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을 파봐라, 100원짜리 동전 하나 나오나’를 생활신조로 삼고 있는 직장생활 4년차 ‘강절약’ 대리. 지난해 가을 결혼기념일을 맞이해 큰맘 먹고 아내 ‘나검소’씨를 위해 구두를 샀다. 아내가 감격해할 것을 기대하며 상자를 내민 강대리. 그러나 아내는 현금으로 구두를 샀느냐고 따져묻는 게 아닌가. 근검절약에서 남편을 능가하는 나검소씨는 “상품권으로 사면 얼마나 싼데!”라며 발을 동동 굴렀다. 속이 쓰리기는 강대리도 마찬가지.
다가오는 명절, 부모님과 장인 장모께 무엇을 선물할까 고민하던 강대리에게 지난 가을의 에피소드가 떠올랐다. ‘싼값에 생색낼 수 있다면….’ 그러고 보니 자신이 신고 있는 구두도 이제 바꿀 때가 됐다.
아내가 설명해 준 ‘값싸게 구두 사는 법’은 간단했다. 길거리 구두수선소에서 상품권을 싸게 판다는 것. 토요일 퇴근길에 강대리는 회사빌딩 앞 구두소선소를 찾았다. 주인 아저씨가 갖고 있는 제화업체 상품권 할인율은 브랜드에 따라 20~25%. 인기 있는 회사일수록 할인폭이 적었다.
서울을 비롯한 주요 대도시 번화가의 경우 상당수 구두수선소에서 구두상품권을 살 수 있다. 서울의 경우 종로, 신촌, 명동, 강남역 등의 지하철역 인근에서 찾을 수 있다. 할인율은 시즌이나 상품권 유통량, 지역에 따라 달라진다. 명절 시즌, 서울 지역의 예를 들면 할인율이 가장 높은 E제화가 25%, 가장 낮은 K제화가 20% 가량 싸게 살 수 있다. 비수기 때는 이보다 0.5% 가량 더 싸게 살 수 있다. 상품권을 담을 선물용 봉투까지 구비한 경우가 많지 않은 것이 단점.
더 싼값에 파는 도매상이 있을 것이라 판단한 강대리는 아저씨를 졸라 판매상들이 서울 명동의 ‘채권골목’에 밀집해 있다는 고급정보를 알아냈다. 거기서는 구두뿐 아니라 백화점 상품권도 판다는 것. 내친김에 강대리는 점심도 건너뛰고 명동으로 향했다.
명동 골목. 간판을 보고 가게에 들어서 시세를 물으려 했지만 바쁜 아저씨들은 “돈 갖고 와서 살 것만 말하라”고 딱 자르는 것 아닌가. 대신 수십장씩 끊어가는 사람들만 상대하려 드는 것이었다.
서울 명동의 상품권 도매상은 길거리의 구두수선소와 사무실이 있는 도매전문업체로 나뉜다. 이름만 구두수선소지 구두를 닦지 않고 상품권 판매만 전담하는 상인도 많다. 그 가운데 한 명인 박모씨(52·경력 17년)는 상품권 판매 역사의 산 증인. “상품권이 등장하면서부터 할인은 늘 존재해 왔다”고 말하는 박씨는 명동 도매상이 소매상보다 0.2% 가량 저렴하다고 말한다. 10만원짜리 상품권을 사면 200원이 절약되는 셈. 대량 구매자가 아니면 굳이 명동에 올 필요는 없다는 설명이다.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38)는 중견기업에서 자금 흐름을 담당하다 독립해 나왔다. 주로 하청업체나 거래처 대금결제시 현금 대신 지급된 상품권을 떠안아 시중에 푸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밖에도 명절을 앞둔 중소기업에서 선물용으로 대량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명절 시즌이 다가오면 바쁜 탓에 한두 장 사러 오는 손님에게는 다소 불친절할 수밖에 없다고 귀띔한다. 가능한 한 빨리 거래를 끝내야지 이곳에서 ‘서비스 정신’을 기대해선 곤란하다는 조언. 지방도시의 경우도 대부분 주요 백화점 뒷골목에 상품권을 할인해 파는 상권이 형성돼 있다.
듣던 대로 백화점 상품권도 있었다. 할인율은 대략 6~7%. ‘애개, 구두상품권에 비하면 턱없이 적잖아.’ 결국 우리의 강대리, 20만원짜리 구두상품권 세 장을 46만 몇 천원에 사들고 보무도 당당하게 집으로 향하는 지하철에 오른다.
백화점 상품권 역시 회사에 따라 할인율이 차이를 보인다. 할인율이 가장 낮은 것은 L백화점 상품권(6%). S백화점이나 H백화점은 6.5~7%. 시세에 따라 미묘한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구두상품권과 마찬가지다. 명동의 경우 대부분 선물용 봉투도 구비하고 있지만 백화점 판매코너에서 살 경우 받을 수 있는 상자형 포장은 불가능하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할 듯.
판매업자 김씨는 백화점 상품권의 할인율이 구두보다 비싼 이유를 소비자들의 선호도와 회사에 따라 자금사정이 다른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대기업인 백화점의 경우 구두업체보다 자금 사정이 나아 시중에 방출하는 상품권의 양이 다르다는 것. 일단은 급해서 저가로 시중에 뿌리지만 상품을 제값에 못 파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도 상품권을 살 수 있다. 야후, 엠파스 등 검색엔진에서 찾을 수 있는 사이트는 100여개. 대개 오프라인 업자가 사이트를 함께 운영해 시세와 큰 차이는 없지만 간혹 파격적인 할인율을 제시하는 ‘기획상품’도 있다. 주유권이나 도서상품권은 물론 고속도로카드, 관광상품권, 문화상품권, 농협상품권 등 다양한 상품권을 한자리에서 살 수 있는 것도 장점. 이들 상품권의 할인율은 대략 5% 안쪽이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믿을 수 없다’는 점이다. 상품권 판매사이트들은 신용카드나 온라인으로 돈을 입금한 뒤 우편으로 물건을 보내주는 거래방식을 택하고 있다. 돈만 받고 물건을 주지 않는 ‘전자상거래 사기’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는 것. 특히 이 경우 정상적으로 구입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소비자단체의 조력을 받기도 어렵다. 위험부담을 감수할 것인지 발품을 팔 것인지의 판단은 소비자 몫이다.
월요일. 회사에 출근한 강대리는 계획대로 새 구두를 사기로 마음먹고 점심시간에 매장을 찾았다. 15만원짜리 구두를 고른 강대리는 즐거운 마음으로 카운터에 20만원짜리 상품권을 내밀었다. 그런데 웬걸, 점원이 빳빳한 현금 대신 교환권을 꺼내드는 것 아닌가?
“현금으로 주세요!” 점원의 표정은 단호했다. “상품권 금액의 90% 이상 되는 물품을 사셨을 때만 잔돈을 현금으로 드립니다.” 강대리의 이마에 진땀이 흘렀다. “상품권 뒷면에 분명히 60% 이상 사용시 현금을 준다고 돼 있잖아요.” “죄송합니다만 매장 규칙상 어쩔 수 없습니다.” “매니저 불러요. 나 고발할 거야!” 한참 동안 계속된 실갱이…. 마침내 점원이 졌다는 듯 5만원을 내밀었다. ‘이겼다.’ 승리의 쾌감은 역시 달콤한 것이었다.
상품권법 제18조와 시행령에 따르면 소비자는 표시금액의 60% 이상을 사용하면 잔액을 현금으로 요구할 수 있다(1만원 이하 상품권의 경우 80% 이상). 여러 가지 상품을 구입한 경우나 여러 장의 상품권으로 구입한 경우에도 최종적으로 지불해야 할 금액이 제시하는 상품권 금액 총합의 60%를 넘으면 차액은 모두 현금으로 받을 수 있다는 게 한국소비자보호원의 유권해석이다. 또한 상품권에 미리 기재돼 있지 않은 한 할인판매 기간에도 예외없이 상품권을 이용한 구매가 가능하다. 한마디로 절대로 현금과 차별하지 말라는 취지. 유효기간(대부분 5년)이 지난 상품권도 금액의 90%를 인정받을 수 있다.
회사로 돌아와 회의에 참석했지만 강대리의 머릿속은 암산으로 분주하다. ‘내가 얼마를 벌었나?’ “강대리! 어디다 넋을 빼놓고 있는 거야!” 갑자기 날아든 과장님의 불호령. ‘아참, 회의 시간이었지.’ 짐짓 계면쩍은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강대리는 속으로 굳은 돈을 생각하며 웃음짓는다.
다가오는 명절, 부모님과 장인 장모께 무엇을 선물할까 고민하던 강대리에게 지난 가을의 에피소드가 떠올랐다. ‘싼값에 생색낼 수 있다면….’ 그러고 보니 자신이 신고 있는 구두도 이제 바꿀 때가 됐다.
아내가 설명해 준 ‘값싸게 구두 사는 법’은 간단했다. 길거리 구두수선소에서 상품권을 싸게 판다는 것. 토요일 퇴근길에 강대리는 회사빌딩 앞 구두소선소를 찾았다. 주인 아저씨가 갖고 있는 제화업체 상품권 할인율은 브랜드에 따라 20~25%. 인기 있는 회사일수록 할인폭이 적었다.
서울을 비롯한 주요 대도시 번화가의 경우 상당수 구두수선소에서 구두상품권을 살 수 있다. 서울의 경우 종로, 신촌, 명동, 강남역 등의 지하철역 인근에서 찾을 수 있다. 할인율은 시즌이나 상품권 유통량, 지역에 따라 달라진다. 명절 시즌, 서울 지역의 예를 들면 할인율이 가장 높은 E제화가 25%, 가장 낮은 K제화가 20% 가량 싸게 살 수 있다. 비수기 때는 이보다 0.5% 가량 더 싸게 살 수 있다. 상품권을 담을 선물용 봉투까지 구비한 경우가 많지 않은 것이 단점.
더 싼값에 파는 도매상이 있을 것이라 판단한 강대리는 아저씨를 졸라 판매상들이 서울 명동의 ‘채권골목’에 밀집해 있다는 고급정보를 알아냈다. 거기서는 구두뿐 아니라 백화점 상품권도 판다는 것. 내친김에 강대리는 점심도 건너뛰고 명동으로 향했다.
명동 골목. 간판을 보고 가게에 들어서 시세를 물으려 했지만 바쁜 아저씨들은 “돈 갖고 와서 살 것만 말하라”고 딱 자르는 것 아닌가. 대신 수십장씩 끊어가는 사람들만 상대하려 드는 것이었다.
서울 명동의 상품권 도매상은 길거리의 구두수선소와 사무실이 있는 도매전문업체로 나뉜다. 이름만 구두수선소지 구두를 닦지 않고 상품권 판매만 전담하는 상인도 많다. 그 가운데 한 명인 박모씨(52·경력 17년)는 상품권 판매 역사의 산 증인. “상품권이 등장하면서부터 할인은 늘 존재해 왔다”고 말하는 박씨는 명동 도매상이 소매상보다 0.2% 가량 저렴하다고 말한다. 10만원짜리 상품권을 사면 200원이 절약되는 셈. 대량 구매자가 아니면 굳이 명동에 올 필요는 없다는 설명이다.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38)는 중견기업에서 자금 흐름을 담당하다 독립해 나왔다. 주로 하청업체나 거래처 대금결제시 현금 대신 지급된 상품권을 떠안아 시중에 푸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밖에도 명절을 앞둔 중소기업에서 선물용으로 대량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명절 시즌이 다가오면 바쁜 탓에 한두 장 사러 오는 손님에게는 다소 불친절할 수밖에 없다고 귀띔한다. 가능한 한 빨리 거래를 끝내야지 이곳에서 ‘서비스 정신’을 기대해선 곤란하다는 조언. 지방도시의 경우도 대부분 주요 백화점 뒷골목에 상품권을 할인해 파는 상권이 형성돼 있다.
듣던 대로 백화점 상품권도 있었다. 할인율은 대략 6~7%. ‘애개, 구두상품권에 비하면 턱없이 적잖아.’ 결국 우리의 강대리, 20만원짜리 구두상품권 세 장을 46만 몇 천원에 사들고 보무도 당당하게 집으로 향하는 지하철에 오른다.
백화점 상품권 역시 회사에 따라 할인율이 차이를 보인다. 할인율이 가장 낮은 것은 L백화점 상품권(6%). S백화점이나 H백화점은 6.5~7%. 시세에 따라 미묘한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구두상품권과 마찬가지다. 명동의 경우 대부분 선물용 봉투도 구비하고 있지만 백화점 판매코너에서 살 경우 받을 수 있는 상자형 포장은 불가능하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할 듯.
판매업자 김씨는 백화점 상품권의 할인율이 구두보다 비싼 이유를 소비자들의 선호도와 회사에 따라 자금사정이 다른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대기업인 백화점의 경우 구두업체보다 자금 사정이 나아 시중에 방출하는 상품권의 양이 다르다는 것. 일단은 급해서 저가로 시중에 뿌리지만 상품을 제값에 못 파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도 상품권을 살 수 있다. 야후, 엠파스 등 검색엔진에서 찾을 수 있는 사이트는 100여개. 대개 오프라인 업자가 사이트를 함께 운영해 시세와 큰 차이는 없지만 간혹 파격적인 할인율을 제시하는 ‘기획상품’도 있다. 주유권이나 도서상품권은 물론 고속도로카드, 관광상품권, 문화상품권, 농협상품권 등 다양한 상품권을 한자리에서 살 수 있는 것도 장점. 이들 상품권의 할인율은 대략 5% 안쪽이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믿을 수 없다’는 점이다. 상품권 판매사이트들은 신용카드나 온라인으로 돈을 입금한 뒤 우편으로 물건을 보내주는 거래방식을 택하고 있다. 돈만 받고 물건을 주지 않는 ‘전자상거래 사기’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는 것. 특히 이 경우 정상적으로 구입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소비자단체의 조력을 받기도 어렵다. 위험부담을 감수할 것인지 발품을 팔 것인지의 판단은 소비자 몫이다.
월요일. 회사에 출근한 강대리는 계획대로 새 구두를 사기로 마음먹고 점심시간에 매장을 찾았다. 15만원짜리 구두를 고른 강대리는 즐거운 마음으로 카운터에 20만원짜리 상품권을 내밀었다. 그런데 웬걸, 점원이 빳빳한 현금 대신 교환권을 꺼내드는 것 아닌가?
“현금으로 주세요!” 점원의 표정은 단호했다. “상품권 금액의 90% 이상 되는 물품을 사셨을 때만 잔돈을 현금으로 드립니다.” 강대리의 이마에 진땀이 흘렀다. “상품권 뒷면에 분명히 60% 이상 사용시 현금을 준다고 돼 있잖아요.” “죄송합니다만 매장 규칙상 어쩔 수 없습니다.” “매니저 불러요. 나 고발할 거야!” 한참 동안 계속된 실갱이…. 마침내 점원이 졌다는 듯 5만원을 내밀었다. ‘이겼다.’ 승리의 쾌감은 역시 달콤한 것이었다.
상품권법 제18조와 시행령에 따르면 소비자는 표시금액의 60% 이상을 사용하면 잔액을 현금으로 요구할 수 있다(1만원 이하 상품권의 경우 80% 이상). 여러 가지 상품을 구입한 경우나 여러 장의 상품권으로 구입한 경우에도 최종적으로 지불해야 할 금액이 제시하는 상품권 금액 총합의 60%를 넘으면 차액은 모두 현금으로 받을 수 있다는 게 한국소비자보호원의 유권해석이다. 또한 상품권에 미리 기재돼 있지 않은 한 할인판매 기간에도 예외없이 상품권을 이용한 구매가 가능하다. 한마디로 절대로 현금과 차별하지 말라는 취지. 유효기간(대부분 5년)이 지난 상품권도 금액의 90%를 인정받을 수 있다.
회사로 돌아와 회의에 참석했지만 강대리의 머릿속은 암산으로 분주하다. ‘내가 얼마를 벌었나?’ “강대리! 어디다 넋을 빼놓고 있는 거야!” 갑자기 날아든 과장님의 불호령. ‘아참, 회의 시간이었지.’ 짐짓 계면쩍은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강대리는 속으로 굳은 돈을 생각하며 웃음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