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 승부에서 기선을 제압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물며 향후 바둑계 판도를 가늠하는 대결임에랴. 여기까지 형세는 백이 좋다고 한다. 따라서 흑은 1로 바짝 다가서 좌중앙 백대마를 한껏 위협하며 우중앙에 흑집을 도톰하게 붙이고자 했는데, 이때 백2로 갖다붙인 수가 역전의 빌미를 준 수였다. 다음 흑이 5 쪽이 아닌 3 쪽으로 젖히니 문제가 발생했다(흑5로 받으면 백A에 젖혀 대마를 안정시키려 했는데).
흑 를 당한 이상 백은 1에 끊어야 체면이 선다. 하지만 이는 흑6까지 뒤로 돌리는 수단이 있어, 한 점을 잡아봐야 집이 되지 않는다. 이건 백대마가 위험천만이다.
할 수 없이 최철한 국수는 백4로 대마의 안전을 도모했으나 흑5에 백6의 후수 보강이 필요하다. 한시가 급한 때에 두 수(백4·6)나 공배를 두며 이어간 꼴. 그렇다면 애초 흑1 때 백이 3의 자리에 받느니만 못했다는 결론이다. 여기서 명암이 갈렸다. 185수 끝, 흑 불계승.
주간동아 522호 (p77~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