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국회의사당(풍수상 부적절한 곳)과KBS. 국회의사당과 KBS는 가까운 거리에 있지만 길흉화복에서는 천양지차의 차이를 보여준다(위 부터).
여야 어느 쪽을 지지하든 국회를 보는 사람들의 한결같은 의견이다.
왜 국회의원만 되면 달라질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터는 국민에게 불행을 안겨주는 땅이다. 여의도는 원래 모래섬(沙洲)으로 쓸모가 전혀 없는 땅이었다. 오죽하면 ‘너나 가져라(汝矣)’란 뜻의 여의도(汝矣島)란 지명을 갖게 됐을까.
여의도를 풍수적으로 살피는 데 눈에 띄는 점은 세 가지다.
첫째, 여의도는 모래땅(沙土)이자, 한강의 흙을 퍼다 메운 사토(死土·죽은 땅)다. 생기가 없을 뿐 아니라 기(氣)를 흩어지게 한다. 기를 분산시키는 땅은 방송과 금융업에 적절하다. 이에 대해서는 풍수학자 최창조(전 서울대) 교수 역시 같은 의견이다. 몇 년 전 필자와 한 대담(월간 신동아 2000년 3월호)에서 최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한 적이 있다.
“모래땅이라는 자체가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바깥으로 분산되고 떨쳐버리는 성격이 있는데, 방송은 전파를 따라 외부로 발산하는 기운이고, 금융 역시 돈의 성격상 돌고 도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이런 분야는 여의도의 지기(地氣)하고 맞아떨어지겠지요.”
모래땅은 콩가루와 같은 것이다. 쥐면 뭉치는 듯하지만, 놓으면 흩어진다.
둘째, 한강의 큰물 가운데에 있다는 점이 국회의사당 터로서 맞지 않다. 물가에는 놀러 가지 공부나 진지한 일을 논의하러 가지 않는다. 노는 데는 돈이 필요하다. 놀기 좋아하고 돈을 밝힌다면 그것은 정치인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한 땅의 성격은 연예인들에게 딱 맞다. 연예인은 자기의 ‘끼(氣)’를 맘껏 발산하면서 동시에 돈을 벌고자 한다. 풍수에서는 물을 재물(돈)로 본다. 물이 흘러오는 쪽을 향해 터가 들어서면 돈이 들어오지만, 물이 빠져나가는 쪽에 터를 잡으면 재물이 나간다는 풍수 속설도 바로 이와 같은 연유에서다.
여의도의 세 번째 특징은 바람이 세다는 점이다. 풍수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바람이다. 한의학적으로 사람이 바람(風)을 맞으면(中) 중풍(中風)이라고 한다. 이는 치명적이다. 땅도 마찬가지다. 바람을 맞는 터 역시 중풍에 걸리는 것이다. 그러한 까닭에 조선시대 지관 선발시험인 ‘금낭경’은 “기는 바람을 타면 흩어진다(氣乘風則散)”고 했다. 쪼개지고 흩어지며 병이 들 땅이다. 지금 국회의 모습이다. 따라서 물과 바람을 타는 이곳은 ‘방송·금융·연예가’의 땅에 어울린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터는 옮겨야 마땅하다. 풍수적으로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한강 이북의 서울로 다시 들어가는 방법이다. 역사적 의의가 있는 옛 건물로 공간이 좁을수록 좋다. 위압감 주는 검은색 고급 승용차를 버리고 대중 교통을 이용해 등원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야 마땅하다. 그래야 국민을 만나고 국민의 뜻을 제대로 읽어 정치에 반영할 수 있다. 동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여의도 국회의사당은 문자 그대로 ‘사상누각’이다. 허풍만 들 뿐이다.
다른 하나는 서울을 완전히 벗어나는 방법이다. 사방에 웅장한 산과 드넓은 들판이 펼쳐진 곳을 찾아 뒤에 있는 높은 산을 보고 겸허한 마음을 갖게 하되, 앞의 드넓은 들판을 보면서 스스로 호연지기(공명정대한 정신)를 느낄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나머지 하나는 국회를 없애는 방법이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RB)에서 근무하는 구자형 박사(46)는 대한민국 관료의 청렴도와 합리주의는 FBR 자체 평가로 세계적 수준이며, 바로 그 때문에 대한민국 재정구조가 견실하다고 필자에게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필자는 그것이 국회가 없어도 된다는 이야기로 들렸다. 그러나 이 방법은 ‘풍수적’인 측면에서만 하는 얘기니 오해 없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