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도
사정이 이러할진대 여류 기전을 휩쓰는 것쯤은 일도 아니다. 그런데 철권을 휘두르며 독주하던 이 아줌마에게도 지난해 임자가 나타났다. 조혜연(20) 5단. 불과 엊그제만 하더라도 어린애 손목 비틀기처럼 쉽게 이기던 조혜연 5단에게 충격적인 4연패를 당하며 여류 명인과 여류 국수를 연거푸 빼앗긴 채 여성바둑 일인자 자리를 내주어야 했다. 이야말로 파천황의 사건이었다.
“루이 사범님은 날 가르치려 한국에 오셨나 봐요.” 루이 9단에게 숱하게 얻어맞으며 철녀(鐵女) 시대를 종식시킨 조혜연 5단이 한 말이다. 하지만 ‘아직도 그대 이름은 루이’였다. 1년 동안 절치부심한 끝에 여류 명인전 리턴매치에서 조혜연 5단을 2대 0으로 제압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곧이어 여류 국수 타이틀 회수에도 나설 것으로 보여 철의 여제시대를 재가동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실은 흑 의 침입이 좀 과했다. 문제는 백1로 들여다본 점. 바둑 격언에 “들여다보는 데 잇지 않는 바보 없다”고 했는데 루이 9단이 잇지 않고 흑2에 젖히자 사태가 급변했다. 들여다보지 말고 백1로 젖힌 다음 3에 건너붙였다면 흑이 난감했을 것이다. 다음 흑A로 젖히면 백B로 맞끊는 맥이 있다.
실전은 흑2를 먼저 얻어맞는 바람에 거꾸로 백5 이하로 탈출하기에 바빴고, 흑18까지 산뜻하게 백 한 점을 잡으며 처리해버리자 흑이 양쪽을 모두 수습한 모양. 이제 백A의 건너붙임은 전혀 위력이 없다. 195수 끝, 흑 불계승.
참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