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제롬 파월 의장이 7월 30~31일(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이다. 이번에는 기준금리를 현 수준(5.25~5.50%)으로 유지하지만 9월 17~18일 FOMC 정례회의 때는 금리인하에 돌입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시장은 환호했지만 그 기쁨은 오래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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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증시 폭락 부른 경기침체 공포
미국의 고용 지표 악화가 트리거가 됐다. 미국 노동부가 8월 4일(현지 시간) 발표한 고용 동향에 따르면 미국 7월 실업률은 4.3%로 전월 대비 0.2%p 올랐다. 2021년 10월 4.6%를 기록한 이후 2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것이다. 7월 비농업 일자리도 시장 전망치(17만6000명)에 못 미치는 11만4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당일 보도된 미국 반도체 대표 기업 인텔의 1만5000명 구조조정 계획 발표도 빅테크의 대량 해고 가능성을 우려하게 만들었다.
미국은 국가 경제의 70%를 민간소비가 차지한다. 민간소비의 60%는 임금이 지탱한다. 고용시장이 냉랭해진다는 것은 소비도 둔화된다는 의미다. 이전까지 경제 지표 부진은 금리인하 분위기가 무르익었음을 나타내는 호재로 여겨졌지만, 파월 의장의 발언으로 9월 인하가 예정된 상황에서는 순식간에 악재가 됐다. 이후 미국발(發) ‘R(recession: 경기침체)의 공포’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글로벌 자본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현재 많은 전문가가 최근 일어난 증시 폭락 사태를 둘러싸고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분명한 것은 9월 금리인하가 기정사실화됐다는 점이다. 글로벌 증시가 패닉에 빠지자 연준이 긴급 금리인하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지만 대다수 전문가는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긴급 금리인하는 미국 경제가 심각하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해 오히려 공포감을 조장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리인하가 시작되면 투자 포트폴리오도 달라져야 한다. 금리인하기에 주목해야 하는 자산은 따로 있기 때문이다. 먼저 채권은 8월 5일 미국 경기침체 공포로 시작된 주가 폭락 사태 속에서도 상승해 주목받았다. 미 장기채 ETF(상장지수펀드)의 경우 주가가 4~8%가량 상승하며 강세를 보였다.
채권은 원래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자산이다. 그래서 고금리가 지속될 때는 이자수익(표면수익)이 주된 투자 방법이지만, 금리가 하락할 때는 채권 가격 상승으로 매매를 통한 시세차익도 함께 누릴 수 있다. 특히 듀레이션(투자금을 회수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어 향후 발생할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장기채는 금리 변화에 따른 가격 변동 폭이 커 단기채보다 시세차익을 내는 데 유리하다.
사실 채권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은 금리인하 기대감으로 올해 초부터 높았다. 금융투자협회가 6월 발표한 바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개인투자자의 장외 채권 순매수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20.3% 늘어난 23조1000억 원으로, 반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자금조달 어려움 겪던 리츠·바이오주 반등
리츠(REITs: 부동산 투자 펀드)도 대표적인 금리인하 수혜주 중 하나다. 금리가 내려가면 리츠의 자금조달 비용이 줄어 편입된 자산 수익률이 올라갈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미국 금리인하가 임박하면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해외 부동산 리츠가 먼저 반등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8월 7일 기준 ‘KODEX 미국부동산리츠(H)’가 3개월 수익률 12.8%로 1위를 달리고 있으며, ‘ACE 미국다우존스리츠(합성 H)’가 12.52%, ‘RISE 글로벌리얼티인컴’이 11.96%, ‘TIGER 미국MSCI리츠(합성 H)’가 11.34%, ‘RISE 글로벌데이터센터리츠(합성)’이 10.21%로 뒤를 잇고 있다.
그동안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던 국내 리츠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8월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리츠 시가총액 상위 10곳을 담은 ‘KRX리츠톱(TOP)10’ 지수가 지난 한 달간 6.07% 올랐다. 상장 리츠 24개 상품 중 18개가 플러스 수익률을 냈다. 롯데리츠(16.2%)와 이리츠코크렙(12.81%)은 10% 넘는 강세를 띠고 있다. 지난해 국내 주요 리츠는 주가가 25% 넘게 내리기도 했는데 올해 들어 손실을 만회하고 있다.
금리인하가 시작되면 대표 성장주로 분류되는 바이오 업종도 수혜가 예상된다. 엄민용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제약바이오 업종이 소외된 것은 금리인상에 따른 자금조달 어려움 때문이었다”며 “이제 금리인하로 바이오테크의 자금조달이 수월해지면 그 기업들의 주가가 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전망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SK바이오팜, 알테오젠, HLB, 유한양행, 한미약품, 셀트리온제약, SK바이오사이언스, 한미사이언스 등 국내 대표 10개 제약바이오 기업을 담은 ‘TIGER 바이오TOP10’이 지난 한 달간 변동성 장세에도 6.5% 수익률을 거둔 것에서 확인된다. 또한 같은 기간 ‘KODEX 헬스케어’는 2.52%, ‘TIGER 헬스케어’는 2.29% 등 플러스 수익률을 거뒀다.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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