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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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3가 음반시장을 죽인 게 아니다

  • 디지털경제칼럼니스트 woody01@lycos.co.kr

    입력2004-10-22 14: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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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 음반시장에는 찬바람만 불고 있다. 이 시장은 턴테이블 전축의 매체이던 LP(Long Play)디스크가 컴팩트디스크(Compact Disk)로 바뀌는 아날로그 음악과 디지털 음악의 대변환에서도 살아남은 전통 있는 시장이었다.

    기술적 격변에도 끄떡없었던 이유는 플라스틱으로 찍어내던 생산공정이 레이저로 재생하는 방식의 더 작은 디스크로 바뀌었을 뿐, 소비자 처지에서 한 가수나 밴드의 ‘몇 집 앨범’ 하는 식의 콘텐츠 전달 유형은 달라진 것이 없었기 때문. 오히려 크기가 더 작아져 편리해졌을 뿐 아니라 음질도 좋아져 소비자들의 호응은 계속됐다. CD는 자동차 속의 카오디오에까지 널리 보급되어 기존 카세트테이프를 완전히밀어내버렸다. 그런데 같은 기술방식의 디지털 매체인 MP3의 등장과 보급 이후 음반업계는 불황을 호소하다 못해 거의 고사 직전에 이른 듯하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난 것일까. 간단한 답은 묶음 형식의 ‘앨범’이 MP3 세대에게는 전혀 합리적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자신이 좋아하는 몇 곡을 듣기 위해 원치 않는 여러 곡이 수록된 ‘패키지’를 사는 것이 소비자 처지에서 억울하다. 그리고 다양한 가수, 밴드들의 좋아하는 곡들을 자신이 원하는 배열로 듣고 싶다. MP3는 한 곡을 한 파일로 하여 제각기 다운로드받아 저장해두고, MP3 플레이어에 담든 CD로 굽든 ‘DIY(Do It Yourself)’ 방식으로 개인 취향에 얼마든지 맞출 수 있는 것이다.

    음반업계는 왜 그리 난리일까. 당연한 문화소비의 패턴이 나타나는 것뿐인데…. 언제까지 공급자 편의대로 묶어서 팔면 묶어서 사줄 것으로 믿고 있었단 말인가. 이미 미국의 음반시장에는 과거 턴테이블을 위한 디스크에도 여러 곡이 들어간 LP뿐 아니라 SP(Short Play), 혹은 ‘Single cut’라 부르던 ‘한 곡 음악파일’의 전통이 있었다. 즉 MP3 음악파일은 이 SP디스크의 디지털 버전이나 다름없다.

    문제는 음악 콘텐츠 유료화에 대한 적절한 대응전략이다. 소비자가 수긍하는 수준의 서비스와 시장가격을 구성하는 것이 비즈니스 성공 경제학의 첫 단추인 것이다. 물론 그동안 음악파일이 ‘공짜’라고 생각해온 네티즌 의식과 이를 중개하며 저작권 무시에 대해 발뺌을 해온 P2P 사이트들의 잘못도 있다. 하지만 소비자 욕구와 신기술의 변화에 무심하면서 서비스의 적절한 변화를 시도하지도 않은 채 공급자 방식을 따르라고 억지를 쓴 음반업계의 고집이 더 문제다.



    그렇다면 다수 소비자의 수요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과 가격정책이 제시되어야 할 때다. 미국에서는 MP3 한 곡당 대략 99센트(약 1150원)라고 한다. 우리나라 가격은 이보다 좀더 낮았으면 한다. 소비자를 위해서뿐 아니라 디지털 음악시장 전체를 위한 유연한 수요-공급 균형점을 찾으라는 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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