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 미국 뉴욕 본햄스 경매에서 낙찰된 민태홍 작가의 운석화 ‘운석 우주(Meteorite Space)’. 안영배 제공
“좋은 그림은 감상자에게 좋은 운 가져다줘”
동양권에서 그림은 예술적 체험의 대상일 뿐 아니라, 그림에 담긴 기 에너지와 교감하는 ‘기운 풍수’의 실체이기도 하다. 중국 남북조시대 화가 종병(宗炳·375∼443)은 ‘화산수서’라는 화론서에서 화가가 아름다운 산천을 감상하며 자연에 깃든 신령스러움까지 마음으로 깨달아 화폭에 담아내면 감상자도 그 아름다움과 신령스러움을 똑같이 취할 수 있다고 했다. 산천의 기운이 그림을 매개체 삼아 감상자에게도 전달된다는 뜻이다. 북송(北宋) 화가 곽희(郭熙·1023∼1085)는 “산수화는 풍수처럼 발복(發福)한다”고까지 주장했다. 기운이 좋은 그림이 감상자에게 좋은 운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민태홍 작가의 작품 ‘운석 우주’가 실제 운석을 사용해 제작됐음을 보여주는 증명서. 안영배 제공
음양오행론은 우주의 근원인 태극(太極)에서 음과 양이 갈라져 하늘과 땅이 생겨나고, 하늘과 땅의 기운으로부터 목(청), 화(적), 토(황), 금(백), 수(흑) 오행이 생성되며, 이 오행의 순환을 통해 삼라만상이 생겨난다고 보는 이론이다.
사실 민 작가는 못과 손가락, 손바닥을 사용해 작업하는 ‘지두화’(指頭畵: 핑거페인팅) 기법으로 명성을 얻은 인물이다. 작품 여러 점이 중고교 미술 교과서에 실려 있을 만큼 널리 알려졌다. 강원도 산골 출신인 그는 어린 시절부터 밤하늘을 바라보며 천지 창조와 우주의 근원에 대해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고 한다. 화가가 된 뒤 우주를 화폭에 담은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민 작가의 운석화는 희귀하면서도 독창적인 재료에 작가의 탁월한 미술적 기량이 더해진 덕에 글로벌 미술 컬렉터들의 주목을 끈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앞으로 소더비와 크리스티 경매에서도 운석화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본햄스 경매에서 팔린 민 작가의 운석화에는 1906년 스웨덴 무오니오날루스타(Muonionalusta)에서 발견된 철운석, 2017년 케냐에서 발견된 석철운석 등 모두 4가지 종류의 운석을 사용했다는 증명서가 첨부돼 있다. 이순철 한국운석협회 협회장은 “스웨덴 철운석의 경우 기 에너지 전문가들로부터 ‘고진동 에너지를 갖고 있어 질병 치유와 의식 진화에 효과를 발휘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운석은 다른 말로 ‘별보석’이라고 한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밤하늘에 빛나는 수많은 별 중 강한 빛을 내며 지구로 떨어지는 별똥별을 신비롭게 여겼고, 신성한 의미도 부여했다. 특히 운석이 지구 대기에 부딪혀 마찰열에 불타면서도 소멸되지 않고 지상까지 도달했다는 점에서 행운을 상징한다고 봤다.

지난해 11월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에서관측된 사자자리유성우. 뉴시스
동서양 모두 별똥별에 신비한 서사 부여
유럽 고대 왕실과 귀족 사회에서 운석은 행운, 건강, 권력을 누리게 해주는 신물(神物)로 귀한 대접을 받았다. 2022년 작고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즉위 10년을 맞은 1962년에 몰다바이트로 장식된 왕관을 선물 받은 것이 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몰다바이트는 1500만 년 전 운석 충돌로 형성된 녹색 유리질 텍타이트다.동양권에서도 운석을 귀하게 여겼다. 동북아시아 사람들은 “별똥별을 보면서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고 여겨 유성우가 떨어지는 광경을 놓치지 않으려 했다. 그러니 하늘의 별 그 자체인 운석은 신비로운 별보석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지금도 달이나 화성 등 우주 환경에서 형성된 운석은 희귀 상품으로 분류돼 세계 수집가 사이에서 고가에 거래된다. 필자는 운석 애호가 사이에서 ‘운신(隕神)’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이순철 협회장으로부터 운석 샘플을 제공받아 기 에너지를 느껴봤다. 희한하게도 세계 각지에서 수집된 운석의 기운은 오행으로 구분할 수 있었다. 민 작가가 우주를 표현하려 사용한 오방색처럼 5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태양계는 한 가족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이를테면 달에서 날아왔다는 한 운석은 창조와 생명력을 의미하는 목기(木氣)가 강렬했다. 또 스웨덴 무오니날루스타 운석의 경우 중심과 조화, 풍요를 상징하는 토기(土氣)와 권력을 상징하는 금기(金氣)가 겹쳐 강력한 에너지를 발산했다. 화성에서 날아왔다는 또 다른 운석 샘플에서는 피와 심장 기능이 약한 사람에게 치료 효과가 있는 화기(火氣)가 발산되고 있었다.

2018년 1월 미국미시간주에서 발견된 석철운석 조각. 이 운석은 롱웨이 플라네타륨 전시후 분석을 위해 미국항공우주국(NASA)으로 보내졌다. 뉴시스
옥은 목(木)기운, 다이아몬드는 금(金)기운
인류는 오래전부터 구하기 어려운 별보석의 대안으로 ‘땅 보석’을 애용했다. 이는 풍수, 즉 감여학(堪輿學)의 원리와도 맞물려 있다. 하늘에 오행 기운이 있다면 당연히 지상에서도 오행 기운이 감돌아야 한다는 게 고전 천문풍수의 핵심 이론 가운데 하나다. 풍수 고전 ‘장서(금낭경)’를 주석한 글에는 흥미로운 문장이 나온다.“오행(五行)의 기(氣)가 땅속으로 다니면서 금(金)의 기가 응결한 것은 흰색이고, 목(木)의 기가 응결한 것은 푸른색이며, 수(水)의 기가 응결한 것은 검은색이고, 화(火)의 기가 응결한 것은 빨간색이고, 토(土)의 기가 응결한 것은 노란색이다.”
풀어서 말하면 하늘의 오행 기운이 지상에서 응결해 나타난 것이 바로 오방색 흙이고, 오방색 기운이 강하게 굳어 결정체로 나타난 물질이 바로 보석이다. 이를테면 지구에서 목기가 강한 보석으로 손꼽히는 것은 녹색 옥이다. 토기를 대표하는 보석으로는 노란색 호박, 금기를 대표하는 보석으로는 흰색 다이아몬드가 꼽힌다.
지구에서 생성된 이들 보석도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작지 않다. 보석을 착용하는 것만으로도 체내 기(氣) 흐름과 신진대사가 달라진다는 점이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보석은 대부분 나노 크기 입자가 정교하게 배열된 형태인데, 그 결정체가 태양 빛을 흡수 혹은 방출하면서 특정한 에너지의 증폭기 역할을 담당한다고 본다. 이 때문에 중세시대엔 보석을 질병 치료 목적으로 사용하는 보석 요법이 유행하기도 했다. 지구 보석도 이처럼 효용이 큰데 하물며 하늘 보석인 운석에 대해서는 더 많은 관심과 연구가 필요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