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 당선자 비서실 윤태영 공보팀장은 자신의 휴대폰에 신호음 대신 가수 김광석씨가 리메이크 해 부른 ‘먼지가 되어’라는 노래를 깔아놓았다. 국민참여센터 천호선 전문위원도 운동권 세대들이 즐겨 부르는 이 노래로 통화자를 맞는다. 인수위 내 다른 ‘386’들도 마찬가지. 저마다 자기 색깔에 맞는 노래로 성형을 했다. 중앙부처 L씨는 인수위 내 386 세대의 휴대폰에서 이런 노래를 들을 때마다 묘한 느낌을 받는다고 말한다. “분위기가 그러니 따라가긴 해야겠는데 도무지…” “마음은 있는데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하소연에는 이질적인 문화코드에 대한 부담감이 가득하다.
관료들의 충격은 이어진다. 대통령에게 보고하기 위해 화장실로 가 넥타이와 머리를 매만지는 것은 권위주의 시대를 살아온 고위 관료들의 기본적인 보고 절차. 그런 그들에게 두툼한 파카와 대학생 스타일의 가방을 걸친 채 인수위와 당선자 집무실을 활보하는 이광재씨(당선자 비서실 기획팀장)는 경이의 대상이다. 더 큰 충격은 그런 그를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아무렇지도 않게 포용한다는 점이다. 대선 승리에 대한 기쁨과 환희가 채 가시기 전인 2002년 12월27일, 노당선자는 안희정 전 정무팀장(현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 이광재 기획팀장, 이강철 조직특보, 서갑원 의전팀장, 정윤재 부산사상지구당 위원장, 황이수 기획부국장, 백원우 인수위 행정담당 국장, 여택수 수행비서 등 386 측근들을 부부동반으로 자택에 초청했다. 거실에 마주앉아 술을 마시던 386들은 노당선자를 피해 다른 방으로 몰려가 담배를 피워 물었다. 곧바로 노당선자의 고성이 들려왔다. “벌써 노(老)땅 취급 하나. 얼른 나온나.”
인수위 곳곳에 포진한 40여명(상자기사 참조)의 386은 군사문화나 권위주의에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느낀다. 노당선자와도 상하 관계가 아닌 수평적 동지 관계임을 스스럼없이 토로한다. 정보화 세계화 마인드로 무장한 이들은 상식의 허를 찌르는 아이디어로 공직사회의 전통적 위계질서를 위협한다. 상명하복에 길들여진 관료사회는 이들이 일으키는 새로운 바람으로 혼란을 느끼는 눈치다.
군사문화·권위주의 본능적 거부감
일부 386은 보이지 않는 비선으로 활동하며 노무현 정권의 인사와 정보를 공유하고 ‘실세’로서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노당선자는 “이들의 능력은 검증됐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며 날개까지 달아주었다. 노당선자는 이들을 청와대로 데리고 들어갈 예정이다. 386사단을 청와대의 중간허리로 삼겠다는 것이 노당선자의 계획이다. 청와대에 입성한 386은 변화와 개혁의 전위대가 될 것으로 노당선자의 한 측근은 전망한다. 386의 파워가 지속 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인수위 내 386의 활동과 역할은 어느 조직, 세력보다 광범위하고 크다. 노당선자는 1월18일, 국민과의 대화를 가졌다. 이를 위해 386은 전국의 보이지 않는 여론을 비밀리에 수렴했다. 취합된 여론은 노당선자의 ‘말씀자료’에 올라 국민과의 대화 소재로 활용됐다. 인수위 한 관계자는 “노당선자는 386 인사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감각적 표현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386과 관료조직의 첫 맞선은 그리 매끄럽지 못한 듯하다. 인수위 한 386 인사는 1월4일 “권위주의와 복지부동을 깨야만 공조직의 경쟁력이 살아난다”며 눈치를 보는 공직사회에 시니컬한 반응을 보였다. 얼마 뒤 노당선자는 인수위 부처 업무보고 과정에서 관료사회의 체질변화를 요구하며 비슷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측근들의 파워는 때로 최고권력자와의 물리적 거리와 맞물린다. 이광재 팀장, 안희정 전 정무팀장, 서갑원 의전팀장, 윤태영 공보팀장, 여택수 수행비서 등은 모두 당선자 비서실 소속으로 노당선자와 지근거리에 위치한다. 타인의 출입이 철저하게 통제된 비서실에서 이들은 수시로 노당선자와 얼굴을 마주한다. 권력 흐름에 민감한 사람들은 이미 그들이 노당선자의 주변을 감싼 이너서클이라는 평가를 내려놓고 있다. 그들 주변을 배회하고 전화통화를 시도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은 이런 판단에 따른 권력과의 줄대기로 해석된다.
1월10일 오후, 서울 중구 조선호텔 지하 커피숍.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K씨와 자리를 함께한 한 인사는 연신 인수위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정보를 체크했다. “(이)광재가 알고 있다고? 광재가 지금 전화가 안 돼. 희정이는 어때? 이기명 회장? 그쪽도 괜찮지. 그거 잘못된 정보야, 아직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어.”
노당선자의 핵심 측근 이름을 죄다 꿰며 그가 체크하는 것은 노무현 정부의 초대 총리와 내각인사와 관련한 것이었다. 당선자 비서실 소속 한 386 인사는 “전화(휴대폰) 때문에 일을 못할 지경”이라고 말한다. 이광재 팀장의 휴대폰은 아예 “메시지를 남기라”는 인사말만 되풀이할 뿐 통화가 불가능하다. 스스럼없는 노당선자의 행보도 386의 존재를 부각시킨다. 1월 초 노당선자는 일정 중간에 잠시 시간이 비자 “볼링이나 한번 칠까”라며 근처 볼링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날 노당선자의 볼링 파트너는 386 출신 여택수 수행비서와 경호원들이었다. 문희상 대통령비서실장, 유인태 정무수석비서관 내정 인사 해프닝은 인수위 386의 위상을 공고히 하는 기폭제가 됐다. 인사 정보가 사전에 공개되자 노당선자는 “진원지를 찾으라”고 지시했다. 스크린 결과 두 당사자와 김원기 정치고문, 정대철 최고위원과 함께 이광재 팀장, 안희정 전 팀장이 인사 내용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386 인사들에게는 인사정보를 빼내려는 사람들의 전화가 심심찮게 걸려오고 있다. 노당선자의 인사 추천 창구는 인수위, 국민참여센터, 신계륜 당선자 비서실장, 친노의원들, 통추 출신 등이다. 이 가운데 386 비서진도 한 축을 형성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부산 출신 386 한 인사는 PK인사 발탁과 관련 연락관 역을 맡고 있다는 소문이 퍼졌고, 많은 사람들이 그를 찾고 있다. 활동적인 안희정 전 정무팀장도 이런 역할을 맡고 있을 것으로 예측하는 사람들이 많다. 안 전 팀장의 설명이다.
인수위 내부 “386 보이지 않는 손 존재”
“노당선자를 직접 만나기 힘든 사람들의 서류 전달 등 심부름을 하는 정도다.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우리에게 노당선자가 ‘이 사람 어떠냐’는 질문을 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 그렇지만 프로세스 과정의 역할은 없다.”
그러나 인수위 내의 평가는 또 다르다. 386의 보이지 않는 손은 분명 존재한다는 지적이 많다. 1월 초 고건 전 총리가 1순위 총리후보로 강력하게 떠올랐을 때의 일이다. 노당선자도 고 전 총리에 대해 호감을 표했다는 얘기가 나왔고 언론도 그를 0순위 후보로 보도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고 전 총리에 대한 인물평은 조금씩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고 전 총리가 갖는 안정성과 행정 경험 등은 평가할 만하나 개혁총리 이미지는 부족하다”는 반대 여론이 터져나온 것. 공교롭게도 이는 인수위 내 386 인사들이 공유하던 문제점이었다. 인수위 내 한 인사는 “386 사단에서 이 같은 입장을 노당선자에게 건의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들이 노당선자에게 고건 불가론을 제기했는지, 또 노당선자가 이들의 건의를 받아들였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다만 그 직후 안정과 균형, 지역안배라는 노당선자의 총리 발탁 기준에 개혁성이 추가된 점을 정치권 인사들은 주시하고 있다.
386은 민주당 일부 당직자들에게 부러움과 경원의 대상으로 통한다. 지난해 말 인수위 구성과 관련해 다면평가라는 생소한 제도가 등장, 인수위 진출을 노리던 많은 당직자들의 발목을 잡았다. 한 당직자는 “밥과 술을 산 사람만 좋은 평가를 받는다”며 “도대체 어떤 ×이 이런 걸 만들었느냐”며 거칠게 항의했다. 옆에 있던 동료가 “그거, 광재 작품이야”라고 설명하자 이 인사는 “어차피 우리하고는 맞지 않는다”며 인수위 진출을 포기했다.
386은 2002년 12월27일, 노당선자 자택에 모여 청와대로 따라갈 사람, 당에 남아 정치개혁과 총선출마를 준비할 사람 등 역할을 분담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안 전 팀장은 “역할을 나눈 적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그는 최근 “청와대행을 포기하고 정치개혁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선거 때 나타나 활동하다 선거가 끝나면 조용히 사라지는 부산의 대표적인 386 세대인 이호철씨는 부산 잔류 고집을 꺾고 청와대행을 거의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재 부산사상위원장, 송인배 경남 양산위원장, 김만수 부대변인 등은 지역구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 그러나 일부 인사들은 경력 관리와 노무현 개혁의 완성도를 높인다는 차원에서 청와대행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청와대행이 유력하던 이광재 팀장 주변에서는 이상기류가 감지된다.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는 그는 청와대행, 외국 유학, 당 잔류 등을 놓고 고민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청와대행을 포기할 경우 ‘우광재 좌희정’이라는 노당선자의 손과 발은 출발도 하기 전 와해되는 결과를 맞게 된다. 이를 놓고 민주당 일각에서는 386에 대한 정치권 및 민주당과의 파워게임으로 읽는 사람도 있다.
이미 민주당과 인수위 주변에는 ‘성골, 진골론’이 떠돌고 있다. 핵심 측근 다섯 명만이 당선자 비서실에 포진한 것이 정치권 참새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린 것이다. 인수위 진출에 실패한 당직자들은 386 인사들의 견제를 가장 큰 이유로 내세우며 눈을 흘긴다. 한 인사는 “선거 때 같이 고생했는데 이상한 평가서(다면평가) 하나로 유·무능력자로 편을 가르고 있다”고 불평을 늘어놓았다. 이는 노당선자가 국가 인사 등 중요한 국정현안에 대한 결정과정에서 386 측근 중심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그들끼리 권력잔치를 벌인다”는 지적에 뒤이어 “벌써 이너서클을 결성, 정보와 인사를 독점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1월6일 이호웅 의원은 “노당선자가 인수위 인선을 하면서 당의 어른보다 386세대들과 얘기했다는데 이래선 안 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정보를 독점한다는 비난도 나온다. 민주당 당직자 K씨는 “YS, DJ 정권의 상도동, 동교동계의 가장 큰 폐해가 인사와 정보를 독점해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린 점”이라고 꼬집는다. 이런 흐름은 시간이 지날수록 파워게임 양상을 띠었고 결국 핵심 386 인사들의 진로문제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기획조정분과 배기찬 전문위원은 “민주화 정보화 세계화라는 공감대 하에 호흡을 같이할 뿐”이라며 386세대의 역할을 재조명했다. “386은 이제 권력화와 개혁참모라는 갈림길에 서 있다”는 지적이 많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관료들의 충격은 이어진다. 대통령에게 보고하기 위해 화장실로 가 넥타이와 머리를 매만지는 것은 권위주의 시대를 살아온 고위 관료들의 기본적인 보고 절차. 그런 그들에게 두툼한 파카와 대학생 스타일의 가방을 걸친 채 인수위와 당선자 집무실을 활보하는 이광재씨(당선자 비서실 기획팀장)는 경이의 대상이다. 더 큰 충격은 그런 그를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아무렇지도 않게 포용한다는 점이다. 대선 승리에 대한 기쁨과 환희가 채 가시기 전인 2002년 12월27일, 노당선자는 안희정 전 정무팀장(현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 이광재 기획팀장, 이강철 조직특보, 서갑원 의전팀장, 정윤재 부산사상지구당 위원장, 황이수 기획부국장, 백원우 인수위 행정담당 국장, 여택수 수행비서 등 386 측근들을 부부동반으로 자택에 초청했다. 거실에 마주앉아 술을 마시던 386들은 노당선자를 피해 다른 방으로 몰려가 담배를 피워 물었다. 곧바로 노당선자의 고성이 들려왔다. “벌써 노(老)땅 취급 하나. 얼른 나온나.”
인수위 곳곳에 포진한 40여명(상자기사 참조)의 386은 군사문화나 권위주의에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느낀다. 노당선자와도 상하 관계가 아닌 수평적 동지 관계임을 스스럼없이 토로한다. 정보화 세계화 마인드로 무장한 이들은 상식의 허를 찌르는 아이디어로 공직사회의 전통적 위계질서를 위협한다. 상명하복에 길들여진 관료사회는 이들이 일으키는 새로운 바람으로 혼란을 느끼는 눈치다.
군사문화·권위주의 본능적 거부감
일부 386은 보이지 않는 비선으로 활동하며 노무현 정권의 인사와 정보를 공유하고 ‘실세’로서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노당선자는 “이들의 능력은 검증됐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며 날개까지 달아주었다. 노당선자는 이들을 청와대로 데리고 들어갈 예정이다. 386사단을 청와대의 중간허리로 삼겠다는 것이 노당선자의 계획이다. 청와대에 입성한 386은 변화와 개혁의 전위대가 될 것으로 노당선자의 한 측근은 전망한다. 386의 파워가 지속 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인수위 내 386의 활동과 역할은 어느 조직, 세력보다 광범위하고 크다. 노당선자는 1월18일, 국민과의 대화를 가졌다. 이를 위해 386은 전국의 보이지 않는 여론을 비밀리에 수렴했다. 취합된 여론은 노당선자의 ‘말씀자료’에 올라 국민과의 대화 소재로 활용됐다. 인수위 한 관계자는 “노당선자는 386 인사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감각적 표현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노무현 당선자.
측근들의 파워는 때로 최고권력자와의 물리적 거리와 맞물린다. 이광재 팀장, 안희정 전 정무팀장, 서갑원 의전팀장, 윤태영 공보팀장, 여택수 수행비서 등은 모두 당선자 비서실 소속으로 노당선자와 지근거리에 위치한다. 타인의 출입이 철저하게 통제된 비서실에서 이들은 수시로 노당선자와 얼굴을 마주한다. 권력 흐름에 민감한 사람들은 이미 그들이 노당선자의 주변을 감싼 이너서클이라는 평가를 내려놓고 있다. 그들 주변을 배회하고 전화통화를 시도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은 이런 판단에 따른 권력과의 줄대기로 해석된다.
1월10일 오후, 서울 중구 조선호텔 지하 커피숍.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K씨와 자리를 함께한 한 인사는 연신 인수위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정보를 체크했다. “(이)광재가 알고 있다고? 광재가 지금 전화가 안 돼. 희정이는 어때? 이기명 회장? 그쪽도 괜찮지. 그거 잘못된 정보야, 아직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어.”
노당선자의 핵심 측근 이름을 죄다 꿰며 그가 체크하는 것은 노무현 정부의 초대 총리와 내각인사와 관련한 것이었다. 당선자 비서실 소속 한 386 인사는 “전화(휴대폰) 때문에 일을 못할 지경”이라고 말한다. 이광재 팀장의 휴대폰은 아예 “메시지를 남기라”는 인사말만 되풀이할 뿐 통화가 불가능하다. 스스럼없는 노당선자의 행보도 386의 존재를 부각시킨다. 1월 초 노당선자는 일정 중간에 잠시 시간이 비자 “볼링이나 한번 칠까”라며 근처 볼링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날 노당선자의 볼링 파트너는 386 출신 여택수 수행비서와 경호원들이었다. 문희상 대통령비서실장, 유인태 정무수석비서관 내정 인사 해프닝은 인수위 386의 위상을 공고히 하는 기폭제가 됐다. 인사 정보가 사전에 공개되자 노당선자는 “진원지를 찾으라”고 지시했다. 스크린 결과 두 당사자와 김원기 정치고문, 정대철 최고위원과 함께 이광재 팀장, 안희정 전 팀장이 인사 내용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386 인사들에게는 인사정보를 빼내려는 사람들의 전화가 심심찮게 걸려오고 있다. 노당선자의 인사 추천 창구는 인수위, 국민참여센터, 신계륜 당선자 비서실장, 친노의원들, 통추 출신 등이다. 이 가운데 386 비서진도 한 축을 형성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부산 출신 386 한 인사는 PK인사 발탁과 관련 연락관 역을 맡고 있다는 소문이 퍼졌고, 많은 사람들이 그를 찾고 있다. 활동적인 안희정 전 정무팀장도 이런 역할을 맡고 있을 것으로 예측하는 사람들이 많다. 안 전 팀장의 설명이다.
인수위 내부 “386 보이지 않는 손 존재”
“노당선자를 직접 만나기 힘든 사람들의 서류 전달 등 심부름을 하는 정도다.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우리에게 노당선자가 ‘이 사람 어떠냐’는 질문을 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 그렇지만 프로세스 과정의 역할은 없다.”
그러나 인수위 내의 평가는 또 다르다. 386의 보이지 않는 손은 분명 존재한다는 지적이 많다. 1월 초 고건 전 총리가 1순위 총리후보로 강력하게 떠올랐을 때의 일이다. 노당선자도 고 전 총리에 대해 호감을 표했다는 얘기가 나왔고 언론도 그를 0순위 후보로 보도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고 전 총리에 대한 인물평은 조금씩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고 전 총리가 갖는 안정성과 행정 경험 등은 평가할 만하나 개혁총리 이미지는 부족하다”는 반대 여론이 터져나온 것. 공교롭게도 이는 인수위 내 386 인사들이 공유하던 문제점이었다. 인수위 내 한 인사는 “386 사단에서 이 같은 입장을 노당선자에게 건의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들이 노당선자에게 고건 불가론을 제기했는지, 또 노당선자가 이들의 건의를 받아들였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다만 그 직후 안정과 균형, 지역안배라는 노당선자의 총리 발탁 기준에 개혁성이 추가된 점을 정치권 인사들은 주시하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들이 조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386은 2002년 12월27일, 노당선자 자택에 모여 청와대로 따라갈 사람, 당에 남아 정치개혁과 총선출마를 준비할 사람 등 역할을 분담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안 전 팀장은 “역할을 나눈 적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그는 최근 “청와대행을 포기하고 정치개혁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선거 때 나타나 활동하다 선거가 끝나면 조용히 사라지는 부산의 대표적인 386 세대인 이호철씨는 부산 잔류 고집을 꺾고 청와대행을 거의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재 부산사상위원장, 송인배 경남 양산위원장, 김만수 부대변인 등은 지역구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 그러나 일부 인사들은 경력 관리와 노무현 개혁의 완성도를 높인다는 차원에서 청와대행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청와대행이 유력하던 이광재 팀장 주변에서는 이상기류가 감지된다.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는 그는 청와대행, 외국 유학, 당 잔류 등을 놓고 고민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청와대행을 포기할 경우 ‘우광재 좌희정’이라는 노당선자의 손과 발은 출발도 하기 전 와해되는 결과를 맞게 된다. 이를 놓고 민주당 일각에서는 386에 대한 정치권 및 민주당과의 파워게임으로 읽는 사람도 있다.
이미 민주당과 인수위 주변에는 ‘성골, 진골론’이 떠돌고 있다. 핵심 측근 다섯 명만이 당선자 비서실에 포진한 것이 정치권 참새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린 것이다. 인수위 진출에 실패한 당직자들은 386 인사들의 견제를 가장 큰 이유로 내세우며 눈을 흘긴다. 한 인사는 “선거 때 같이 고생했는데 이상한 평가서(다면평가) 하나로 유·무능력자로 편을 가르고 있다”고 불평을 늘어놓았다. 이는 노당선자가 국가 인사 등 중요한 국정현안에 대한 결정과정에서 386 측근 중심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그들끼리 권력잔치를 벌인다”는 지적에 뒤이어 “벌써 이너서클을 결성, 정보와 인사를 독점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1월6일 이호웅 의원은 “노당선자가 인수위 인선을 하면서 당의 어른보다 386세대들과 얘기했다는데 이래선 안 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정보를 독점한다는 비난도 나온다. 민주당 당직자 K씨는 “YS, DJ 정권의 상도동, 동교동계의 가장 큰 폐해가 인사와 정보를 독점해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린 점”이라고 꼬집는다. 이런 흐름은 시간이 지날수록 파워게임 양상을 띠었고 결국 핵심 386 인사들의 진로문제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기획조정분과 배기찬 전문위원은 “민주화 정보화 세계화라는 공감대 하에 호흡을 같이할 뿐”이라며 386세대의 역할을 재조명했다. “386은 이제 권력화와 개혁참모라는 갈림길에 서 있다”는 지적이 많아지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