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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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의 미식세계

북어, 황태, 백태, 먹태의 차이는?

  • |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입력2018-02-13 11:3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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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 인제군 용대리의 황태 덕장과 통통한 살집의 황태구이, 뽀얀 국물의 황탯국(왼쪽부터).

    강원 인제군 용대리의 황태 덕장과 통통한 살집의 황태구이, 뽀얀 국물의 황탯국(왼쪽부터).

    명태는 한때 이름 없는 생선이었다. 조선 고종 때 영의정을 지낸 이유원의 ‘임하필기’에 따르면 ‘도백이 맛있게 먹은 생선 이름을 물었으나 아무도 모른 채 다만 (함경도) 명천(明川)에 사는 어부 태(太)씨가 잡은 것이라고 했다. 산지인 명천의 ‘명(明)’자와 어부의 성 ‘태(太)’자를 따서 명태라고 이름 붙였다’고 전해진다. 우연찮게 이름을 얻은 생선이지만 명태의 다양한 매력을 구분하고자 사람들은 수많은 이름표를 달아줬다. 

    바로 건져 올려 싱싱한 명태는 생태라 부른다. 생태를 얼리면 동태가 된다. 생태와 동태는 주로 찌개나 탕으로 끓여 시원하게 즐긴다. 싱싱한 명태는 감칠맛을 내기 위해 김칫소로 사용하기도 한다. 내장은 창란젓, 알은 명란젓으로 변신한다. 명태를 꾸덕꾸덕하게 말려 소금과 엿기름을 넣고 삭힌 다음 고슬고슬하게 지은 차조밥과 섞어 발효시키면 동해안 별미인 명태식해가 된다. 명태 내장과 아가미를 뺀 뒤 반건조하면 코다리가 되는데, 4마리씩 코를 꿰어 팔아 이런 이름이 붙었다. 코다리는 찜, 조림, 찌개로 짭조름하게 간해 살을 발라 먹는 재미가 좋다. 명태 새끼를 잡아 말린 것은 노가리다. 명태는 잡는 방법과 지역, 때에 따라서도 이름이 다르다. 그물로 잡으면 망태, 낚시로 잡으면 조태라 한다. 강원도에서 잡으면 강태, 함경도에서 잡으면 왜태, 정월에 잡으면 일태, 2월에 잡으면 이태라 부른다. 

    명태를 말리면 북어(건태)가 된다. 북어를 부르는 이름도 여러 개다. 그중 가장 값을 쳐주는 것이 황태(노랑태, 더덕북어)다. 황태는 명태를 민물에 담가 소금기를 제거한 다음 겨울철 덕장에서 2~4개월 동안 말린 북어다.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해 살이 더 쫄깃하다. ‘덕’이란 널이나 막대기 따위를 나뭇가지 또는 기둥 사이에 얹어 만든 시렁, 선반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황태를 만드는 덕장은 강원 인제와 평창에 많은데, 인제 용대리가 국내 황태 생산량 대부분을 차지한다. 용대리는 진부령과 미시령 사이에 자리하며, 영동과 영서가 만나는 지점이라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불고 추우며 눈이 잦다. 사람이 살기에는 척박하지만 명태가 황태로 거듭나기에는 최적의 조건이다. 

    손질한 명태는 12월 말 덕장에 넌다. 영하 2~15도를 오가는 날씨에 꽁꽁 얼었다 한낮의 햇살에 부르르 녹는다. 이때 명태 살에 수분이 스며들고 바람에 마르기를 반복하며 살이 부푼다. 잘 마른 황태는 통통하고 만졌을 때 휘어질 정도로 부드러우며 속살은 포슬포슬하다. 맛과 향이 명태 시절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먹기 좋게 손질한 황태 살, 들기름이나 참기름, 무나 감자를 넣고 푹 끓이면 구수하고 뽀얀 육수가 우러난다. 오래 끓일수록 맛이 더욱 깊고 시원해진다. 콩나물, 두부 등을 넣어도 맛있다. 머리를 제거한 황태 몸통을 물에 불린 다음 양념을 발라 굽는 황태구이는 통통한 살집을 떼어 쫄깃쫄깃 씹어 먹는 맛이 일품이다. 

    황태를 기준으로, 산이 아닌 바닷바람을 맞아 바싹 마르면 일반 북어, 온도 차이 없이 일정하게 낮은 온도에서 마르면 살이 하얀 백태가 된다. 반대로 기온이 따뜻한 상태에서 마르면 살색이 짙은 먹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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