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방재정공제회(이하 공제회)측과 과학문화재단(이하 문화재단)측은 요즘 냉전중이다. 서로가 서로를 향해 “그럴 수 있느냐”며 분을 삭이고 있는 것. 공제회 쪽에서는 문화재단이 고액복권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주장하고, 문화재단측에서는 공제회가 먼저 약속을 파기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공제회와 문화재단은 각각 행정자치부와 과학기술부의 위임을 받아 자치복권과 기술복권을 발행하고 있다.
이들이 서로를 헐뜯는 이유는 간단하다. 공제회가 제주도와 연합해 지난해 12월6일부터 최고 당첨 가능액 60억원짜리 슈퍼코리아연합복권을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일주일 후 문화재단이 최고 당첨 가능액 100억원(50억원×2명)짜리 슈퍼더블복권을 들고 나왔기 때문. 두 기관이 한꺼번에 고액복권을 판매함으로써 제 살 깎아먹기식이 돼버리자 그 책임을 서로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앞장서 고액복권 잇따라 발행
두 기관이 고액복권을 발행하게 된 것은 지난해 10월 복권발행 정부 부처 실무자들로 구성된 복권발행협의회의 결정에 따른 조치였다. 국가보훈처를 제외한 복권발행 8개 부처 관계자들이 모인 이 협의회에서는 ‘순서를 정해 8개 부처가 차례로 고액복권을 발행하기로’ 합의했다. 공제회측은 이 합의를 바탕으로 자신들이 먼저 고액복권을 발행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문화재단측은 “아직 순서가 정해지기도 전에 공제회가 먼저 치고 나온 것은 약속 위반”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공제회와 문화재단이 고액복권 당첨금을 걸고 벌이는 과당경쟁을 보는 눈길은 곱지가 않다. 정부가 앞장서서 사행심을 조장한다는 비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제 밥그릇만 챙기는 것으로 비쳐지기 때문. 행자부와 과기부가 고액복권을 발행하기로 한 것도 국가보훈처(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이 운영)가 발행하고 있는 플러스복권이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5월 처음 발행된 최고 당첨 가능액 40억원짜리 플러스복권은 1, 2차에 걸쳐 25억원 당첨자가 탄생하면서 복권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다른 복권을 발행하는 8개 부처 관계자들은 ‘배가 아파도’ 이를 지켜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2000년 말 그들 스스로 복권발행협의회를 열고 고액복권을 당분간 발행하지 않기로 합의했기 때문.
그렇다고 국가보훈처를 제재할 방법도 없었다. 복권발행협의회는 강제력이 없는 임의단체이기 때문. 게다가 국가보훈처는 2000년 말 합의 때도 참여하지 않아 약속을 위반했다고도 할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 협의회가 지난해 10월 플러스복권에 대응하기 위해 고액복권을 차례로 발행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문제는 세 종류의 고액복권이 복권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 판매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 현재 복권 판매망은 주로 복권발행 기관 →총판 →각 지역별 대리점→복권판매 가판대 등으로 짜여져 있다. 대개 한 총판이 여러 기관의 복권을 함께 취급한다. 다만 기술복권을 발행하는 문화재단의 경우 특이하게 판매전문 자회사인 ㈜과학기술복권에서 총판 역할을 하고 있다.
복권판매를 늘리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총판의 마진을 높여주는 것. 즉석식 복권의 경우 총판과 대리점의 마진은 대체로 14% 선. 그러나 총판이나 대리점 입장에서는 마진을 1%라도 더 주는 복권을 팔아야 이익이 많이 남으므로 해당 복권 판매에 더 열을 올리게 된다.
마진율 경쟁을 하다 보면 기금 조성 비율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 재원 확보라는 복권발행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지난해 4월 복권 운영기관 실무자들이 모여 마진율 경쟁을 자제하기로 합의했다. 현재 모든 복권은 총 발행 금액의 50%는 당첨금으로 환급하고, 나머지 50%에서 총판 마진·인쇄비·홍보비 등을 뗀 후 남은 수익을 기금으로 조성하고 있다.
마진율 경쟁과 관련, 항상 공세적인 입장을 취하는 곳은 복지·기업·자치·녹색복권 등 후발 복권 기관이라는 게 복권시장 관계자들의 얘기. 이들은 복권시장에 늦게 진입해 인지도에서 떨어지기 때문. 한 선발 복권 발행기관 관계자는 “작년 4월의 합의가 얼마 안 돼 깨진 것은 후발 복권 발행기관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과도한 판매 경쟁에 따른 또 다른 문제점은 외상 매출금이 ‘부실화’할 수 있다는 점. 복권은 유가증권이기 때문에 현금 거래를 원칙으로 하지만 판매경쟁이 치열해질 경우 외상 판매까지 불사한다. 복권시장 관계자는 “현재 고액복권을 판매하는 한 기관에서는 무리하게 외상 판매를 늘리고 있어 사고 위험성이 높다”고 귀띔했다.
‘주간동아’는 취재 과정에서 근로복지공단이 지난해 10월 김재영 이사장의 감사 지시에 따라 감사를 실시하는 과정에 대규모 복권 관련 외상 매출금을 안고 있으며, 이중 상당 부분은 회수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드러났음을 단독 확인했다. 노동부로부터 위임받아 복지복권을 운영하는 근로복지공단의 복권사업 전반에 큰 구멍이 뚫려 있음이 밝혀진 셈이다.
공단이 작년 말 현재 보유하고 있는 복권 관련 미수채권은 109억원. 공단측은 이중 35억원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복권판매를 위해 공단의 지방 지사에 내려보냈으나 아직 정산되지 않은 금액과 담보로 받아놓은 양도성 예금증서의 만기가 도래하지 않아 현금화하지 않은 금액이기 때문에 회수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
문제가 되는 부분은 한때 복지복권 독점 판매권을 가지고 있던 도매상 오모씨에 대한 외상 매출금 74억원이다. 이중 오씨가 발행한 어음을 받고 내준 복권 19억원어치는 오씨의 어음이 부도나는 바람에 한푼도 회수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외상 매출금 55억원과 관련해서는 공단측이 담보를 확보하고 있지만 담보를 모두 처분하더라도 일부 손실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복권시장의 한 관계자는 “근로복지공단도 다른 복권발행 기관처럼 현금거래를 원칙으로 했다면 이런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설사 외상거래를 했다 해도 그때그때 정산을 제대로 했다면 외상매출금이 이처럼 커지지도 않았고, 부실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복권시장 관계자들은 한때 후발 복권을 노린 브로커들이 활개를 쳤다고 귀띔했다. 복권판매에 어려움을 겪는 후발 복권 발행기관 관계자에게 접근, “담보를 제공한 만큼 복권을 넘겨주면 책임지고 복권을 팔아주겠다”고 유혹해 넘겨받은 복권을 팔아 개인적으로 착복하는 일이 있었다는 것. 뒤늦게 속은 것을 안 복권발행 기관이 담보를 확인해 보면 담보가치가 턱없이 부족한 경우마저 있었다는 것.
문화재단이 현재 안고 있는 14억원의 부실채권도 복권 판매 브로커에게 당한 것. 문화재단 산하 ㈜과학기술복권 전 영업부장 조모씨 주도로, 99년 말부터 다음해 6월까지 73억여원대의 복권을 복권 도매상 J씨에게 무담보로 넘겨주었으나 J씨의 부도로 14억원을 받지 못하게 된 것. 경찰 조사 결과 J씨는 조씨에게 2억5000만원을 주고 무담보로 복권을 넘겨받은 것으로 드러나 두 사람은 2000년 8월 검찰에 구속됐다.
복권시장 관계자들은 “복권시장에는 이처럼 함정이 많다”고 말한다. 너도나도 복권을 발행한다고 해서 섣불리 복권시장에 뛰어들었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는 얘기다. 문화재단 산하 복권판매 자회사 ㈜과학기술복권 이세용 사장은 “그렇지 않아도 판매경쟁이 치열한 복권시장에 신규 진입자가 줄줄이 예정돼 있어 판매 브로커들이 또다시 활개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우리나라 복권시장은 69년 국민주택건설 자금 조성을 위해 주택복권이 처음 발행된 이래 계속 늘어나 현재 10개 기관에서 모두 20종의 복권이 발행되고 있다. 작년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20% 정도 성장한 63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의 급성장은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이 발행한 플러스복권에서 ‘대박’이 터지면서 복권이 다시 일반의 관심을 끌었기 때문.
복권은 앞으로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해양수산부와 환경부도 각각 ‘바다복권’ ‘환경복권’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져 조만간 ‘1부처 1복권’ 시대가 열리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거림도 들린다. 정부가 이처럼 복권발행에 몰두하는 것은 손쉽게 예산이나 기금 등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 98년 12월 규제완화 차원에서 국무조정실 복권발행조정위원회가 폐지되면서 각 부처들이 산하단체 관련법만 개정하면 복권발행이 가능하다.
정부가 당시 조정위원회를 폐지한 것은 90년대 중반 이후 복권시장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 90년대 초반 복권시장이 고성장하면서 최고 당첨금 판매 수수료 등의 규제 필요성 때문에 조정위원회를 만들었는데, 복권시장 침체로 규제의 필요성이 없어졌던 것.
정부는 비난 여론이 잇따르자 뒤늦게 2월중 총리 훈령을 제정, 총리 산하에 조정위원회를 부활하기로 했다. 그러나 ‘버스 떠난 뒤 손 흔들기’식 조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굳이 총리실 규제가 아니더라도 판매에 자신 없으면 복권시장에 뛰어들지 않는 게 상책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포화상태인 복권시장에 뒤늦게 뛰어들어 판매 브로커들 좋은 일만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서로를 헐뜯는 이유는 간단하다. 공제회가 제주도와 연합해 지난해 12월6일부터 최고 당첨 가능액 60억원짜리 슈퍼코리아연합복권을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일주일 후 문화재단이 최고 당첨 가능액 100억원(50억원×2명)짜리 슈퍼더블복권을 들고 나왔기 때문. 두 기관이 한꺼번에 고액복권을 판매함으로써 제 살 깎아먹기식이 돼버리자 그 책임을 서로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앞장서 고액복권 잇따라 발행
두 기관이 고액복권을 발행하게 된 것은 지난해 10월 복권발행 정부 부처 실무자들로 구성된 복권발행협의회의 결정에 따른 조치였다. 국가보훈처를 제외한 복권발행 8개 부처 관계자들이 모인 이 협의회에서는 ‘순서를 정해 8개 부처가 차례로 고액복권을 발행하기로’ 합의했다. 공제회측은 이 합의를 바탕으로 자신들이 먼저 고액복권을 발행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문화재단측은 “아직 순서가 정해지기도 전에 공제회가 먼저 치고 나온 것은 약속 위반”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공제회와 문화재단이 고액복권 당첨금을 걸고 벌이는 과당경쟁을 보는 눈길은 곱지가 않다. 정부가 앞장서서 사행심을 조장한다는 비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제 밥그릇만 챙기는 것으로 비쳐지기 때문. 행자부와 과기부가 고액복권을 발행하기로 한 것도 국가보훈처(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이 운영)가 발행하고 있는 플러스복권이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5월 처음 발행된 최고 당첨 가능액 40억원짜리 플러스복권은 1, 2차에 걸쳐 25억원 당첨자가 탄생하면서 복권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다른 복권을 발행하는 8개 부처 관계자들은 ‘배가 아파도’ 이를 지켜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2000년 말 그들 스스로 복권발행협의회를 열고 고액복권을 당분간 발행하지 않기로 합의했기 때문.
그렇다고 국가보훈처를 제재할 방법도 없었다. 복권발행협의회는 강제력이 없는 임의단체이기 때문. 게다가 국가보훈처는 2000년 말 합의 때도 참여하지 않아 약속을 위반했다고도 할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 협의회가 지난해 10월 플러스복권에 대응하기 위해 고액복권을 차례로 발행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문제는 세 종류의 고액복권이 복권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 판매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 현재 복권 판매망은 주로 복권발행 기관 →총판 →각 지역별 대리점→복권판매 가판대 등으로 짜여져 있다. 대개 한 총판이 여러 기관의 복권을 함께 취급한다. 다만 기술복권을 발행하는 문화재단의 경우 특이하게 판매전문 자회사인 ㈜과학기술복권에서 총판 역할을 하고 있다.
복권판매를 늘리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총판의 마진을 높여주는 것. 즉석식 복권의 경우 총판과 대리점의 마진은 대체로 14% 선. 그러나 총판이나 대리점 입장에서는 마진을 1%라도 더 주는 복권을 팔아야 이익이 많이 남으므로 해당 복권 판매에 더 열을 올리게 된다.
마진율 경쟁을 하다 보면 기금 조성 비율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 재원 확보라는 복권발행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지난해 4월 복권 운영기관 실무자들이 모여 마진율 경쟁을 자제하기로 합의했다. 현재 모든 복권은 총 발행 금액의 50%는 당첨금으로 환급하고, 나머지 50%에서 총판 마진·인쇄비·홍보비 등을 뗀 후 남은 수익을 기금으로 조성하고 있다.
마진율 경쟁과 관련, 항상 공세적인 입장을 취하는 곳은 복지·기업·자치·녹색복권 등 후발 복권 기관이라는 게 복권시장 관계자들의 얘기. 이들은 복권시장에 늦게 진입해 인지도에서 떨어지기 때문. 한 선발 복권 발행기관 관계자는 “작년 4월의 합의가 얼마 안 돼 깨진 것은 후발 복권 발행기관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과도한 판매 경쟁에 따른 또 다른 문제점은 외상 매출금이 ‘부실화’할 수 있다는 점. 복권은 유가증권이기 때문에 현금 거래를 원칙으로 하지만 판매경쟁이 치열해질 경우 외상 판매까지 불사한다. 복권시장 관계자는 “현재 고액복권을 판매하는 한 기관에서는 무리하게 외상 판매를 늘리고 있어 사고 위험성이 높다”고 귀띔했다.
‘주간동아’는 취재 과정에서 근로복지공단이 지난해 10월 김재영 이사장의 감사 지시에 따라 감사를 실시하는 과정에 대규모 복권 관련 외상 매출금을 안고 있으며, 이중 상당 부분은 회수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드러났음을 단독 확인했다. 노동부로부터 위임받아 복지복권을 운영하는 근로복지공단의 복권사업 전반에 큰 구멍이 뚫려 있음이 밝혀진 셈이다.
공단이 작년 말 현재 보유하고 있는 복권 관련 미수채권은 109억원. 공단측은 이중 35억원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복권판매를 위해 공단의 지방 지사에 내려보냈으나 아직 정산되지 않은 금액과 담보로 받아놓은 양도성 예금증서의 만기가 도래하지 않아 현금화하지 않은 금액이기 때문에 회수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
문제가 되는 부분은 한때 복지복권 독점 판매권을 가지고 있던 도매상 오모씨에 대한 외상 매출금 74억원이다. 이중 오씨가 발행한 어음을 받고 내준 복권 19억원어치는 오씨의 어음이 부도나는 바람에 한푼도 회수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외상 매출금 55억원과 관련해서는 공단측이 담보를 확보하고 있지만 담보를 모두 처분하더라도 일부 손실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복권시장의 한 관계자는 “근로복지공단도 다른 복권발행 기관처럼 현금거래를 원칙으로 했다면 이런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설사 외상거래를 했다 해도 그때그때 정산을 제대로 했다면 외상매출금이 이처럼 커지지도 않았고, 부실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복권시장 관계자들은 한때 후발 복권을 노린 브로커들이 활개를 쳤다고 귀띔했다. 복권판매에 어려움을 겪는 후발 복권 발행기관 관계자에게 접근, “담보를 제공한 만큼 복권을 넘겨주면 책임지고 복권을 팔아주겠다”고 유혹해 넘겨받은 복권을 팔아 개인적으로 착복하는 일이 있었다는 것. 뒤늦게 속은 것을 안 복권발행 기관이 담보를 확인해 보면 담보가치가 턱없이 부족한 경우마저 있었다는 것.
문화재단이 현재 안고 있는 14억원의 부실채권도 복권 판매 브로커에게 당한 것. 문화재단 산하 ㈜과학기술복권 전 영업부장 조모씨 주도로, 99년 말부터 다음해 6월까지 73억여원대의 복권을 복권 도매상 J씨에게 무담보로 넘겨주었으나 J씨의 부도로 14억원을 받지 못하게 된 것. 경찰 조사 결과 J씨는 조씨에게 2억5000만원을 주고 무담보로 복권을 넘겨받은 것으로 드러나 두 사람은 2000년 8월 검찰에 구속됐다.
복권시장 관계자들은 “복권시장에는 이처럼 함정이 많다”고 말한다. 너도나도 복권을 발행한다고 해서 섣불리 복권시장에 뛰어들었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는 얘기다. 문화재단 산하 복권판매 자회사 ㈜과학기술복권 이세용 사장은 “그렇지 않아도 판매경쟁이 치열한 복권시장에 신규 진입자가 줄줄이 예정돼 있어 판매 브로커들이 또다시 활개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우리나라 복권시장은 69년 국민주택건설 자금 조성을 위해 주택복권이 처음 발행된 이래 계속 늘어나 현재 10개 기관에서 모두 20종의 복권이 발행되고 있다. 작년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20% 정도 성장한 63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의 급성장은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이 발행한 플러스복권에서 ‘대박’이 터지면서 복권이 다시 일반의 관심을 끌었기 때문.
복권은 앞으로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해양수산부와 환경부도 각각 ‘바다복권’ ‘환경복권’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져 조만간 ‘1부처 1복권’ 시대가 열리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거림도 들린다. 정부가 이처럼 복권발행에 몰두하는 것은 손쉽게 예산이나 기금 등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 98년 12월 규제완화 차원에서 국무조정실 복권발행조정위원회가 폐지되면서 각 부처들이 산하단체 관련법만 개정하면 복권발행이 가능하다.
정부가 당시 조정위원회를 폐지한 것은 90년대 중반 이후 복권시장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 90년대 초반 복권시장이 고성장하면서 최고 당첨금 판매 수수료 등의 규제 필요성 때문에 조정위원회를 만들었는데, 복권시장 침체로 규제의 필요성이 없어졌던 것.
정부는 비난 여론이 잇따르자 뒤늦게 2월중 총리 훈령을 제정, 총리 산하에 조정위원회를 부활하기로 했다. 그러나 ‘버스 떠난 뒤 손 흔들기’식 조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굳이 총리실 규제가 아니더라도 판매에 자신 없으면 복권시장에 뛰어들지 않는 게 상책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포화상태인 복권시장에 뒤늦게 뛰어들어 판매 브로커들 좋은 일만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