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벽 부분, a-1 [2] 벽 부분, a-2 [3] 벽 부분, a-3
감민경은 작품을 오랜 시간에 걸쳐 완성하는 작가다. 비슷한 느낌과 색채의 작품들은 연작으로 구성되기도 하는데, 때로는 서너 작품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작품군으로 완성된다. 이번 전시 작품들은 2005년부터 그의 기억을 스쳐간 흔적들이다. 그림들은 하늘, 바다, 숲, 들판, 거리, 도시, 낮은 위치, 새벽, 밤, 흐린 날 등의 한가운데 있었던 그의 경험, 느낌, 흘러가는 상념, 기억 등을 담고 있는 것 같다. 그의 그림은 이렇게 뚜렷하지 않은 기억의 흔적을 찾는 듯, 일관된 어떤 반복적 행위의 기록처럼 보인다.
그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찾고 있다고 한다. 그의 ‘찾는’ 행위는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그린다’는 행위로 상연된다. 하지만 그가 찾는 것은 대상이나 소재, 심지어 기억 속에도 부재한 무엇이다. 우리는 감민경의 작품들을 엄숙함, 고요함, 고독함, 침잠, 몽롱함, 무한함 같은 단어들로 표현해볼 수 있다. 이렇듯 그가 찾는 부재한 무엇, 그러나 분명히 존재하는 그 부재의 자리는 우리에게 어떤 느낌들로만 엄습해온다.
풍경 소재 추상화된 연작 … 새로운 욕망 표현
그 느낌들은 한편으로는 어둡고 침침하며, 또 한편으로는 잔잔하고 숭고하다. 그것은 억압된 것의 회귀일 수도, 새로운 숭고의 느낌이 주는 불안의 징표일 수도, 또는 무언가를 강하게 염원하는 욕망의 행위일 수도 있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의 원인 자체는 부재한 것이기에 그의 반복은 지속된다.
우리도 작가와 마찬가지로 명확하지 않은 무엇을 반복한다. 그것은 끊임없는 실패로 돌아오기도 하고, 고통으로 다가오기도 하며, 무언가 발목을 잡는 운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반복은 본능적인 충동이 반복 재상연되는 고통스러운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무언가를 찾으려는 반복은 곧 어떤 징후다. 무언가에서 벗어나려 하고, 새로운 무엇을 욕망하는 행위로써 말이다. 그로 하여금 반복하게 하는 그 부재한 자리는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미래에만 도래하는 가능성의 자리일지 모른다.
아마도 그런 가능성은 새로운 무언가를 향한 욕망을 산출하려는 간절한 승화 의지가 바탕이었을 것이다. 7월8일까지, 대안공간 풀. 02-395-4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