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가 불분명한 외국인들이 등재된 LK이뱅크 등기부등본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대신해 김백준 씨가 김경준 씨를 상대로 제기한 소장 사본.
[형법 제228조] ‘공정증서 원본 등의 부실기재’ 위반 의혹
‘주간동아’는 최근 이 전 시장의 법정대리인 김백준 씨가 미국 LA 법원에 옵셔널벤처스 전 대표 김경준 씨를 상대로 제출한 소장을 단독 입수했다. 이 소장에 따르면 2001년 4월18일과 8월16일 LK이뱅크 대표이사와 이사로 각각 취임한 외국인들이 모두 존재하지 않는 허위 인물인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의 외국인들은 래리 롱, 도린 그랙, 폴머피 등으로 이 전 시장, 김경준, 김백준 등이 대표이사와 이사직을 사임한 날 그 자리에 취임한 것으로 돼 있다.
김백준 씨는 소장에서 ‘왜 LK이뱅크가 오랜 기간 김경준 씨에 대해 (법적) 행동을 취하지 않았는지’를 설명하면서 이들 이사에 대해 ‘ Who could not be located(because they were ‘fake director’)’라고 진술했다. 직역하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할 수 없는 사람들(위조된 이사들이기 때문)’이라는 뜻이다. 만일 김씨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이는 명백한 현행법 위반이다.
형법 제228조 ‘공정증서 원본 등의 부실기재’ 조항 등에 따르면 ‘등재된 이사가 허무인일 경우’ 5년 이하,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돼 있다.
그렇다면 이 같은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LK이뱅크는 이 전 시장이 직접 만든 회사다. 2000년 2월18일 작성된 회사 정관을 보면 회사 설립 당시 이 전 시장은 39만9997주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당시 공동발기인이던 김경준 씨와 김백준 씨가 보유한 주식은 각각 1주에 불과했다. 초기 자본금 20억원을 전액 이 전 시장이 부담했던 것이다.
2004년 10월29일 LK이뱅크의 주소지가 서울 태평로 삼성생명빌딩 17층에서 서초구 서초동 소재 영포빌딩 1층으로 변경됐다. 이 빌딩은 이명박 전 시장 소유의 건물이다.
특히 회사 정관 30조에는 이례적으로 의결권 제한 규정을 둬 회사 지분에 상관없이 이 전 시장의 이사회 의결권을 보장하고 있다.
그 내용을 보면 ‘이사회의 결의는 이사 전원의 과반수로 하며, 가부동수인 때는 의장이 결정한다. 단, 위 과반수의 결의에는 발기인인 이명박 및 김경준이 참석해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돼 있다. ‘주간동아’(589호 참조)가 6월 초에 최초로 공개한 BBK 정관 내용과 동일하다.
회사 설립 당시 이사는 이 전 시장, 김백준, 김경준 세 사람뿐이었다. 그리고 이 전 시장과 김경준 씨가 공동 대표이사를 맡았다. 결국 회사는 이 전 시장과 김경준 씨의 합의나 양해 없이 이사회 의결은 물론, 주주총회 의결조차 불가능한 구조였던 것이다.
현행법상 대표이사는 이사회 의결사항이고, 이사는 주주총회에서 선임한다. 주주 4분의 1 이상 참석해 반수 이상 찬성하면 이사를 새로 선임할 수 있다. 하지만 특정 주주가 주식지분을 4분의 1 이상 보유하고 있다 하더라도 마음대로 이사를 선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일합동법률사무소 서인겸 변호사는 “현행법상 다른 주주 모르게 주주총회를 소집할 수 없기 때문에 LK이뱅크처럼 두 명의 대표이사가 대부분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을 경우에는 두 사람의 합의나 최소한 묵인이 있어야 주총을 통한 이사 교체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서 변호사는 “특히 정관 30조는 문제 될 소지가 충분하지만 당사자간 합의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 살펴본다면, 어느 한 사람도 마음대로 이사회를 좌우할 수 없게 돼 있다”고 말했다. 회사의 최대주주이자 공동대표인 이 전 시장과 김경준 씨 모두에게 위법 사실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최대주주 중 한 사람인 김경준 씨가 이 전 시장 모르게 일방적으로 문서를 위조해 허위이사로 등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럴 경우 모든 법적 책임은 김씨에게 있고, 이 전 시장은 이를 방지하지 못한 데 따른 도덕적 책임을 질 뿐이다.
하지만 LK이뱅크에 허위이사로 등재된 시점이 이 전 시장과 측근 김백준 씨 등의 사임과 동시인 점에 비춰볼 때 이 전 시장 측이 몰랐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특히 허위이사 등재시기를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이 전 시장 측이 BBK에 대한 금감원 조사결과 문제가 드러나 김경준 씨와의 관계를 정리했다고 주장한 시점과 맞닿아 있다. 관계를 정리하는 데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의 이사를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선임하는 데도 모를 수 있는지 의문이다.
[지방공기업법 제61조] ‘임직원의 겸직제한’위반 의혹
LK이뱅크의 외국인 이사들은 정확히 3년 임기를 채운 2004년 4월18일과 8월16일 퇴임했다. 그리고 안순용 씨와 김백준 씨 등이 같은 해 10월29일 대표이사와 이사로 각각 취임했다. 안씨는 이 전 시장의 대학동기이고, 김씨는 이 전 시장의 최측근이다. 문제는 김씨의 이사 선임이다.
이 전 시장은 불과 20여 일 전인 10월7일 김씨를 서울메트로 감사로 선임한 상태였다. 서울메트로 등 서울시 산하 공기업 임원과 감사 임명권은 서울시장에게 있다. 당시 서울시장은 이 전 시장이었다.
지방공기업법 제61조는, 공사 임직원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임직원 겸직’을 제한하고 있다. 단,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았을 때는 예외로 한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이 조항은 지방공기업 임직원들이 영리를 목적으로 겸직하는 것을 제한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인 만큼, 비영리를 목적으로 한 업무 중에서도 극히 일부에만 허용된다”고 해석했다.
해명 요청에 이 전 시장 캠프 답변 없어
이에 따라 김씨가 LK이뱅크 이사로 선임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서울시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LK이뱅크 이사가 비영리를 목적으로 한 극히 제한적인 업무만 맡아야 한다는 것.
하지만 김씨의 이사 선임 과정은 두 가지 조건 중 하나도 충족하지 못했다. 일단 LK이뱅크라는 회사가 비영리를 목적으로 한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공기업 임원이 겸직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또 서울시와 서울메트로 측에 확인한 결과, 2004년 이후 서울시 산하 공기업 임직원 중 겸직 허용을 요청한 경우는 단 1건에 불과했고, 김씨의 이사 선임과도 무관했다. 결국 김씨의 LK이뱅크 이사 선임은 지방공기업법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다. 이는 또 지방공기업법의 하위법으로 역시 임원 겸직 제한 규정을 둔 ‘서울메트로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위반한 것이기도 하다.
이 전 시장 측은 얼마 전 국회에서 열린우리당 한 의원이 지방공기업법 위반 의혹을 일부 제기했을 때 해명에 나섰지만, 의혹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당시 이 전 시장 측은 법 위반 의혹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한 채 “법원의 특별허가를 받아 개최된 주총에서 회사 소송 진행과 청산을 위해 선임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엄연히 최대주주가 있고 얼마든지 정상적인 주주총회를 열어 이사를 교체할 수 있었으므로 굳이 특별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 변호사들의 이야기다.
변호사들에 따르면 법원의 특별허가가 필요한 경우는 따로 있다. 특별허가는 상법 제366조에 규정돼 있는데, 3% 이상의 주식을 소유한 소액주주들이 주주총회를 소집할 때 필요한 절차다. 소액주주들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조항인 것이다.
본지는 이 전 시장이 형법과 지방공기업법 등 현행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6월22일 이 전 시장 캠프에 공식 질의서를 보냈다. 이 전 시장 캠프 공보단 배용수 단장은 본지의 질의서에 대해 “월요일(6월25일)까지 답변하겠다”고 약속했으나 28일 현재까지 아무런 답변도 보내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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