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 무엇이 문제인가. 한국 정치 무엇이 문제인가. 우리 경제 무엇이 문제인가. 한국 연극 이대로 좋은가. 정보통신산업 어디까지 와 있나. 환경·에너지 이대로 좋은가. 2003년은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와 있나. 이런저런 물음을 한꺼번에 던지고 한꺼번에 답하는 일은 보통 사람은 엄두도 내기 어렵다.
그러나 사회, 정치, 경제, 문화, 정보통신, 과학 등 6개 분야별로 전문가들의 힘을 빌릴 수 있다면 그리 어렵지 않게 세상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세상 좀 알고 삽시다’는 6개 분야, 34개 테마를 가지고 29명의 필진이 참여해 만든 2003년 한국사회 대전망 편이다. 이미 시작된 2003년이지만 한 해 동안 사회적 이슈가 될 문제들이 무엇인지, 어떤 문제를 풀어야 하고 어떤 변화가 기다리고 있는지 가늠해볼 수 있다. 물론 총망라하는 책들이 갖는 한계인 깊이에 대한 아쉬움은 남지만, 기초지식이 부족해도 누구나 읽을 수 있게 쉽고 친절한 해설이 이 책의 장점이다.
왜 이런 책이 필요한가에 대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의 활동에 빗대어 생각해보자. 인수위는 새 정부의 출범에 앞서 정부의 예산과 조직, 업무현황 등을 파악하고 각종 개혁 프로그램과 정책 등 집권 청사진을 마련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기 위해 기획조정, 정무, 통일·외교·안보, 경제1·2, 사회·문화·여성 등 각 분과별로 나뉘어 활동한다. 만약 내가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의 우선 순위를 결정해야 하는 대통령의 입장이라면? 혹은 인수위원으로 대통령에게 정책적 조언을 해야 한다면? ‘세상 좀 알고 삽시다’는 대통령을 선출한 것으로 국민의 역할은 끝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좀더 고민하고, 좀더 참여할 것을 주문한다. 이 책의 2장 정치 분야에서 ‘신정부 이것이 최우선 과제다’를 김병준(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인수위 정무분과 위원장이 썼다는 사실도 그저 우연만은 아닌 듯하다.
책은 각 장별로 문제를 제기하는 서문 격의 글과 사안별 해설로 구성돼 있다. 1장 사회 분야를 보면 동국대 김익기 교수(사회학)가 실업, 교육, 빈부격차, 과소비, 도시 편중화, 지역갈등의 심화, 고령사회로의 진입, 정보화사회의 문제, 삶의 질 문제를 우리 사회의 당면과제로 제시했다.
이에 한국노동연구원 안주엽 동향분석실장이 ‘실업문제 어떻게 풀어야 하나’에서 대안을 내놓았다. 그는 졸업 시즌에 맞춰 언론이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청년실업 문제가 과장된 측면이 있음을 지적했다. 수치로만 보면 경제위기 이후 전체 실업률 하락과 함께 청년층 실업률도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라는 설명이다. 오히려 고령화사회에 대비한 실업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실장은 2003년에 대한 기대를 ‘주5일제로 풀려나게 될 하루’로 표현하기도 했다. 이에 최승노 자유기업원 기업연구실장이 ‘주5일 근무시대, 생활이 바뀐다’로 화답한다. 최실장은 여가시간이 늘어난 초기에는 금전소비형 여가가 확산되나 곧 여행, 예술, 문학 등 시간소비형 여가로 옮겨간다면서 여가문화산업이 뜨고 기존의 핵가족 문화가 자연친화와 가족 중심의 문화로 바뀔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여전히 주5일 근무제 도입에 대해 기업의 거부감이 큰 상황에서 법으로 강제하기보다 ‘실 근로 시간’을 줄여나가는 것으로 가닥을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밖에 한국경제연구원의 박승록 선임연구원이 ‘우리 경제의 아킬레스건, 공적자금 상황’에 대해 브리핑하고, 경기대 최경구 교수(사회복지학)가 ‘사회보장제도 어디까지 와 있나’를 설명한다.
2장 정치 분야는 시사평론가 진중권씨의 ‘한국의 정치 무엇이 문제인가’로 시작한다. 예의 신랄한 어조로 한국 정치를 ‘종말로 치닫는 정치’라고 혹평하면서도 한국 정치의 문제는 유권자들의 문제로 못박는다. “왜 우리의 유권자들은 외려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걸린 정치인들 못지않게, 아니 그들보다 더 극성스럽게, 마치 자신의 모든 이해관계가 걸린 양 열광적으로 한쪽을 편들고, 격렬하게 한쪽을 비난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경희대 송병록 교수(정치학)가 ‘정치개혁 과연 불가능한 일인가’를 고민하고 김병준 교수가 ‘신정부 이것이 최우선 과제다’ ‘지방자치제도 제대로 정착되고 있나’를 점검한다. 조현옥 여성정치세력 민주연대 대표는 ‘여성의 정치참여를 넓혀야 정치가 발전한다’고 제안했다.
이 책은 순서에 관계없이 각 장별로 자신의 관심 분야부터 읽어도 좋다. 문화계에 몸담고 있다면 중앙대 이승하 교수(문예창작)가 정리한 ‘우리 문학이 걸어온 길, 나아갈 길’ 혹은 호서대 김대현 교수(연극)의 ‘한국 연극 이대로 좋은가’에 먼저 시선이 간다. 그러나 한국 출판, 연극, 영화, 미술의 향방은 정치·경제·사회·과학 분야의 향방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의 한기호 소장은 2002년 출판계 키워드를 ‘나’와 ‘인간경영’으로 뽑고 2003년 출판계에서는 주5일 근무제를 겨냥한 역사나 문화적 의미를 추구하는 실용서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책 한 권이면 세상 돌아가는 일에 대해 조금 아는 척할 수 있지 않을까. 세상 좀 알고 삽시다/ 김병준 외 지음/ 하이비전 펴냄/ 336쪽/ 9800원
그러나 사회, 정치, 경제, 문화, 정보통신, 과학 등 6개 분야별로 전문가들의 힘을 빌릴 수 있다면 그리 어렵지 않게 세상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세상 좀 알고 삽시다’는 6개 분야, 34개 테마를 가지고 29명의 필진이 참여해 만든 2003년 한국사회 대전망 편이다. 이미 시작된 2003년이지만 한 해 동안 사회적 이슈가 될 문제들이 무엇인지, 어떤 문제를 풀어야 하고 어떤 변화가 기다리고 있는지 가늠해볼 수 있다. 물론 총망라하는 책들이 갖는 한계인 깊이에 대한 아쉬움은 남지만, 기초지식이 부족해도 누구나 읽을 수 있게 쉽고 친절한 해설이 이 책의 장점이다.
왜 이런 책이 필요한가에 대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의 활동에 빗대어 생각해보자. 인수위는 새 정부의 출범에 앞서 정부의 예산과 조직, 업무현황 등을 파악하고 각종 개혁 프로그램과 정책 등 집권 청사진을 마련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기 위해 기획조정, 정무, 통일·외교·안보, 경제1·2, 사회·문화·여성 등 각 분과별로 나뉘어 활동한다. 만약 내가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의 우선 순위를 결정해야 하는 대통령의 입장이라면? 혹은 인수위원으로 대통령에게 정책적 조언을 해야 한다면? ‘세상 좀 알고 삽시다’는 대통령을 선출한 것으로 국민의 역할은 끝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좀더 고민하고, 좀더 참여할 것을 주문한다. 이 책의 2장 정치 분야에서 ‘신정부 이것이 최우선 과제다’를 김병준(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인수위 정무분과 위원장이 썼다는 사실도 그저 우연만은 아닌 듯하다.
책은 각 장별로 문제를 제기하는 서문 격의 글과 사안별 해설로 구성돼 있다. 1장 사회 분야를 보면 동국대 김익기 교수(사회학)가 실업, 교육, 빈부격차, 과소비, 도시 편중화, 지역갈등의 심화, 고령사회로의 진입, 정보화사회의 문제, 삶의 질 문제를 우리 사회의 당면과제로 제시했다.
이에 한국노동연구원 안주엽 동향분석실장이 ‘실업문제 어떻게 풀어야 하나’에서 대안을 내놓았다. 그는 졸업 시즌에 맞춰 언론이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청년실업 문제가 과장된 측면이 있음을 지적했다. 수치로만 보면 경제위기 이후 전체 실업률 하락과 함께 청년층 실업률도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라는 설명이다. 오히려 고령화사회에 대비한 실업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실장은 2003년에 대한 기대를 ‘주5일제로 풀려나게 될 하루’로 표현하기도 했다. 이에 최승노 자유기업원 기업연구실장이 ‘주5일 근무시대, 생활이 바뀐다’로 화답한다. 최실장은 여가시간이 늘어난 초기에는 금전소비형 여가가 확산되나 곧 여행, 예술, 문학 등 시간소비형 여가로 옮겨간다면서 여가문화산업이 뜨고 기존의 핵가족 문화가 자연친화와 가족 중심의 문화로 바뀔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여전히 주5일 근무제 도입에 대해 기업의 거부감이 큰 상황에서 법으로 강제하기보다 ‘실 근로 시간’을 줄여나가는 것으로 가닥을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밖에 한국경제연구원의 박승록 선임연구원이 ‘우리 경제의 아킬레스건, 공적자금 상황’에 대해 브리핑하고, 경기대 최경구 교수(사회복지학)가 ‘사회보장제도 어디까지 와 있나’를 설명한다.
2장 정치 분야는 시사평론가 진중권씨의 ‘한국의 정치 무엇이 문제인가’로 시작한다. 예의 신랄한 어조로 한국 정치를 ‘종말로 치닫는 정치’라고 혹평하면서도 한국 정치의 문제는 유권자들의 문제로 못박는다. “왜 우리의 유권자들은 외려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걸린 정치인들 못지않게, 아니 그들보다 더 극성스럽게, 마치 자신의 모든 이해관계가 걸린 양 열광적으로 한쪽을 편들고, 격렬하게 한쪽을 비난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경희대 송병록 교수(정치학)가 ‘정치개혁 과연 불가능한 일인가’를 고민하고 김병준 교수가 ‘신정부 이것이 최우선 과제다’ ‘지방자치제도 제대로 정착되고 있나’를 점검한다. 조현옥 여성정치세력 민주연대 대표는 ‘여성의 정치참여를 넓혀야 정치가 발전한다’고 제안했다.
이 책은 순서에 관계없이 각 장별로 자신의 관심 분야부터 읽어도 좋다. 문화계에 몸담고 있다면 중앙대 이승하 교수(문예창작)가 정리한 ‘우리 문학이 걸어온 길, 나아갈 길’ 혹은 호서대 김대현 교수(연극)의 ‘한국 연극 이대로 좋은가’에 먼저 시선이 간다. 그러나 한국 출판, 연극, 영화, 미술의 향방은 정치·경제·사회·과학 분야의 향방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의 한기호 소장은 2002년 출판계 키워드를 ‘나’와 ‘인간경영’으로 뽑고 2003년 출판계에서는 주5일 근무제를 겨냥한 역사나 문화적 의미를 추구하는 실용서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책 한 권이면 세상 돌아가는 일에 대해 조금 아는 척할 수 있지 않을까. 세상 좀 알고 삽시다/ 김병준 외 지음/ 하이비전 펴냄/ 336쪽/ 9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