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노원구 아파트 단지. 김우정 기자
4월 7일 오후 서울 노원구 중계무지개 아파트에서 만난 부동산공인중개사 A 씨는 기자에게 최근 부동산시장 상황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이 아파트는 서울지하철 7호선 중계역이 바로 앞이라 도심 출퇴근이 편리하고, 학원 밀집 지역인 중계동 ‘은행사거리 학원가’도 가까워 실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다.
노원구 대단지 아파트 매매계약 늘어
지난달에는 이 아파트 49㎡(이하 전용면적) 3채가 잇달아 6억 원에, 1채는 5억87000만 원에 매매됐다. 지난해 말 5억 원 초중반에 거래된 것에 비해 집값이 오른 것이다. 59㎡는 같은 달 6억9200만 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2021년 부동산 급등기에 기록한 고점 8억 원에는 못 미치지만 꾸준히 집값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이다. 이곳은 2월 매매 거래가 19건 성사돼 서울에서 4번째로 많이 팔린 단지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부동산 플랫폼 ‘아실’ 통계 기준).정부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등으로 최근 서울 강남권 부동산시장에 매물이 늘어난 가운데 외곽 지역에서는 아파트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다섯째 주(30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12% 상승했다. 같은 기간 노원구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영등포구, 구로구와 함께 0.24%를 기록했다. 성북구와 서대문구, 강서구는 전주 대비 3% 이상 올라 서울에서 상승률이 높았다. 반면 같은 기간 강남구 아파트 가격은 0.22% 하락해 전주(-0.17%)보다 하락폭이 컸고 서초구(-0.09%→-0.02%), 송파구(-0.07%→-0.01%)도 약세를 이어갔다.
최근 서울에서 매수세가 몰린 지역들의 공통점은 15억 원 이하 아파트가 많은 곳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10·15 부동산대책 이후 규제가 강화되면서 15억 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에 한해 주택담보대출을 최대한도 6억 원까지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실수요자들이 그나마 주택담보대출이 되는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서울 외곽이나 비강남 지역으로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아실에 따르면 올해 들어 서울에서 거래량 톱5 아파트 단지는 강북구 SK북한산시티(100건)를 필두로 노원구 서울원아이파크(70건), 성북구 한신한진(62건), 해링턴플레이스노원센트럴(62건), 롯데캐슬베네치아(57건)로 모두 강북에 있었다(4월 8일 ‘아실’ 통계 기준).
서울 강북권 매매가가 상승하는 배경에는 전세난도 한몫하고 있다. 전세 물건 구하기가 어려워진 세입자가 매입으로 선회한 경우가 적잖다는 게 부동산공인중개사들 전언이다. 앞서 중계무지개 아파트(2433채)는 기자가 찾은 당일 네이버 부동산 포털에 표시된 전세 물건이 2건에 불과했다. 이튿날 전세 물건은 4건으로 늘었지만 “이 정도로 전세 물건이 적은 것은 처음”이라는 게 현장 반응이었다.
같은 날 도봉구에서 세 번째로 큰 대단지인 도봉휴한신아파트(2678채)의 전세 매물은 아예 0건이었다. 이 정보가 사실인지, 네이버 부동산 포털에 게시하지 않은 전세 매물은 없는지 묻자 현장에서 만난 한 부동산공인중개사는 “정말로 전세 매물이 하나도 없다. 이곳뿐 아니라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지역이 대부분 비슷한 상황”이라며 “요즘도 혹시 전세가 있나 확인하는 문의 전화가 오지만 같은 답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아파트는 서울지하철 1·7호선 도봉산역에서 가장 가까운 동(棟)이 걸어서 4분 거리일 정도로 교통이 편해 도심으로 출퇴근하는 젊은 신혼부부들의 선호도가 높다.
현장에서 실수요자들이 느끼는 아파트 전세난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KB부동산에 따르면 3월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172.41로 2021년 8월(177.04)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지수가 100을 넘으면 전세 공급이 수요에 비해 부족하다는 뜻이다. 부동산 수요자들과 부동산공인중개사들이 자주 활용하는 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4월 8일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만5441채로 지난해 10월 15일에 비해 36.7% 감소했다. 구별로 보면 중랑(276→52채, -81.2%)을 필두로 노원(827→221채, -72.3%), 성북(457→221채, -71.6%), 구로(486→149채, -69.4%) 등 세입자 수요가 많은 지역의 감소세가 컸다.
서울 외곽을 중심으로 아파트 전세난이 심화되고 매매 가격이 오르는 데는 복합적인 원인이 있다. 지난해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됨에 따라 ‘갭투자’(전세 끼고 매입)가 봉쇄된 것이 한 배경이다. 갭투자를 악용한 투기를 막자는 의도였지만 결과적으로 전세 매물 감소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많다. 여기에 서울의 신축 아파트 공급이 줄어든 상황이다.
1분기 아파트값 상승률 1위 용인 수지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기존 세입자들이 전세계약갱신청구권을 많이 행사하면서 출회 매물이 줄어든 데다, 근본적으로 아파트 신규 물량이 감소해 전세 공급도 부족한 상황”이라며 “이에 따라 15억 원 이하 아파트가 많은 노도강 등 지역에 실수요자 매수세가 집중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다주택자 규제와 전세대출 축소, 주택 공급 감소가 맞물려 전세 수급 불균형이 심각해진 상황에서 서울의 재건축·재개발에 따른 이주 수요까지 겹치면 전세난이 더 가중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당장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을 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실수요자는 교통이 편리한 서울 남부의 경기 용인 수지 등에서 아파트 매입에 나서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분기 아파트 매매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6곳이 모두 경기 지역이었다. 용인 수지(6.44%)를 필두로 안양 동안(5.19%), 구리(4.03%), 성남 분당(3.98%), 하남(3.86%), 광명(3.84%) 순이었다. 해당 지역 아파트값 상승률은 서울 평균치(2.15%)를 웃돌았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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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주간동아 김우정 기자입니다. 정치, 산업, 부동산 등 여러분이 궁금한 모든 이슈를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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