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영, 1차 과제는 주전 경쟁
독일 분데스리가 FSV 마인츠 05의 이재성. [GETTYIMAGES]
독일 분데스리가 FSV 마인츠 05에서 뛰는 이재성은 조용하지만 인상적인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2019년 당시 2부 리그였던 홀슈타인 킬에 합류해 독일 무대에 진출한 지 6년이 넘었다. 지금 활약 중인 마인츠로 이적한 것도 3년 전이다. 그사이 이재성은 팀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시즌에도 확실하게 주전 자리를 꿰차며 여러 포지션을 오갔다. 이재성의 활약과는 별개로 마인츠가 강등 위기에 처하면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알토란 같은 득점으로 팀을 구했다. 감독이 2번이나 바뀌는 혼란 속에서도 묵묵히 팀의 중심을 잡아준 것이다. 이번 시즌도 이재성 개인의 활약에는 아무런 의심이 없다. 다만 전력 보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마인츠이기에 지난 시즌 위기가 다시 찾아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VfB 슈투트가르트의 정우영은 이번 시즌 리그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한다. 2시즌 전만 해도 강등 위기였던 슈투트가르트는 지난 시즌 돌풍을 일으키며 3위까지 올라갔다. 정우영의 이번 시즌 1차 과제는 주전 경쟁이다. 그가 SC 프라이부르크에서 슈투트가르트로 이적한 데는 바이에른 뮌헨 B팀 시절 감독이던 제바스티안 회네스의 존재가 컸다. 프라이부르크에서 받는 기회가 제한적이다 보니 자신을 잘 아는 회네스 감독이 이끄는 슈투트가르트에서 상황을 타개해보겠다는 취지였다. 실제로 정우영은 지난 시즌 개막전부터 선발 출전 기회를 얻으며 돌파구를 찾는 듯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가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다녀온 사이 입지가 달라져버렸다는 점이다. 정우영이 자리를 비운 사이 베스트 11 윤곽이 바뀌었고, 심지어 팀이 연승 행진까지 하면서 선발 명단에 큰 변화 없이 남은 시즌을 이어갔다. 그래서 이번 시즌 정우영은 어느 때보다 확실한 눈도장을 찍어야 한다. 경쟁자인 엔조 밀로가 프랑스 올림픽 대표팀 차출로 프리시즌을 제대로 치르지 못한 점을 기회로 삼아야 한다. 팀이 유럽 대항전을 병행하는 까닭에 출전 시간 자체는 늘어나겠지만 시즌 초반 주전 경쟁에서 앞설 확실한 활약이 요구된다.
세르비아 리그 MVP 황인범
세르비아 수페르리가 츠르베나 즈베즈다의 황인범. [GETTYIMAGES]
세르비아 수페르리가의 FK 츠르베나 즈베즈다(레드스타 베오그라드) 유니폼을 입고 단 1시즌 만에 최고 활약을 보여준 황인범. 팀이 챔피언 자리를 지키는 데 일조했고, 본인도 리그 MVP를 수상하며 활짝 웃었다. 그리스 올림피아코스에서 구단과 갈등으로 곤경에 처한 상황에서 손을 내민 츠르베나 즈베즈다에 보답한 셈이다. 지난 시즌 리그 활약이나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모습을 보자면 더 높은 리그에서 뛰어도 경쟁력이 충분할 정도였다. 실제 이적시장 초반에는 황인범의 스페인, 이탈리아 등 빅리그 이적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다만 그 후 추가 소식은 잠잠한 상태다. 이번 시즌 황인범으로선 세르비아 리그에서 활약보다 이적시장 마지막까지 팀을 옮길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세르비아로 날아간 설영우는 황인범의 팀 동료가 됐다. 아시안컵 때부터 본격적인 유럽 진출 기사가 나오더니 결국 K리그1 울산 HD를 떠나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됐다. 현대 축구에서 계속 중요성이 커지는 측면 수비수, 풀백 포지션인 데다, 좌우를 병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 츠르베나 즈베즈다는 지난 시즌부터 풀백 변화를 고민하고 있었다. 설영우가 주로 뛸 왼쪽에는 베테랑 밀란 로디치가 있는데 1991년생으로 이제 ‘노장’이다. 오른쪽도 코스타 네델리코비치가 이적했다. 시즌 초반 주전으로 나서는 오그넨 미모비치는 2004년생으로 어느 쪽에 서든 설영우의 경쟁력은 충분하다. 일단 어깨 부상 후 깜짝 데뷔전을 치른 지난 3라운드는 변형 백스리 일원으로 출전했다. 설영우를 바로 선발 출전시켰다는 점에서 코칭스태프의 기대감이 느껴진다.
벨기에 프로 리그 홍현석·오현규
KAA 헨트에서 주로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약하는 홍현석은 벨기에 리그에서 3번째 시즌을 맞았다. 오스트리아 라스크에서 이적한 후 실력을 인정받았고, 지난 2시즌 동안 주전으로 그라운드를 누볐다. 지난 시즌에는 한국 국가대표팀과 리그를 오가는 힘든 일정을 소화했는데, 팀 차원에서 출전 시간을 관리하는 등 배려해주기도 했다. 그만큼 홍현석이 팀 핵심 선수로 인정받고 있다는 얘기다. 이번 시즌도 팀 내 입지, 주전 경쟁, 리그 활약에서 문제될 것이 없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우승으로 병역 문제를 해결한 그가 이적시장에서 한 단계 더 도약할지 관심이 쏠린다.
오현규는 스코틀랜드 셀틱을 떠나 벨기에 KRC 헹크 유니폼을 입었다. 아시아 선수를 지도한 경험이 있는 토르슈텐 핑크 감독이 새롭게 부임한 팀이다. 이번 시즌은 오현규에게 무척이나 중요하게 다가온다. 큰 기대를 안고 유럽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셀틱에선 기회를 자주 얻지 못했다. 현재 토트넘 홋스퍼로 간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있을 때는 그나마 사정이 나았지만, 지난 시즌 브렌던 로저스 감독 부임 후에는 사실상 핵심 전력에서 멀어졌다. 뛸 수 있는 팀이 필요한 시점에 오현규를 원하는 헹크가 나타났다. 당장은 주전보다 백업으로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크다. 스트라이커 톨루 아로코다레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씩 출전 시간을 늘리는 것에 주안점을 두면서도 공격수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득점이 빨리 터져야 한다.
잉글리시 챔피언십 스토크 시티의 배준호. [GETTYIMAGES]
배준호는 3부 리그 강등 위기였던 스토크 시티가 2부 리그 잉글리시 챔피언십에 잔류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대전하나시티즌을 떠나 잉글랜드 2부 리그로 날아갔을 때만 해도 이렇게 빨리 핵심 선수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팀이 위기에 빠지고 감독이 자주 바뀌는 등 혼란스러웠던 게 오히려 배준호에게는 호재로 작용했다. 스티븐 슈마허 감독은 부임 후 배준호를 적극 기용됐고 그 또한 활약으로 감독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이적시장에서 많은 팀이 배준호를 원하고 있지만 스토크 시티는 그를 쉽게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인다. 현재 스토크 시티에서 가장 축구를 잘하는 선수가 바로 배준호라서 그렇다.
2002년생 엄지성도 광주FC를 떠나 스완지 시티로 이적했다. 아직 병역을 해결하지 못한 선수에게 4년 계약과 등번호 10번을 안긴 것을 보면 스완지 시티의 높은 기대감이 엿보인다. 엄지성은 주로 왼쪽에서 활약하는 반대 발 윙 포워드다. K리그에 데뷔한 2021년부터 뛰어난 기술과 과감한 전진 드리블, 날카로운 킥으로 일찌감치 차세대 스타로 낙점받았다. 스완지 시티는 지난 시즌 왼쪽에서 뛴 선수들이 모두 팀을 떠난 상태다. 엄지성이 빨리 적응만 한다면 기회를 충분히 얻을 수 있는 환경이다. 엄지성은 기술만 놓고 보면 잉글리시 챔피언십 무대에서 모자라는 점이 없다. 향후 체력과 유럽 수비수들과의 몸싸움 등이 관건으로 꼽힌다.
권혁규와 양현준, 이제 경쟁력 보여줄 때
스코티시 프리미어리그 권혁규·양현준
스코티시 프리미어리그 셀틱의 권혁규(세인트 미렌 임대)와 양현준은 젊은 한국 선수의 유럽 진출에 다시금 물꼬를 텄다. 이들이 K리그에서 유럽으로 직행하며 국내 리그에서 활약이 유럽 진출 프로필이 된다는 점을 보여줬다. 이제 다음 과제는 유럽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보이는 것인데, 두 선수 모두 만만치 않은 경쟁에 직면해 있다. 지난 시즌 상황이 좀 더 나았던 것은 양현준이다. 로저스 감독의 구상에 계속 포함된 덕에 주로 교체이긴 했지만 출전 시간을 얻었다. 현재로선 이번 시즌에도 비슷한 상황이 이어질 전망이다. 그래도 출전 시간이 주어진다는 점에서 그 시간을 최대한 자기 것으로 만드는 수밖에 없다. 중앙 미드필더인 권혁규는 포지션이 겹치는 선수가 많아지자 후반기 세인트 미렌 임대를 선택했다. 세인트 미렌에선 주로 선발 출전하며 가능성을 내비쳤다. 프리시즌 출전도 그렇고, 개막전 명단을 봤을 때 이번 시즌 역시 어려운 상황이 예상된다. 뛰기 위한 선택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