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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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블루오션 아닌 펫산업

[이학범의 펫폴리] 반려동물 수 증가 둔화하고 관련 자영업자 수도 줄어

  • 이학범 수의사·데일리벳 대표

    입력2024-08-14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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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 반려동물과 행복한 동행을 위해 관련법 및 제도가 점점 진화하고 있다. ‘멍냥 집사’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반려동물(pet)+정책(policy)’을 이학범 수의사가 알기 쉽게 정리해준다.
    요즘 경기가 정말 안 좋습니다. 올해 상반기 임금 체불액이 사상 처음으로 1조 원을 돌파했고, 1~5월 자영업자 실업급여 지급액이 전년보다 10.6% 증가했다고 합니다. 외식업체 81만8867개 중 지난해 폐업한 업체 수는 17만6258개로 코로나19 사태가 가장 극심했던 2020년(9만6530개)보다 82.6% 늘었습니다. 폐업률도 21.52%에 달합니다.

    그런데 이런 불황에도 반려동물산업(펫산업)은 커지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블루오션이라는 얘기가 들립니다. “급성장하는 펫산업” “불황에도 펫코노미 뜬다” “펫산업 활황” “반려동물 전성시대, 펫펨족 잡아라” 같은 기사 제목이 넘쳐납니다.


    지난해 반려동물 영업장 8종 가운데 영업장 수 상위 업종인 동물위탁관리업(호텔링) 점포 수가 크게 줄었다. [GettyImages]

    지난해 반려동물 영업장 8종 가운데 영업장 수 상위 업종인 동물위탁관리업(호텔링) 점포 수가 크게 줄었다. [GettyImages]

    코로나19 때도 성장했는데

    얼마 전까지 펫산업은 꾸준한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많은 산업이 붕괴 직전에 몰렸을 때 펫산업은 오히려 성장해 동물병원과 반려동물 카페·호텔·미용실이 수백~수천 개씩 늘었습니다. 특히 반려동물미용실(동물미용업)은 2020년 7271개에서 2022년 8868개까지 증가했죠.

    하지만 요즘은 상황이 좀 다릅니다. 최근 나온 통계를 보면 펫산업도 경기불황 여파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시장조사 전문업체 유로모니터가 6월 발표한 ‘국내 반려동물 시장 현황’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반려견 수는 전년 대비 0.1%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반려묘 수는 3%대로 증가했으나 최근 10년 사이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강아지 두수 성장은 한계에 다다랐고 고양이마저 두수 증가가 둔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1인 가구 비율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반려동물을 더 많이 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전망이었습니다. 하지만 경기불황 때문에 혼자 생활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1인 가구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반려동물을 양육하기에는 1인 가구에게 경제적·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거죠.

    ‌반려동물 관련 자영업자(반려동물 영업장)도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2023년 반려동물 보호·복지 실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반려동물 영업장 8종의 점포 수는 총 2만575개로 전년 대비 1501개 감소했습니다. 그중 영업장 수 톱3인 동물미용업(-464개), 동물위탁관리업(-214개), 동물판매업(-790개)은 업장 수가 수백 개씩 줄었습니다. 반려동물 영업장 8종의 수가 감소한 건 2018년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처음입니다.

    정부 펫산업 정책 살펴봐야

    이런 통계를 보면 펫산업도 더는 블루오션이라고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게 통계로 확인되는 만큼, “펫산업은 무조건 뜬다”며 마구잡이로 시장에 뛰어들었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입니다.

    따라서 반려동물 관련 사업에 관심이 있거나 사업을 준비 중이라면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2가지 정책을 꼭 살펴보기를 권합니다. 하나는 규제책인 ‘반려동물영업 관리강화 방안’이고, 다른 하나는 지원책인 ‘반려동물 연관 산업 육성대책’인데요. 정부가 각각에 대해 어떤 방침을 세우고 있는지 알아야 향후 적절한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반려동물영업 관리강화 방안에는 동물생산업 부모견 등록, 반려동물 이력제 도입, 변칙영업(신종 펫숍) 근절, 불법영업 집중 단속, 반려동물 분양(입양) 전 교육 제도화 같은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그중 핵심은 반려견을 동물등록하는 것처럼 동물생산업에서도 부모견(모견·종견)을 동물등록하도록 의무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반려동물 생산-판매-양육 전 단계를 추적·관리하는 ‘이력제’를 시행하는 것입니다. 반려동물 이력제가 시행되면 소, 돼지 등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축산물 이력제’처럼 보호자가 반려견의 부모견과 동물생산업장을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 동물생산업장에서 사육되는 동물이 질병·상해를 입은 경우 수의사 검진 내역 기록·관리를 의무화하며, 반려동물 입양 전 교육을 제도화해 반려인이 충동적으로 반려동물을 분양받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반려동물 연관 산업 육성대책에는 펫푸드(반려동물 사료 및 간식) 특화제도 마련 및 생산 기반 강화, 펫테크 스타트업 육성 및 데이터 생태계 조성, 반려동물 실증 종합 인프라 조성, 벤처 투자 및 자금 지원 강화, 해외시장 개척 지원 및 수출지원체계 구축 등이 담겼습니다. 현재 반려동물 사료는 축산용 사료와 함께 ‘사료관리법’ 적용을 받습니다. 이를 분리해 가축용 사료와 구분되면서 글로벌스탠더드에 부합하는 펫푸드 제도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 밖에 반려동물 산업 자체를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육성하고자 ‘반려동물 연관 산업 육성법(가칭)’ 제정을 추진합니다. 이 법이 제정되면 관련 산업 분야에 대한 지원 근거가 더 명확해질 전망입니다.

    반려동물 산업은 더는 불황을 모르고 성장하는 시장이 아닙니다. 펫산업에 관심 있다면 정부 계획을 신중히 살펴보고 미래를 예측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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