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52

..

[영상] 이형수 대표 “엔비디아 2분기 실적이 글로벌 증시 흐름의 중대 분수령”

매출 성장률 꺾여도 최근 조정으로 시장은 실적 발표 긍정 해석 가능

  • reporterImage

    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입력2024-08-09 09: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엔비디아도 글로벌 증시 대폭락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8월 5일 글로벌 증시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과 미국 경기침제 우려로 패닉셀(공포 투매)이 이어지며 블랙먼데이 공포에 휩싸였다. 다음 날 글로벌 증시는 일본 증시를 시작으로 진정 국면에 들어섰지만, 투자자들은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특히 상반기 글로벌 증시 랠리를 이끌던 엔비디아는 인공지능(AI) 거품론뿐 아니라, 반(反)엔비디아 흐름 강화, 미국 법무부의 반독점 위반 조사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8월 28일 예정된 엔비디아 2분기 실적 발표가 글로벌 증시 흐름을 좌우하는 중대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엔비디아의 2분기 실적에 따라 글로벌 증시가 반등할 수도, 또다시 조정 국면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AI 전문가인 이형수 HSL파트너스 대표는 “엔비디아의 2분기 매출 성장률은 1분기 대비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글로벌 증시 대폭락으로 엔비디아 주가가 이미 큰 폭으로 조정받은 상태라 시장은 2분기 실적을 오히려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증시가 파랗게 물들었던 8월 5일 ‘블랙먼데이’에 이 대표를 만나 시장에 제기되고 있는 엔비디아 악재를 분석하고 투자전략을 들었다.

    이형수 HSL파트너스 대표. [이상윤]

    이형수 HSL파트너스 대표. [이상윤]

    반도체 조정 이끈 트럼프의 입

    글로벌 증시 대폭락으로 AI 반도체 관련주의 변동성도 커졌다.

    “8월 5일 블랙먼데이는 일본 정부의 금리인상에 따른 엔 케리 트레이드 청산 공포 때문에 나타났다. 다만 AI 반도체 조정의 트리거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의 입에서 시작됐다. 최근 트럼프는 대만 파운드리업체 TSMC가 미국 반도체 기술을 훔쳐 갔다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에 트럼프가 당선하면 반도체 분야를 강력하게 제재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전 세계 반도체 관련주가 약세로 전환됐다. 또한 미국 빅테크 기업의 실망스러운 2분기 실적 발표도 반도체 관련주가 약세 전환하는 빌미가 됐다.”

    블랙웰 결함은 큰 문제 아냐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반도체 블랙웰이 설계 부분에서 결함이 발견됐다는 소식도 악재가 됐다.

    “엔비디아는 공식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부인했지만, 블랙웰 시리즈 가운데 최상위 제품인 GB200에 결함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GB200은 B200 2개에 중앙처리장치(CPU) 그레이스를 붙인 제품인데, 칩 연결 부분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 이는 TSMC 제조 과정에서 생긴 결함이 아닌, 설계 결함으로 보인다.”

    최근 애플은 AI 서비스 기반이 되는 ‘애플 인텔리전스 파운데이션 언어 모델(AFM)’에 엔비디아 AI 반도체 대신 구글 TPU를 사용했다고 밝혔는데.

    “애플이 엔비디아 칩을 쓰지 않고 데이터트레이닝을 했다는 사실에 엔비디아 투자자들은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다만 애플은 엔비디아의 주요 고객이 아니다. 엔비디아의 주요 고객은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픈AI, 메타플랫폼스다. 아마 애플이 구글 TPU를 사용한 것은 엔비디아 칩을 수급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의도된 ‘탈엔비디아’가 아닌, 임기응변으로 구글 TPU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당분간 탈엔비디아 흐름이 강하게 나타나지 못하리라고 보는 건가.

    “맞다. 테슬라도 도조 칩을 보유하고 있지만 XAI용 데이터트레이닝을 위해 엔비디아 H100 9만 개를 구입하기로 했다. 추후 10만~20만 개를 더 구입할 수도 있다. 구글 역시 클라우드에 엔비디아 칩을 많이 쓴다. AI 시장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엔비디아 칩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AI 반도체 및 빅테크 기업 버블론도 나오고 있는데.

    “빅테크 기업 버블론은 말도 안 된다. 구글이 2분기 실적 발표에서 분기마다 120억 달러(약 16조50000억 원) 정도를 투자한다고 하자 과잉 투자 우려와 함께 버블론이 커졌다. 이에 대해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과잉 투자일 수도 있지만, 과잉 투자가 과소 투자보다는 리스크가 덜하다’며 ‘소극적인 투자로 AI 핵심 리딩 기업에서 빠지는 것이 훨씬 더 큰 리스크’라고 말했다. 이 말에 동감한다. AI 트렌드는 10년 사이클이다. 이 사이클이 현재 꺾였다고 보긴 힘들다. 다만 AI 반도체 주가는 약간 버블이 있어 보인다. 엔비디아는 주당순이익(EPS)이 뒷받침되고 있어 버블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하지만, 엔비디아 밸류체인 기업들의 주가는 과하게 오른 측면이 있다.”

    엔비디아의 2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사실 엔비디아 주가가 글로벌 증시 대폭락으로 조정받지 않았다면 실적 우려가 클 수 있다. 매출 성장률은 주가와 거의 동행하는데, 2분기 엔비디아 매출 성장률이 꺾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1분기 매출 성장률이 262%였다. 지난해 4분기는 265%였다. 2개 분기 연속 260% 넘는 매출 성장률을 보였기 때문에 2분기에는 매출 성장률이 꺾일 수밖에 없다. 다만 이미 주가가 조정받은 상태라 시장은 오히려 실적 발표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렇다면 냉온탕을 오가는 엔비디아 주가는 거시경제 영향 때문이라고 보는 건가.

    “맞다. 최근 엔비디아는 미국 빅테크 기업 중심으로 집중 성장했다. 지난해 S&P500 가운데 M7(매그니피센트7: MS·애플·아마존·엔비디아·알파벳·메타·테슬라)의 EPS는 70%가 증가했다. 올해 M7의 EPS 증가율 추정치는 40~50%다. 성장이 M7에 집중돼 있어 엔비디아 실적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하반기 엔비디아 투자자는 어떤 점에 주목해야 하나.

    “본격적으로 생산될 블랙웰 칩의 아키텍처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나오는지가 중요하다. 블랙웰 수주 소식이 들리면 주가는 반등할 것이다.”

    인텔은 역대급 어닝쇼크를 발표했다.

    “인텔은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기술 로드맵을 무리하게 잡았는데, 한번 뒤처진 기술을 따라가기가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인텔 텃밭인 PC(개인용 컴퓨터) 시장이 AI로 넘어가면서 살아남기 더 힘들어졌다. 실제 시장점유율도 조금씩 줄고 있다.”

    AMD에 대한 시장 기대는 커지고 있다.

    “AMD는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칩을 대체할 수 있는 유일한 회사다. 이런 점에서 프리미엄을 주는 것 같다. 또한 2분기 실적도 좋았다. AMD는 엔비디아 H100의 경쟁 칩인 MI 300X의 가이던스를 연초 30억 달러(약 4조 원)에서 이번 실적 발표를 통해 45억 달러(약 6조2000억 원)로 상향 조정했다. 이에 시장이 환호하며 주가가 상승했다.”

    엔비디아가 출렁이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변동성도 커졌는데.

    “국내 반도체 기업은 기본적으로 거시경제 영향보다 엔비디아 영향을 더 받는다. 다만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으로 월스트리트 펀드매니저들이 본진에서 증시가 폭락하자 한국과 대만에 투자한 돈을 회수해 국내 반도체 관련주들이 엔비디아보다 더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국내 반도체 기업의 주가 조정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국내 반도체 수출은 호조세인데 글로벌 상황 탓에 과한 조정이 왔다. 따라서 국내 반도체 관련주는 언제든 반등할 수 있어 보인다. 투자자들은 공포에 휩싸이기보다 용기를 내야 되는 시점이다. 일단 큰 파도가 지나가길 기다렸다가 본인의 포트폴리오를 재점검해야 한다.”

    바겐세일 들어간 AI 반도체 투자 기회로 삼아야

    삼성전자 HBM3E(5세대 고대역폭메모리)는 언제쯤 엔비디아의 승인을 받을까.

    “HBM3는 최근 승인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삼성전자 HBM3는 엔비디아 고성능 칩이 아닌, 중국향 칩에 들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HBM3E는 곧 퀄테스트를 통과할 전망이다. 또한 삼성전자는 반도체 설계의 전설 짐 켈러가 오픈소스 아키텍처인 리스크 파이브(RISC-V) 기반으로 설계한 AI 반도체 웜홀의 새로운 버전 블랙홀을 파운드리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웜홀은 엔비디아 칩 대비 성능이 30% 정도밖에 안 되지만 가격이 20분의 1 수준이다. 엔비디아 칩과 비교해 가성비가 뛰어나 현 시점에서 꼭 필요한 칩이다. 이는 분명 삼성전자에 긍정적인 시그널이다.”

    블랙먼데이에 프로그램 매도 호가 일시 효력 정지(사이드카)가 발동하자 반도체 투자자들이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사이드카나 서킷브레이크(주가지수의 상하 변동 폭이 10%를 넘는 상태가 1분간 지속될 때 매매 거래를 중단시키는 제도)가 발동하고 한두 달 후 증시가 안 오른 경우가 거의 없다. 무엇보다 국내 반도체 산업 펀더멘털이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이번 조정을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사람들은 옷이나 전자제품이 바겐세일에 들어가면 주저하지 않고 구입하지만, 주식이나 부동산은 할인할 때 겁나서 못 산다. 지금은 공포보다는 용기를 내야 할 시기다. 공자는 ‘봄에 씨를 뿌리지 않으면 가을에 거둘 게 없으며, 젊어서 배우지 않으면 늙어서 아는 게 없고 화만 많다’고 했다. 주식투자도 조정장에 공부하지 않으면 다음 상승장에 수익을 낼 수가 없다.”



    *유튜브와 포털에서 각각 ‘매거진동아’와 ‘투벤저스’를 검색해 팔로잉하시면 기사 외에도 동영상 등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한여진 기자

    한여진 기자

    안녕하세요. 한여진 기자입니다. 주식 및 암호화폐 시장, 국내외 주요 기업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영상] “AI 혁명 이후 양자컴퓨터가 혁신 주도할 것”

    ‘오너 3세’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승진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