겠지만 엄밀하게는 양식이 아니다. 어린 뱀장어를 잡아서 키우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축양이라 하는데, 축양 장어라 하면 어색하니 다들 양식 장어라 할 뿐이다.
태평양의 어린 뱀장어는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 동안 대양의 거친 파도를 헤치며 강으로 향한다. 이때 뱀장어는 댓잎처럼 생겼다. 강에 가까워지면서 투명한 실뱀장어로 몸을 바꾸는데, 이것을 잡아다 키우는 것이다.
뱀장어는 일본, 한국, 중국, 대만, 홍콩 할 것 없이 다들 즐기는 음식이다. 그러니 이 실뱀장어를 잡으려고 각국 어민이 경쟁한다. 사실 한국은 경쟁할 것도 없다. 태평양에서 제일 멀리 있어 가장 불리하다. 태평양 한복판에서 태어난 새끼 뱀장어가 내륙의 강으로 향하는 통로에 대만, 중국, 일본이 있고 그다음에 한국이 있기 때문이다. 대만 해역에서는 11월 중순, 일본 해역에서는 12월 즈음, 한반도 해역에서는 설 즈음부터 잡힌다. 실뱀장어가 잡힐 때면 홍콩 등에 국제시장이 형성된다. 한국을 포함한 일본, 중국, 대만 등의 양식업체가 구매에 참여한다. 실뱀장어의 무게는 0.2g 정도로, 8개월을 키우면 250g에 이르러 먹을 만하다. 올해 이 실뱀장어의 양식업체 구입 가격이 마리당 7000원이다. 장어구이가 비싸질 수밖에 없다.
1970년대만 하더라도 한반도에는 뱀장어가 무척 많았다. 자연산을 잡아 일본에 수출했다. 한강에서도 실뱀장어를 전문으로 잡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이 뱀장어가 씨가 말랐다. 실뱀장어도 올라오지 않는다. 너무 많이 잡은 탓이다. 강 생태가 바뀐 것도 큰 영향을 주었다. 서해안의 수많은 강 하구에 둑을 쌓고 간척을 해 뱀장어의 출입을 막았다. 자연산 뱀장어는 돈을 아무리 준다 해도 구할 수 없는 지경이 됐다. 이러다간 뱀장어가 천연기념물이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실뱀장어 가격이 해마다 오르는 것은 한국만이 아니라 일본, 중국, 대만 등의 강 생태도 그렇게 좋지 않다는 의미일 것이다. 실뱀장어의 국제가격이 이런 식으로 오르면 결국 뱀장어는 부자 나라 국민이나 먹게 될 테니 한국은 일본에 치일 것이 분명하다. 중국 부자의 구매력도 무시 못 하니 걱정이다.
조영제 부경대 교수는 뱀장어를 많이 먹는 것이 좋지 않다고 말한다. 뱀장어는 비타민 A와 지방질이 풍부해 건강에 좋다고 하지만 많이 먹으면 오히려 부작용이 생긴다는 것이다.
“비타민 A는 비타민 E, D, K와 같이 기름에 녹는 지용성으로 체지방에 축적되기 때문에 과잉섭취를 하면 머리가 멍해질 뿐 아니라 두통, 메스꺼움, 피부 건조 및 탈피, 탈모증, 골반 비대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따라서 비타민 A의 하루 섭취량은 2000IU로 정해져 있다. 뱀장어 살의 비타민 A 함량은 100g당 4000IU므로 일본에서 뱀장어구이 1회 섭취량을 약 50g으로 제한하는 데는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
보통 뱀장어 한 마리가 250g 정도인데 우리는 이를 1인분으로 먹는다. 그 비싼 뱀장어를 한자리에서 너무 많이 먹는 것이다. 일본의 장어덮밥 같은 메뉴를 보급하는 것이 경제에도, 건강에도 두루 좋은 일일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