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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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억원 ‘바지 소송’ 승리 … “얼굴 주름도 펴졌죠”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입력2007-07-09 11: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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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0억원 ‘바지 소송’ 승리 … “얼굴 주름도 펴졌죠”
    바지 한 벌을 잃어버려 5400만 달러(약 500억원) 소송에 휘말렸던 한인 이민자 부부가 2년에 걸친 피 말리는 소송 끝에 승소했다. 6월25일 미국 워싱턴D.C. 상급법원은 로이 피어슨 워싱턴 행정심판소 판사가 자신의 바지를 잃어버린 세탁소 주인 정진남(60) 송수연(56) 씨 부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 대해 “한 푼도 줄 필요가 없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또 “원고는 정씨의 재판비용(약 1000달러)도 보상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정씨 부부가 변호사 수임료로 쓴 8만 달러를 피어슨 판사가 물어줄지 등은 앞으로 계속될 심리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워싱턴포스트’지가 6월26일 ‘한밤의 코미디 소재가 돼버린 사건’이라고 표현한 이번 ‘바지 소송’은 한 벌에 1000달러 약간 넘는 히키 프리맨(Hickey Freeman) 양복의 바지가 분실된 데서 시작됐다. 2005년 5월 피어슨 판사는 판사로 첫 출근하면서 입을 회색 양복바지를 정씨 세탁소에 맡겼으나 분실됐다. 이후 보상 문제를 놓고 실랑이가 있었지만 끝내 합의되지 않았다.

    이후 정씨 부부가 소비자보호법을 위반했다며 제기한 피어슨 판사의 소송은 그야말로 어이가 없었다. 바지 한 벌을 분실한 데 대한 보상금으로 5400만 달러나 요구했던 것. 이 비용은 다른 동네 세탁소에 주 1회 타고 갈 렌터카 비용까지 포함해 산정한 것이다. 긴 소송에 지친 정씨 부부는 5월 ABC 방송에 출연해 “너무 지쳤다. 이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26일의 판결로 정씨 부부는 웃음을 되찾았다. 이날 세탁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씨 부부는 “악연을 만들지 말라는 89세 노모의 충고에 따라 피어슨 판사를 용서했으며, 그가 다시 가게 손님으로 온다면 받아주겠다”고 밝혔다.

    정씨 부부는 두 아들을 ‘입시지옥’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1992년 버지니아주로 이민 왔다. 94년부터 세탁소를 운영했으며 매일 새벽 5시40분에 집을 나서 세탁소 문을 연다고 한다. 소송 승리의 기쁨도 잠시, 정씨 부부는 냉방장치 없는 세탁소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일상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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