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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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아닌 업무코드에 당신의 눈을 맞춰라

상사와의 갈등 해결하기

  • 김한솔 HSG 휴먼솔루션그룹 수석연구원 hskim@hsg.or.kr

    입력2012-02-27 13: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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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 과장, 여기 또 글자가 틀렸네?”

    방 과장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온다. 오늘만 벌써 세 번째다. 다른 직원들도 왠지 키득거리는 분위기다. 요즘 방 과장은 새로 온 김 차장 때문에 맞춤법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다. ‘마케팅 전문가’라며 팀장이 스카우트해온 김 차장이 방 과장에겐 국어 선생님일 뿐이다. 어쩌면 저렇게 제안서에 숨어 있는 오탈자를 귀신같이 잡아내는지. 완벽한 제안서를 쓰려는 꼼꼼함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방 과장은 마케팅 전문가의 시각을 좀 배우고 싶다.

    눈에 불을 켜고 틀린 글자 없나 하나하나 다시 짚어가고 있는데, 옆자리 최 대리가 말을 건다.

    “과장님, 내일 아침에 보고 드리겠다고 했던 기획서 초안, 오후 2시 정도에 보여드리면….”

    안 그래도 심란한데 부하직원까지 속을 썩인다.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오른 방 과장.



    “지금 장난해? 사흘이나 시간 여유를 줬잖아! 또 미루겠다는 거야 지금?”이라고 소리를 빽 지르고 그는 옥상으로 올라와버렸다. 그의 업무태도는 뭐가 잘못된 걸까.

    싸우거나 도망가거나(fight or flight). 나를 짜증나게 만드는 상대에 대한 반응은 크게 이 두 가지다. 만일 상대가 상사라면 어떨까. 상사에 맞서 싸울 만한 강심장은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대부분 일단 도망친다. 그러고는 뒤에서 싸운다, 소주 한 잔과 함께. 하지만 아무리 그래봐야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술 때문에 자기 몸만 더 힘들다.

    더 큰 문제는 그 화가 언젠가는 터진다는 것이다. 누구에게? 바로 자신의 부하직원 혹은 만만한 제3자에게. 프랑스의 정신분석학자 프란츠 파농은 이를 ‘수평폭력’이라고 했다. 자신을 화나게 한 상대에게 직접적인 분노를 드러낼 수 없을 때 자신과 비슷하거나 좀 더 약해 보이는 사람에게 대신 분노를 드러내는 현상이다. 방 과장이 김 차장에게서 받은 화를 애꿎은 최 대리에게 푼 것처럼. 사실 이는 우리가 인간이기에 벌어지는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다. 심리학자들은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화의 크기는 정해져 있다고 얘기한다. 그 화가 해소되지 않고 쌓이다 보면 어딘가로 분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것도 갑자기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화는 반드시 정당한 방법으로 풀어야 한다.

    그럼 상사와의 갈등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 피하면 더 큰 문제가 되므로 무조건 싸워야 하나. 글쎄, 그건 쉽지 않다. 갈등이 있는 상사와의 공존방법은 따로 있다.

    먼저 쉬운 질문 하나. 맘에 드는 이성이 있으면 대부분 어떻게 행동할까. 상대가 뭘 좋아하는지, 요즘 관심사는 무엇인지, 무슨 얘기를 싫어하는지 등 시시콜콜한 것까지 관심을 갖는다. 그리고 그것에 맞춘다. 갑자기 연애 얘기를 하는 이유는 상사와의 관계에서도 이런 마음가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오해하지 마시라. 상사와 연애하라는 게 아니다. 자신의 본모습을 버리고 아부하라는 것도 아니다. 상사에 대한 개인적 관심이 아니라 ‘업무적 코드’를 맞추라는 뜻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김 차장처럼 오탈자에 민감한 상사라면 그에게 보고할 때는 적어도 ‘그 문제’는 없도록 해야 한다. 중간보고에 목을 매는 상사라면 귀찮다고 느낄 정도로 자주 찾아가야 한다. 상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뭔지 제대로 관찰하고 적어도 그 부분은 만족시켜줘야 한다는 얘기다.

    터뜨릴 수도 없고 도망가기도 지친 상사와의 갈등 탓에 애꿎은 제3자까지 힘들게 하지는 말자. 자신의 행동 하나만 바뀌면 상사도, 당신도, 당신의 화가 불똥이 돼 피해를 입게 될 제3자도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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