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나무 펴냄/ 232쪽/ 1만2000원
그러나 이처럼 푸대접받고 있는 이공계 인력은 자원이 빈약한 우리나라를 지금 이 정도까지 먹여살린 원동력이다. 반도체, 휴대전화, 철강, 자동차 등 기술력을 앞세운 제품들의 수출이 없었다면 우리나라의 경제 사정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우리시대 기술혁명’은 이공계 위기를 절실하게 느낀 서울대 재료공학부 김도연 교수가 미래의 엔지니어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쓴 책이다. 이제까지 발전해온 인류 생활사는 모두 엔지니어의 공(功)이라는 것에 대한 근거를 조목조목 보여주기로 작정했다. 엔지니어가 이뤄낸 업적과 인류에 대한 공헌을 증명하는 데 지금까지의 역사보다 더 좋은 자료는 없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 ‘미래의 엔지니어를 위하여’라는 소제목이 붙은 머리말을 보면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21세기의 인류사회가 오늘의 모습이 되기까지 가장 큰 역할을 한 사람들은 과연 누구일까? 이 글의 목적은 그 누구도 아닌 엔지니어가 세상을 바꾸어왔으며 엔지니어가 인간다운 세상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다. 자동차가 엔진에 의해 움직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간사회는 엔지니어에 의해 역동성을 갖는다.”
저자는 미국공학한림원이 뽑은 20세기 대표적 기술 20가지를 재미있는 일화와 새로운 공학지식을 엮어서 소개했다. 20가지 모두 실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것이며, 이러한 기술 개발이 없었다면 인간의 삶은 분명 지금보다 불편했을 것이다.
첫 번째로 소개한 것은 ‘전기’다. 전기는 1800년대 초 볼타(1745~1827)가 전지를 실험하면서 존재가 알려졌으며, 발명왕 에디슨이 백열전구를 만듦으로써 효과가 널리 퍼졌다. 저자는 이 부분에서 ‘에디슨의 결정적 실수’라는 일화를 곁들였다. 에디슨은 백열전구를 발명하면서 여러 가지 관련 사업을 생각했다. 전등 하나를 밝히기 위해서는 전기를 만드는 발전(發電), 사용자에게 운반하는 송전(送電), 송전을 중계하는 변전소(變電所)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에디슨은 이 과정에서 직류송전 방식을 고집했는데, 이것은 결과적으로 위대한 엔지니어가 저지른 큰 실수였다. 직류는 교류에 비해 송전거리에 큰 제한이 따랐으며, 결국 교류 송전을 택한 회사는 더욱 번창했고 에디슨의 회사는 여러 회사에 합쳐졌다.
저자는 전기에 이어 ‘자동차’를 소개했다. 1900년에는 교통수단이 없었기 때문에 걸어서 한 사람이 평생 동안 약 1200마일을 여행했지만, 오늘날은 한 사람이 1년 동안 자동차로 여행하는 거리가 1만 마일이나 된다. 그러나 정작 현대문명의 상징인 자동차를 누가 발명했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은데 그 이유가 남다르다. 자동차를 발명한 사람은 프랑스의 퀴뇨(1725~1840)로, 그는 1769년 증기기관을 이용해 대포를 운반하는 수송차량 개발에 성공했다. 그리고 이듬해 사람이 타고 움직이는 증기기관 승용차도 개발했다. 그러나 퀴뇨는 1771년 승용차를 몰다가 돌담을 들이받는 사고를 일으켜 후원자를 잃는다. 때문에 자동차 연구의 경제적 지원이 끊기면서 더 이상 실험은 진행되지 못했다. 그 후 독일의 다임러(1834~1900)와 벤츠(1844~1929)가 가솔린에 의한 내연기관 자동차를 만들면서 퀴뇨의 이름은 점차 잊혀져 간다.
이밖에도 인류에게 날개를 달아준‘비행기’, 글로벌 시대를 주도하는 ‘라디오와 텔레비전’, 20세기 정보통신기술의 혁명 ‘컴퓨터’, 재앙의 무기에서 희망의 자원으로 변화하는 ‘원자핵 기술’ 등이 소개돼 있다. 물론 하나하나의 기술을 소개할 때마다 발명가들, 즉 엔지니어들의 꿈과 노력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그리고 그 내용은 저자의 바람대로 엔지니어들이, 공대생들이 자부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공학도들이여, 희망을 가져라!
Tips
볼타 이탈리아의 물리학자로 코모의 왕립학원을 졸업한 뒤 1774년 이 학원의 물리학 교수, 5년 뒤에는 파비아 대학의 자연철학 교수가 됐다. 18세 무렵부터 정전기학을 연구, 1769년 최초의 논문인 ‘전깃불의 인력에 관해서’를 발표했고, 전기쟁반·축전기·검전기 등 일련의 전기기기를 고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