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가 매회 국내 복권 판매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2002년 12월2일 발매 첫날 6억6000만원어치를 팔았고, 1월3일 15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려 단일 복권으로는 최초로 하루 10억원대 판매를 달성했다.

게다가 4, 5회에서 잇따라 1등 당첨자가 나오지 않아 이월금이 생기자 대박을 꿈꾸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6회차 금요일(1월10일) 하루 동안 46억원어치가 팔렸다. 6회의 주간 판매액은 153억여원, 1등 상금은 65억7400만원이었다. 이로써 종전 국내 복권 사상 최고 당첨금이었던 55억원을 가볍게 넘음으로써 로또는 ‘황제복권’의 자리에 등극했다.

로또 매출 매주 쑥쑥 … 판매점 연내 두배로

현재 로또는 매주 10% 이상 매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매회 100억원어치씩 판다고 가정하면 연 매출이 52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국내 49종(추첨식, 즉석식, 인터넷 모두 포함)의 복권 연간 매출이 2001년 기준으로 7112억원이었음을 감안하면 로또의 성장속도는 무섭다. 초기 5000여개로 출발한 로또 판매점도 연내 1만개로 늘릴 계획이다.

매출액 100억원을 기준으로 로또 구매자 수를 추산해보면 1인당 1게임씩 했을 때 500만명, 2게임씩 했다면 250만명이 로또를 구매한 셈이다. 국내에서 매주 복권을 구매하는 단골 고객을 500만명 정도로 보고 있어 로또 구매자 수가 결코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사실 한국 로또의 출발은 불안했다. 강력한 경쟁자인 즉석식과 추첨식 등 기존 복권 매출이 매년 고성장을 구가하고 있었다. 이미 49종의 복권이 범람하고 있는 한국 시장에서 게임절차가 복잡한 로또를 확산시키는 데 한계가 있었다. 결국 온라인연합복권시스템사업자인 KLS는 손해를 무릅쓰고라도 판매액에 관계없이 1등 당첨금 20억원 보장이라는 카드를 내밀었다. 또 1등 당첨자를 배출한 판매점에 대해 5000만원의 포상금까지 내걸었다.

물량공세에 가까운 광고·홍보에도 첫 회 판매액은 37억원으로 부진했다. 다행히 1등 당첨자가 나오지 않아 당첨금이 이월되면서 2회에 간신히 20억200만원의 상금을 받는 1등이 나왔다. 그러나 3회 판매액이 11억4000여만원밖에 되지 않아 결국 KLS측이 상금의 부족분을 출연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로또 광고 및 판촉업무를 맡고 있는 엔트로 박용포 이사는 “방송광고윤리위 규정에 따라 복권은 공중파 광고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초기 홍보에 어려움이 많았다”며 “로또가 워낙 낯선 방식의 복권이어서 인쇄물 광고를 통해 게임 방법을 안내하고 지하철과 옥외 전광판으로 당첨금 액수와 ‘인생역전’을 강조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6회에 말 그대로 대박이 터진 후 로또의 회당 평균 매출이 150억원 수준에서 자리를 잡자, 로또 파생상품 도입도 검토중이다. 현재 로또 6/45방식 외에, 0에서 9까지의 숫자 중 3~4개를 선택하면 이것이 컴퓨터에 입력되고 선택한 베팅(스트레이트, 박스, 페어)에 따라 당첨금액을 지급하는 ‘넘버스’, 80개의 숫자 중 원하는 숫자 10개를 임의로 정하고 정해진 시간에 20개의 숫자를 추첨해 당첨자를 결정하는 ‘키노’ 등이 있다.

KLS의 곽보현 상무는 “복권 구매자들의 불만은 당첨금 이외의 복권 수익금이 어디에 사용되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라며 “사실 복권의 최대 수혜자는 판매금액의 30%를 기금으로 가져가는 정부다. 이 기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국민들에게 상세히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어쨌든 복권을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올렸다는 로또의 기세는 한동안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복권시장의 기린아로 떠오른 로또와 함께 2003년 ‘대박 한국’을 부추기는 또 하나의 신기루가 있다. 3월28일 개장을 앞둔 강원 정선군 사북읍 강원랜드㈜ 메인 카지노 호텔이 바로 그 주인공. 외장 공사를 마무리짓고 인테리어 공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메인 카지노 호텔은 960대의 슬롯머신과 100대의 게임 테이블을 갖춰 도박장 규모만으론 동양 최대, 호텔 규모 면(지상 24층, 객실 477개)에선 국내 10위권 안에 든다.

2000년 10월 정선군 고한읍에 세워진 내국인용 스몰 카지노의 규모(슬롯머신 470대, 게임 테이블 30대)와 비교해보면 메인 카지노는 슬롯머신만 2배, 게임테이블은 3배를 넘는다. 2001년과 2002년 스몰 카지노의 한 해 매출규모는 4600억∼4700억원선. 따라서 메인 카지노의 한 해 매출규모는 1조원을 쉽게 넘을 것으로 보인다.

메인 카지노 개장에 따라 고한읍의 스몰 카지노는 폐쇄할 예정인데, 주민들은 메인 카지노 개장 후에도 스몰 카지노를 계속 운영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정부에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강원랜드측은 1조원 매출은 잘못된 예측이라고 항변한다. 강원랜드 박도준 홍보부장은 “2003년 메인 카지노의 매출액 추정치는 문화관광부의 카지노 운영지침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제대로 계산할 수가 없지만 10% 정도 상승한 5600억원대가 될 것”이라고 했다.

메인 카지노의 입장객 수가 130만~150만명(스몰 카지노 90만명)으로 40~70%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예상 매출규모를 축소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는 정부측이 메인 카지노의 영업시간과 베팅 한도액 축소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관광부(이하 문광부)는 2002년 12월27일 “카지노 도박중독의 부작용을 막겠다”며 메인 카지노의 법정 휴장 시간을 2시간에서 6시간으로 늘리고 베팅 한도액을 1인 1회당 100만원(스몰 카지노 50만원)에서 10만원으로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한 관광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문광부의 개정안대로 영업시간을 단축하면 설사 방문객이 두 배로 늘어난다 해도 매출은 그리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앞으로 폐광지역 종합관광타운 개발에 투자할 자금조차 마련하기 힘들어져 폐광지역을 활성화한다는 카지노 설립의 근본 취지를 살릴 수 없다”고 했다.

문광부의 개정안이 알려지자 강원랜드는 물론 태백·삼척·영월·정선 등 폐광지역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들고일어났다. “경마 등 국내 사행사업의 지난해 총 매출(11조3000억원) 중 강원 카지노가 차지하는 비중은 4%(4600억원)밖에 되지 않는데 도박중독을 빌미로 카지노 영업만 일방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지자체장 건의문에서)

즉 사행성으로 따지면 경마나 복권만한 것이 없는데 왜 카지노만 제재를 하느냐는 것이다. 강원랜드측은 카지노가 로또에 비교되는 것을 불쾌해한다. 로또가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승패가 결정되는 반면, 카지노 게임은 규칙에 대한 이해와 경험, 실력에 따라 승률이 달라지는데 어떻게 똑같은 사행성 도박으로 보느냐는 것. 특히 매주 수십억원이 터지는 로또에 비해 메가 잭팟은 최고 당첨액이 몇 달에 한 번 1억원씩 터진다는 점에서 사행성과 도박성은 로또를 비롯한 복권이나 경마가 훨씬 크고 심각하다는 게 강원랜드측 주장이다.

물론 이에 대해 로또측도 할 말이 많다. 로또는 도입 초기부터 경마, 경륜, 카지노 등 다른 사행성 산업과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심지어 경기에 대한 예측 능력이 어느 정도 반영되는 스포츠토토의 경우 경마, 경륜에 가까운 게임으로 로또와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어쨌든 로또는 100% 운에 좌우되기 때문에 기술적 예측이 가능한 카지노, 경마, 경륜과 달리 거액을 투자하는 사람이 드물다는 점에서 사행성 정도가 낮다는 설명이다. 결국 같은 내용을 가지고 카지노와 복권 업계가 서로 다른 주장을 하는 점이 흥미롭다.

그렇다면 왜 정부는 유독 카지노 영업을 제한하려 하는 것일까. 이는 2002년 11월26일 국무총리 국무조정실에서 낸 ‘복권시장의 건전한 발전방안’을 보면 정부의 의중을 읽을 수 있다. 이 자료는 “복권 시장의 건전한 발전이 이루어지지 못함에 따라 복권보다 사행성이나 중독성이 큰 여타 사행산업(럭 비즈니스)이 비정상적으로 비대해졌다. 복권의 건전한 발전을 통해 공공재원을 효율적으로 조달하는 동시에 경마 경륜 등에 편중된 ‘럭 비즈니스’를 복권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2001년 국내 사행성 산업 매출액을 비교하면서 국내 사행성 산업 총 매출액 13조5000억원 중 경마가 한 해 6조원(44.5%)으로 1위, 카지노가 4조6000억원(34.2%)으로 2위, 경륜이 2조1575억원(16.0%)으로 3위, 복권이 7112억으로 4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런 주장에 대해 카지노측은 발끈한다. 강원랜드의 회계 관계자는 “강원랜드 카지노의 매출액은 전 세계 카지노와 업계 관련 회계사들이 사용하는 럭 비즈니스 매출 및 회계처리 지침을 원용해 작성한 것으로 고객의 총 게임금액에서 지불금액을 뺀 것이 매출액”이며 “정부의 계산은 카지노가 보고한 실제 매출액(4602억원)을 수익금으로 보고 이에 10배를 곱한 추정 매출액이다. ‘전체 판돈=매출액’이라는 개념(턴 오버)으로 보더라도 전혀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즉 정부는 딜러와 고객 사이에 오고 간 모든 금액(판돈)을 매출액으로 추정했고, 카지노측은 실제 수익금을 매출액으로 계산했다.

문관부 국민관광과의 한 관계자는 “로또를 위해 카지노를 희생시킨다는 논리는 오해며 카지노에 대한 영업 제한은 개장 후 2년3개월 동안 드러난 심각한 도박중독성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또 카지노의 매출과 관련해 이 관계자는 “국무총리실이 국제적인 카지노 매출 관행을 모른 채 매출액을 자의적으로 계산한 것 같다. 오해가 없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강원랜드측은 현재 문광부와 벌이고 있는 물밑접촉을 의식한 듯 정부에 대한 직접 공격은 삼가고 있다. 만약 문광부의 심기를 잘못 건드렸다가는 한 해 매출액 5000억원이 고스란히 날아갈 판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물밑 지원을 받으며 복권업계를 석권한 로또, 사행산업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애쓰는 카지노의 자존심 싸움 속에서도 ‘대박 한국’의 꿈은 진행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