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화려한 야경.
홍콩 주민들 역시 경제가 바닥을 기었던 5년 전과는 달리 들뜬 모습이다. 영국이 홍콩의 주권을 중국 대륙으로 반환한 이후 6년간 홍콩 경제는 2000년을 제외하고는 계속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1997년 반환 당시 2만7680달러였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003년 무려 2만3504달러로 떨어졌다.
이런 홍콩 경제를 살려준 것이 바로 중국 대륙이다. 대륙 지도부는 홍콩 경제가 바닥을 기면서 민심이 민주화 열기와 대륙에 대한 반감으로 나타나자 ‘홍콩 살리기’에 나섰다.
2003년 6월 중국 대륙은 홍콩산 제품의 대(對)중국 수출 시 무관세 혜택을 주는 경제협력강화협정(CEPA)을 홍콩과 맺었다. 2004년 이후 CEPA에 의해 무관세 혜택을 받은 품목만 1만4724개에 이른다. 서비스산업 진출도 홍콩 기업에 먼저 허용됐다. 이에 따라 현재 홍콩 기업의 서비스 진출 허가는 983건이나 된다.
대륙은 홍콩 증시도 적극 후원했다. 중국 기업이 홍콩 증시에 상장하도록 허용함으로써 홍콩의 기업공개(IPO) 규모는 1997년 105억 달러에서 지난해 429억 달러로 3배 이상 늘었다. 현재 홍콩에 상장한 중국 기업 373개의 시가총액은 전체 홍콩 증시의 절반에 이르고, 거래량은 60%에 달한다.
대륙은 또한 홍콩과 마카오에만 개인관광을 허용하고 있다. 홍콩의 관광산업을 살리기 위한 특혜 정책이다. 이에 따라 1997년 236만명 수준이던 대륙의 관광객은 지난해 1360만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러한 대륙의 지원 덕분에 홍콩은 최근 3년째 고속성장을 거듭하며 1인당 GDP가 2만7170달러까지 회복됐다. 8%로 치솟던 실업률도 4%로 떨어졌다.
정치 민주화의 진전이 대륙 정부에 의해 번번이 지체되거나 좌절되고 있지만 홍콩 사람들은 크게 불만이 없다. 심지어 ‘1국가 2체제’의 허용기간이 앞으로 40년밖에 남지 않았지만 이도 개의치 않는다.
“홍콩이 자본주의 체제로 가든, 사회주의 체제로 가든 무슨 상관입니까? 경제상황만 좋다면야 아무 문제 없습니다. 2003년 홍콩에서 민주화 시위가 일었던 것도 경제가 안 좋은 탓이었습니다.”
6월13일 홍콩 반환 10주년 취재차 홍콩과 광둥성에 갔다가 만난 홍콩인 의류사업자 바이링샤오 톈자(天佳)국제유한공사 사장의 말이다. 홍콩이 주권 반환 10년 만에 중국 대륙이 세계 진출을 위해 의지하던 곳에서 대륙에 의지하지 않으면 먹고 살기 힘든 곳으로 처지가 바뀐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