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루한 일상에 생기를 더하는’ 스파이스 걸 이숙영씨가 나른한 봄을 쑥 향기로 깨우고, 아프리카 난민 구호활동을 펼치고 있는 한비야씨가 옥수수와 소금 한 숟가락으로 한 끼 식사를 준비한다. 따뜻한 아프리카식 죽을 삼키며 우리돈 2만원이면 아프리카 난민 한 가족이 한 달을 행복하게 지낸다는 사실을 상기한다. 세계를 무대로 사는 정명훈씨는 매콤 시원한 김치찌개에서 예술적 영감을 충전받는다. 카사노바가 하루에 50개씩 먹었다는 굴, 박광수씨는 정력 강화효과가 뛰어난 굴로 수프를 만들며 야릇한 상상에 빠진다. ‘내 가방 속의 샐러드’는 레시피 부분은 아주 짧고, 이야기는 긴 이상한 요리책이다.
이양지의 ‘참 쉬운 건강 밥상’(디자인하우스 펴냄)은 미식의 바다에 빠져 있던 한 요리연구가가 탐식과 결별하고 건강식으로 바꿔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세상에 맛있는 요리는 한이 없지만 건강에 좋은 재료를 가지고 건강에 좋은 방법으로, 간단하고 맛있게 만들려는 고민과 창의성이 필요하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현대인들은 눈을 유혹하고 혀끝을 즐겁게 해주는 맛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지 않은가. 일본에 거주하며 요리연구가에서 식생활 전도사로 변신한 이양지씨는 첫째도 밥, 둘째도 밥, 셋째도 밥이라고 말한다. 밥과 된장국, 김치의 양을 전체 음식의 60%가 되도록 늘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식생활이 개선된단다. 그에 따르면 부작용이 없는 기적의 약 ‘쌀’을 주식으로 하는 한국과 일본인들은 축복받은 국민이다.

굴 차우더 수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