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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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형래의 ‘디워’, 용 될까 이무기 될까

  • CBS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기자 socio94@cbs.co.kr

    입력2007-07-06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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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형래의 ‘디워’, 용 될까 이무기 될까
    ‘영화감독’ 심형래가 ‘복수혈전’을 벌인다. 회심작으로 내놨던 공상과학영화 ‘용가리’가 흥행에서 참패한 지 6년 만이다. 절치부심해온 그가 새롭게 들고 나온 작품은 제작비만 300억원 넘게 투입된 한국판 블록버스터 괴수영화 ‘디워(D-WAR)’다.

    바보의 대명사인 ‘영구’ 연기 하나로 1980~90년대 최고 인기를 누렸던 심형래는 지금도 마음만 먹으면 밤무대를 통해 하룻밤 1000만원은 가볍게 벌 수 있다. 20년의 코미디 구력은 전국 어느 밤무대를 가도 ‘아직’ 통한다. 하지만 그는 그런 쉬운 길엔 미련이 없다. 대박을 터뜨렸던 ‘우뢰매’ 시리즈, ‘영구와 땡칠이’ 등을 통해 영화감독으로 방향 선회한 그에게 코미디는 이제 매력적인 분야가 아니다.

    어린이용 영화로 시작된 심형래의 영화 도전기는 김대중 정부 시절 성인 SF물에 도전장을 내밀면서 본격화됐다. 그는 당시 정부의 캠페인이던 ‘신지식’인 컨셉트에도 걸맞은 유명인이었다. 홍보 영상에서 그는 ‘용가리’로 한국 SF의 신기원을 이루며 영화의 본고장 할리우드에 도전장을 내민 한국인으로 포장됐다. 당시 그가 날린 방송 멘트는 오랫동안 유행어로 회자되기도 했다.

    “못해서 안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니까 못하는 겁니다.”

    하지만 회심작 ‘용가리’는 미국에서 개봉도 못해보고 ‘승천하지 못한 지렁이’가 됐다. 투자 사기꾼들한테 휘둘려 마음고생도 심했다. 하지만 그의 도전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지난 6년간 심형래가 설립한 영화제작사 영구아트무비는 김포공항 부근 논두렁에 허름한 사무실을 차리고 재기를 준비했으며, 결국 ‘디워’를 만들어냈다.



    올 8월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 개봉을 확정하기까지 심 감독은 ‘양치기 소년’이라는 따가운 시선도 받아야 했다. “곧 나온다, 나온다” 하던 ‘디워’는 그동안 5분도 안 되는 예고편만 미국 필름마켓에 선보였을 뿐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다. “용가리꼴 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냉대도 나왔다.

    절치부심 6년 만의 신작 … 8월 한·미서 동시 심판대

    하지만 이번에는 ‘확실히’ 다른 것 같다. 배급사 쇼박스는 최근 ‘디워’가 미국 전역 극장가에서 스크린 1500개를 확보했다는 내용을 공개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공개된 특별 예고편에도 찬사가 쏟아졌다. 특히 예고편에는 심 감독 자신이 직접 쓴 자막과 내레이션이 담겨 기자들을 감동시켰다.

    하지만 쏟아지는 갈채와 관심에도 심 감독은 말이 없다. 얼굴 한번 비치지 않고 있다. 배급사 측에 따르면 심 감독은 개봉 전까지는 극장 근처에도 가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도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까.

    심 감독은 이번 영화가 오직 영화로만 평가받기를 바란다. ‘코미디언 출신 감독이 만든 영화’라는 선입관이 따라붙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자칫 자신의 경력 때문에 영화가 올바른 평가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영화감독 심형래’는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측근들은 전한다.

    그런 점에서 심 감독의 은둔 전략은 후배 이경규가 최근 보여준 모습과도 상당 부분 닮았다. 이경규도 첫 영화감독 데뷔작 ‘복수혈전’의 참패 이후 재기작 ‘복면달호’로 성공을 거두기까지 철저한 ‘매복’ 전략을 썼다. 두 번째 도전인 데다 개그맨으로서의 인기 때문에 부담감이 2배나 더 컸다고.

    그런 고민과 고생 때문일까. 영화를 본 관객들은 비로소 ‘개그맨’ 이경규는 완전히 잊고 오직 ‘영화인’ 이경규만 볼 수 있었다.

    영구아트무비 측은 ‘디워’와 전작 ‘용가리’는 “심형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는 것과 괴수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것 외에는 모든 게 다른 영화”라는 점을 강조한다. 심 감독은 6년간의 땀과 노력을 담았을 뿐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걸었다며, 영화의 완성도와 흥행에 자신감을 드러낸다. 과연 이 영화가 지난해 한국 최고 흥행영화 ‘괴물’의 뒤를 이을 수 있을지, 아니면 ‘용가리’의 전철을 밟을지 지금 충무로는 또 다른 ‘괴물’의 탄생을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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