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역 주택 가격 상승이 20주 가까이 지속되자 ‘주택 공급 부족론’이 다시금 힘을 받고 있다. 지금 같은 수준으로 수요가 시장에 계속 유입된다면 중단기적으로 집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함께 나온다. 이 같은 시장의 우려에 대해 정부는 주택 공급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올해와 내년 서울 입주 물량이 지난 10년 평균치 이상이라는 전망이 주된 근거다. 그뿐 아니라 이번 정부 들어 꺼내 든 2023~2027년 주택 270만 채 공급 계획도 실행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도 공급 부족을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처럼 주택 공급에서도 어느 지점을 중점적으로 보는지에 따라 시장 상황이 달리 해석될 수 있다. 주택 공급과 관련된 각종 통계와 수치를 볼 때 주의가 필요한 이유다. 필자는 현재 주택 공급 상황을 시장의 주된 논쟁거리인 ‘입주 물량’을 기준으로 살펴보겠다.
주택 공급이 충분하다는 주장의 근거부터 살펴보자. 주택 공급이 충분하다는 정부 입장은 서울시 통계에 근거를 두고 있다. 서울시는 서울 아파트 공급량이 올해 3만7897채, 내년 4만8329채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지난 10년 평균 주택 공급량이 3만8004채이니 올해는 평년 수준, 내년에는 평년보다 30% 가까이 많은 주택이 공급된다는 전망이다. 2018년 이후 부동산 경기 호조로 주택 공급이 평년보다 많았음을 고려하면 올해와 내년 서울 공급량이 적지 않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한국부동산원이 추산한 입주 예정 물량은 이보다는 적다. 한국부동산원은 민간 부동산 정보 포털 부동산R114와 함께 반기마다 향후 2년간 예상되는 공동주택 입주 물량을 발표한다. 가장 최근인 2월 8일 발표된 2023년 12월 기준 전망치에 따르면 서울 공동주택 입주 물량은 올해 2만8664채, 내년 3만1365채로 추산된다. 서울시 추산에 견주면 각각 25%, 35% 적은 수치다. 지난 10년 평균 아파트 공급량(3만8004채)과 비교해도 17% 내지 25% 적다. 민간 부동산 정보 플랫폼업계가 예상한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이보다 더 적다. 올해 초 민간 플랫폼이 발표한 2024년 공급량 예상치를 보면 부동산R114 1만1000채, 직방 1만2000채, 아실 1만6000채 등이다. 서울시 추정치와는 최대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한국부동산원은 자체 관리하는 ‘청약홈’ 등재 대상인 30채 이상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청약 정보와 건축물 인허가 및 착공 정보, 정비사업 정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입주 물량을 산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 부동산 정보 플랫폼의 물량 추산은 입주 예정 단지를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 결과를 반영한다. 매달 단지별 사업 주체에게 예상 입주 시기를 인터뷰해 물량을 산출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공공 부문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비해 월별 변화를 그때그때 반영한다는 게 장점이다. 시장에서 흔히 선호하는 주택 입주 물량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청년안심주택이나 공공주택은 입주 예정 물량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정비 사업 부진을 감안해 재건축·재개발 입주 예정 물량도 보수적으로 산출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저마다 다른 통계 속에서 주택 공급 현실을 명확히 파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넓은 범위를 포괄하는 서울시 자료를 중심으로 하되, 시장 영향력이 적은 주택 유형을 제외하는 게 합리적으로 보인다. 정비사업 주택에 관심이 있다면 민간 부동산 정보 플랫폼을 통해 매달 변화하는 공급 추이를 확인하는 것도 보조적 수단으로 활용할 만하다.
선행지표를 살펴보면 2026년 이후 주택 공급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가령 지난해 수도권 주택 착공량은 2005~2022년 평균치인 21만6000채에 크게 못 미치는 12만1000채에 불과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착공량이 적었던 2008~2010년 평균치와 비슷한 수준이다. 착공량이 가장 많았던 2015년(38만4000채)과 비교하면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아파트만 따로 분석해보면 지난해 수도권 착공량은 10만2000채로 2005~2022년 평균치(15만6000채) 대비 65.7%, 직전 10년 평균치 대비 54.3%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 수도권 아파트 누적 착공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4.9% 증가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기저효과에 따른 것으로 여전히 평년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게다가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태 여파로 비(非)아파트(단독·다세대·연립주택) 착공량도 크게 줄어 주거 안정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 아파트 전세 및 매매시장 수요 증가로 이어지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뉴스1]
시장에서 체감하는 주택 공급은 ‘입주 물량’
주택 공급 첫걸음은 건축 인허가, 혹은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 단계다. 인허가 수량은 주택 공급의 선행지표로서 의미가 있다. 가령 2022년 8·16 부동산대책의 270만 채 공급 계획은 모두 인허가 기준이다. 그다음은 착공 혹은 분양 단계다. 여전히 국내 주택시장이 선(先)분양체제로 운영되는 상황에서 착공과 분양은 선후를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거의 동시에 이뤄진다. 매몰 비용이 큰 건설 사업의 특성상 한 번 착공한 사업은 중단하기 매우 어렵다. 따라서 착공 물량은 일단 공사가 끝나면 확실히 주택이 될 물량이기에 불확실성이 낮은 공급 선행지표로서 기능한다. 마지막으로 준공 혹은 입주 단계다. 이는 실제 집에 들어가 살 수 있는 상태라서 시장에서 실제 체감할 수 있는 주택 공급이라 하겠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대규모 아파트 단지 입주를 전후한 시기에는 전세와 매매 매물이 일시적으로 초과 공급돼 인근 주택 가격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처럼 주택 공급에서도 어느 지점을 중점적으로 보는지에 따라 시장 상황이 달리 해석될 수 있다. 주택 공급과 관련된 각종 통계와 수치를 볼 때 주의가 필요한 이유다. 필자는 현재 주택 공급 상황을 시장의 주된 논쟁거리인 ‘입주 물량’을 기준으로 살펴보겠다.
주택 공급이 충분하다는 주장의 근거부터 살펴보자. 주택 공급이 충분하다는 정부 입장은 서울시 통계에 근거를 두고 있다. 서울시는 서울 아파트 공급량이 올해 3만7897채, 내년 4만8329채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지난 10년 평균 주택 공급량이 3만8004채이니 올해는 평년 수준, 내년에는 평년보다 30% 가까이 많은 주택이 공급된다는 전망이다. 2018년 이후 부동산 경기 호조로 주택 공급이 평년보다 많았음을 고려하면 올해와 내년 서울 공급량이 적지 않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한국부동산원이 추산한 입주 예정 물량은 이보다는 적다. 한국부동산원은 민간 부동산 정보 포털 부동산R114와 함께 반기마다 향후 2년간 예상되는 공동주택 입주 물량을 발표한다. 가장 최근인 2월 8일 발표된 2023년 12월 기준 전망치에 따르면 서울 공동주택 입주 물량은 올해 2만8664채, 내년 3만1365채로 추산된다. 서울시 추산에 견주면 각각 25%, 35% 적은 수치다. 지난 10년 평균 아파트 공급량(3만8004채)과 비교해도 17% 내지 25% 적다. 민간 부동산 정보 플랫폼업계가 예상한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이보다 더 적다. 올해 초 민간 플랫폼이 발표한 2024년 공급량 예상치를 보면 부동산R114 1만1000채, 직방 1만2000채, 아실 1만6000채 등이다. 서울시 추정치와는 최대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서울시 주택 공급 추산치 20% ‘청년안심주택’
이처럼 공공과 민간의 주택 공급량 추정치가 다른 이유는 입주 물량 산입 범위와 산출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먼저 서울시가 발표한 입주 물량은 흔히 말하는 아파트 외에도 법적으로 아파트에 포함되는 ‘청년안심주택’을 포함하고 있다. 내년까지 계획된 서울 청년안심주택 공급량은 약 1만7000채로, 전체 입주 물량 추정치의 20% 수준이다. 반면 한국부동산원과 민간 부동산 정보 플랫폼의 입주 예정 물량에는 청년안심주택이 포함되지 않는다. 청년안심주택은 입주 계층이 청년이나 신혼부부 등으로 제한적이며, 법적으론 아파트가 맞지만 전용면적 57㎡ 이하로 작다.
한국부동산원은 자체 관리하는 ‘청약홈’ 등재 대상인 30채 이상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청약 정보와 건축물 인허가 및 착공 정보, 정비사업 정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입주 물량을 산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 부동산 정보 플랫폼의 물량 추산은 입주 예정 단지를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 결과를 반영한다. 매달 단지별 사업 주체에게 예상 입주 시기를 인터뷰해 물량을 산출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공공 부문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비해 월별 변화를 그때그때 반영한다는 게 장점이다. 시장에서 흔히 선호하는 주택 입주 물량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청년안심주택이나 공공주택은 입주 예정 물량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정비 사업 부진을 감안해 재건축·재개발 입주 예정 물량도 보수적으로 산출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저마다 다른 통계 속에서 주택 공급 현실을 명확히 파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넓은 범위를 포괄하는 서울시 자료를 중심으로 하되, 시장 영향력이 적은 주택 유형을 제외하는 게 합리적으로 보인다. 정비사업 주택에 관심이 있다면 민간 부동산 정보 플랫폼을 통해 매달 변화하는 공급 추이를 확인하는 것도 보조적 수단으로 활용할 만하다.
선행지표를 살펴보면 2026년 이후 주택 공급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가령 지난해 수도권 주택 착공량은 2005~2022년 평균치인 21만6000채에 크게 못 미치는 12만1000채에 불과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착공량이 적었던 2008~2010년 평균치와 비슷한 수준이다. 착공량이 가장 많았던 2015년(38만4000채)과 비교하면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아파트만 따로 분석해보면 지난해 수도권 착공량은 10만2000채로 2005~2022년 평균치(15만6000채) 대비 65.7%, 직전 10년 평균치 대비 54.3%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 수도권 아파트 누적 착공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4.9% 증가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기저효과에 따른 것으로 여전히 평년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게다가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태 여파로 비(非)아파트(단독·다세대·연립주택) 착공량도 크게 줄어 주거 안정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 아파트 전세 및 매매시장 수요 증가로 이어지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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