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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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줄 몸무게·천의 얼굴 ‘독종’은 아무나 되나

  • 김용습 스포츠서울 기자 snoopy@sportsseoul.com

    입력2004-10-22 03: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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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3kg→96kg→78kg. 지난 1년간 배우 설경구(37·사진)의 고무줄 같은 체중 변화다.

    몸무게를 23kg 늘렸다가 다시 18kg을 줄였으니, 다이어트에 관심 많은 사람이라면 귀가 쫑긋할 만한 얘기가 아닐 수 없다.

    10월15일 막을 내린 제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열린 영화 ‘역도산’ 행사에서 수많은 영화 팬들은 주연배우 설경구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한 달 전 일본 히로시마현 다케하라시에서 ‘역도산’(송해성 감독)을 촬영할 때까지만 해도 거의 100kg에 육박하는 거구였는데 한순간에 몰라보게 날씬해졌기(?) 때문이다.

    “반 공기씩 하루 두 끼 식사를 했어요. 두부와 오이 등을 주로 먹었죠. 그리고 하루 6~7시간씩 운동하며 몸 상태를 조절했고요.”

    8월15일 설경구는 ‘역도산’ 촬영이 끝나자마자 ‘살빼기 30일 작전’에 들어갔다. 식이요법을 하면서 오전, 오후에 피트니스 센터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잠자기 전 1시간가량 달리기로 땀을 흘렸다. 그가 미친 듯이 체중 조절에 나선 까닭은 차기작 ‘공공의 적 2’(강우석 감독)에서 맡은 검사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서였다. 연기를 위해 몸무게를 늘리고 줄인 것은 이번이 두 번째. 3년 전 영화 ‘공공의 적’에 출연했을 때 89kg까지 몸을 불린 적이 있다.



    “이제 발톱을 깎을 때 끙끙대지 않아도 되고 무릎 통증도 사라졌어요. 무엇보다도 집에 있는 옷들에 맞게 허리둘레가 줄어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한 달 전 설경구는 39인치 허리를 자랑했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독종’이다. 연기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한다. 1950년대 일본을 호령했던 프로레슬러 역도산으로 태어나기 위해서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했다. 지난 6개월 동안 일주일에 3차례씩 이수일, 한태윤 등 프로레슬러들과 맹연습을 했는가 하면 서울액션스쿨에서 온몸에 멍자국을 만들었다. 오죽했으면 정두홍 무술감독조차 “소름이 끼칠 정도로 지독한 배우”라며 혀를 내둘렀을까. 그 결과 설경구는 ‘역도산’에서 대역 없이 모든 액션 장면을 100% 소화해냈다.

    어디 그뿐인가. 거구가 되기 위해 끼니마다 튀김, 탄수화물, 고기 등을 입에 쏟아부었고, 술도 엄청나게 마셔댔다. 소주, 폭탄주가 주특기인 그는 한번 술잔을 잡으면 초저녁에서 이튿날 아침까지 마시는 두주불사형이다. 지독한 근성으로 6개월 만에 일본어를 습득하기도 했다. 덕분에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극중 역도산의 아내 ‘아야’ 역을 맡은 나카타니 미키의 통역을 자청하는 등 빼어난 일본어 실력을 뽐냈다. 나카타니 미키, 후지 다쓰야 등 일본 배우들과 한데 어울리면서 얻어낸 결과다.

    탄성 있는 고무줄처럼 그의 연기 스펙트럼은 변화무쌍하다. ‘박하사탕’의 영호, ‘공공의 적’의 철중, ‘오아시스’의 종두, ‘광복절 특사’의 재필, ‘실미도’의 인찬 등 매 작품마다 전혀 다른 천의 얼굴을 보여줬다.

    “맡은 캐릭터를 위해 항상 최선을 다할 뿐”이라는 배우 설경구가 새롭게 그려낸 역도산의 인생 역정은 역도산 사망 41주년이 되는 오는 12월15일 공개된다. 설경구는 “지금껏 맡은 배역 중 가장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다. 모든 걸 가졌지만 실은 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일본 최초의 프로레슬러였던 한국인 역도산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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