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공군 B-1B 폭격기. 뉴시스
걸프전, 3단계 정지 작업 후 지상전 개시

미국 공군 A-10C 공격기. 미국 공군 제공
그렇다면 이란 전쟁은 언제 끝날까. 정확한 종전 시점은 미국이 이란에서 언제 지상전을 시작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미국의 대이란 전쟁 목적은 정권 교체였다. 정권을 교체하려면 미국에 우호적인 세력이 이란을 장악할 수 있도록 수도 테헤란에 병력을 주둔할 필요가 있다. 이런 임무를 수행할 지상군이 언제 투입될 것인지에 대한 힌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4월 1일 대국민 연설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앞으로 2~3주 동안 매우 강력한 추가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추가 타격이란 지상전 개시에 앞선 사전 정지 작업일 공산이 크다.
걸프전 당시 미국 주도 다국적군이 수행한 ‘사막의 폭풍 작전’은 1991년 1월 17일부터 2월 28일까지 진행됐다. 다국적군은 이라크 방공망과 지휘통제시스템을 마비시키는 1단계 작전(1월 17∼18일)을 시작으로 이라크의 잔여 방공망과 탄도미사일 발사대·주요 군사 거점을 공습하는 2단계 작전(1월 19∼26일), 지상군 투입에 앞서 이라크 공화국수비대의 작전 수행 능력을 철저하게 파괴하는 3단계 작전(1월 27일∼2월 23일)을 차례로 전개했다. 이 같은 사전 정지 작업 후 시작된 지상전은 닷새 만에 끝났다.
이번 이란 전쟁에서도 미국과 이스라엘은 2월 28일 개전 후 한 달 동안 이란 방공망과 지휘통제 시스템, 해공군 자산·탄도미사일·드론 전력을 집중적으로 파괴했다. 4월 초부터 대이란 공세의 주된 타깃은 탄약고와 군수지원시설이다. 특히 미국이 3월 하순부터 조용히 전력 교체 및 보강에 나선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가용 B-1B 폭격기 20대 중 15대 투입

미국 해군 오하이오급 순항미사일 탑재 원자력 잠수함(SSGN) 플로리다. GETTYIMAGES
영국 페어포드에 배치된 B-1B 15대는 얼마나 많은 것일까. 미국의 B-1B 보유량과 가동률을 고려했을 때 사실상 가용 전력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미 공군은 B-1B를 총 44대 보유했고 2025회계연도 기준 가동률은 47%다. 통상 20대 정도를 운용할 수 있는 여건에서 15대를 투입했다는 뜻이다.
미국은 또 다른 폭격기 B-52H를 76대 보유하고 있는데 이 기종의 가동률은 66%에 이른다. 그럼에도 B-1B를 더 많이 투입한 것은 이번 임무의 성격 때문이다. B-1B는 B-52H보다 체공시간이 더 길다. 또한 폭장량이 많아 전장 상공을 선회하다가 폭격 요청이 들어오면 합동정밀직격탄(JDAM) 등 정밀유도폭탄을 퍼붓는 임무에 더 적합하다. B-1B가 ‘JDAM 택시’라는 별명을 가진 배경이다. 그런 점에서 미국이 B-1B를 대거 전진 배치한 것은 이란 지상전에 대비한 조치로 보인다.
미국이 조만간 전쟁을 끝낼 생각이 없음을 뒷받침하는 또 다른 군사적 근거는 지상 공격기가 3배로 늘었다는 것이다. 이란 전쟁 시작 전 중동에 배치된 A-10C 공격기는 12대였다. 이들 기체 모두 제74·75전투비행대에서 차출돼 요르단 무와파크 살티 공군기지에 배치됐다. 미국은 3월 29∼31일 미시간 주방위공군 제107전투비행대의 A-10C 24대를 중동 지역에 추가로 배치했다. 이들 전력은 12대씩 팀을 나눠 포르투갈 라제스 공항과 영국 레이큰히스 공군기지를 경유해 중동으로 이동해 4월 1일 작전을 시작한 것으로 파악된다. 중동 배치 A-10C가 12대에서 36대로 늘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 이스라엘 오브다 공군기지에 배치됐던 제1전투비행단 F-22A 전투기 12대 중 6대는 영국 레이큰히스 공군기지를 경유해 미국으로 돌아갔다. 미국이 스텔스 전투기인 F-22를 빼고 지상 공격기인 A-10C를 늘린 것은 향후 전황을 예측하는 데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된다. 미국이 이란 방공망을 효과적으로 제압했다고 판단했고, 앞으로 항공 작전은 지상전 지원에 중점을 둘 것이라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4월 미국의 대이란 군사 작전 강도가 더 높아지고 지상전 발발 가능성도 커졌다고 볼 근거는 또 있다. 3월 31일 대서양과 지중해를 잇는 지브롤터 해협에서 미 해군 오하이오급 순항미사일 탑재 원자력 잠수함(SSGN)이 식별된 것이다. 이 잠수함은 영국 해군 초계정 커틀러스의 호위를 받으며 지브롤터해협을 통과해 지중해로 들어왔다. 본래 대서양 방면의 SSGN은 조지아와 플로리다 2척이었다. 이 중 조지아함은 1월 말 중동에 배치됐다. 따라서 이번에 지중해로 들어온 잠수함은 플로리다함으로 보인다. 플로리다함에는 특수부대 침투 작전을 지원하는 DDS(Dry Deck Shelters: 유인잠수정과 특수부대 병력을 실을 수 있는 시설)가 있다. 이는 미국이 3월 하순부터 중동에 특수부대를 대거 배치하고 있는 것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3월 하순부터 중동에 특수부대 대거 배치

미국 해군 항공모함 조지 H.W. 부시. GETTYIMAGES
이와 함께 미국은 이란 전쟁에 투입한 항공모함 전단을 교체할 준비도 하고 있다. 3월 말 중동에서 빠져나온 제럴드 R. 포드 항모는 4월 2일 크로아티아를 출항해 귀국에 나섰다. 포드와 교대할 조지 H.W. 부시는 4월 1일 버지니아 노퍽 해군기지를 출항했다. 조지 H.W 부시 전단 소속 구축함들은 3월 하순 먼저 출항해 대서양을 횡단 중이다. 이들이 지중해를 거쳐 중동에 도착하기까지 2주 정도가 소요된다. 4월 2일 하와이에서 출항한 복서 강습상륙전단도 4월 하순 중부사령부 관할구역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하면 미국의 이란 지상전 준비는 4월 하순에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여러 정황상 미국의 대이란 지상전은 4월 말에서 5월 초 시작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공격 규모와 강도는 이란 내부 협력 세력이 미국에 어느 정도 협조적인지, 그들이 얼마나 빨리 국가 시스템을 장악해 정국을 안정시킬지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따라서 현 시점에는 누구도 종전 시기를 섣불리 예측할 수 없다. 다만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 이후 지상전 장기화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또한 현재 미국의 집권 여당인 공화당은 11월 중간선거에 앞서 대중에게 내세울 가시적 성과가 필요할 것이다. 따라서 본격적인 선거 시즌이 시작되기 전 어떤 형태로든 이란 전쟁을 끝내려 할 가능성이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