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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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되는 것 빼고 다 되는 해외직구

공기청정기부터 젓가락까지 싸게 ‘겟’!

아동복에서 시작돼 거의 모든 품목으로 확대 … 사흘 내 배송해주기도

  •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입력2018-08-07 11: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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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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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헤이 프레이즈 튀김냄비.’ 

    라면 하나 끓일 정도의 크기에 작은 온도계와 채반이 달린 이 일본제 튀김냄비는 요즘 해외직구계의 핫아이템으로 통한다. 6월 말 케이블TV방송 한 예능프로그램에 등장한 직후 ‘최화정 튀김냄비’란 별칭으로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에도 올랐다. 

    이 튀김냄비는 일본 요시카와사(社) 제품으로, 국내에 정식 수입되지 않았지만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일본 아마존에서 주문해 배송대행업체를 통해 받을 수 있다. 일본어가 서툴거나 배송대행을 맡기는 것이 번거롭다면 구매대행업체를 이용하면 된다. 글로벌 오픈마켓 큐텐(Qoo10) 관계자는 “방송에 등장한 지 한 달 만에 우리 사이트에서만 2000여 개가 팔렸다”면서 “입고되자마자 팔려나가 품절대란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안 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해본 사람은 없다’는 말은 해외직구에도 해당된다. 해외직구 규모는 날로 커지고 있고 해외직구를 하는 국가도, 품목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관세청에 따르면 해외직구에 필요한 개인통관고유부호를 발급받은 국민은 2018년 6월 말 현재 884만 명으로, 3년 새 8배 가까이 많아졌다(2015년 2월 115만 명). 국민 100명 중 17명이 개인통관고유부호를 발급받은 ‘해외직구족’인 셈이다. 2017년 한 해에 걸친 해외직구 전체 금액은 21억1000만 달러(약 2조3600억 원)로 전년(16억3454만 달러) 대비 30% 가까이 성장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해외직구족, 3년 새 8배 증가

    삼성전자나 LG전자의 대형TV는 해외직구로 마련하는 대표적인 혼수용품이다(위). 분유제조기 ‘베이비 브레짜 포뮬러 프로’.

    삼성전자나 LG전자의 대형TV는 해외직구로 마련하는 대표적인 혼수용품이다(위). 분유제조기 ‘베이비 브레짜 포뮬러 프로’.

    한국인이 해외직구를 하는 대상 국가별 점유율(건수 기준 ·  2017년)은 미국이 56%로 여전히 1위지만, 과거에 비하면 그 비중이 계속 줄고 있다(2015년 73%, 2016년 65%). 그 대신 중국(17%), 유럽(15%), 일본(9%) 등으로부터 해외직구가 늘었다. 해외직구족은 미국에서는 주로 비타민 등 건강기능식품(32%)을 사고, 중국에서는 컴퓨터부품 등 전자제품류(22%)를 주문한다. 유럽에서는 화장품과 향수(29%), 일본에서는 젤리, 초콜릿 등 식품류(18%)를 주로 구매한다. 



    2000년대 중·후반 여성의류와 아동복에서 시작된 해외직구는 이제 TV, 매트리스 등 대형제품에서부터 젓가락, 커피캡슐, 생리대 등 소소한 제품까지 다양화됐다. 이렇게 해외직구가 활성화된 데는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 등을 통해 세분되고 상세한 정보를 주고받는 한국 특유의 소비문화가 큰 기여를 한 것으로 보인다. 

    해외 온라인 쇼핑업체들도 한국인의 적극적인 구매 활동에 화답하고 있다. 글로벌 온라인 캐시백 기업 이베이츠코리아의 임수진 이사는 “마이테레사(Mytheresa), 파페치(Farfetch) 등 유럽 럭셔리 온라인 쇼핑몰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한국어로 표기하고 한국으로 직배송한다. 아예 한국인을 직원으로 채용해 마케팅 및 고객서비스(CS) 업무를 맡기는 추세”라고 전했다. 미국 아마존이 7월 초부터 한국으로 무료배송 서비스를 개시한 이유도 이러한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한 노력이라는 것이 업계 관측이다. 

    지난해 결혼한 김혜선(33) 씨는 신혼집에 놓을 대형TV를 해외직구로 장만했다. 국내 오프라인 매장에서 700만 원대에 팔던 LG전자의 65인치 스마트TV를 구매대행업체를 통해 주문하면서 김씨가 지불한 금액은 국내가의 절반에 불과한 350만 원. 미국에서 한국으로 배달하는 국제배송료와 보험료를 포함한 금액이다. TV 등 전자제품의 경우 1대 만 해외에서 들여올 경우 관세가 면제되기 때문에 별도로 관세를 내지도 않았다. 김씨는 “삼성전자나 LG전자 TV의 국내외 가격이 워낙 차이가 큰 데다 프리볼트 제품이라 변압기를 사용할 필요가 없고, 해외직구 제품도 1년까지 무상 수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TV는 해외직구가 선호되는 대표적인 혼수용품”이라고 말했다. 

    요즘 쌍둥이 엄마들 사이에서 인기를 누리는 해외직구 아이템은 분유제조기 ‘베이비 브레짜 포뮬러 프로’. 캡슐커피기기와 믹서기를 합쳐놓은 듯한 주방용품으로, 물과 분유를 채워 넣고 버튼만 누르면 알맞은 온도의 분유를 제조해준다. 한밤중에 비몽사몽 상태에서 물을 끓여 식히고 분유통을 열어야 하는, 갓난아기를 둔 부모들 사이에서 ‘육아꿀템’으로 명성이 높다. 물론 미국 내수용으로 나온 110V 제품이라 한국에서 사용하려면 변압기를 연결해야 한다. 이런 불편에도 인터넷에는 이 제품을 해외직구로 마련해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후기가 넘친다. 올겨울 쌍둥이를 출산할 예정인 김모(39) 씨는 “갓난아기 둘에게 먹일 분유를 수시로 타려면 너무 바쁘기 때문에 쌍둥이 엄마들 사이에선 이 제품이 유용하다고 입소문이 나 있다”며 “주방 한구석에 놓고 쓰는 제품이라 변압기를 설치하더라도 크게 불편한 것은 없다고 해 구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제는 생리대와 젓가락 등 소소한 제품도 해외직구로 마련한다. 미국 아이허브(iherb)에서는 오가닉(Organyc), 나트라케어(Natracare) 등 유기농 생리대를 국내 소매점보다 30%가량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한 20대 여성은 “생리대가 급하게 필요한 물건도 아니라서 대량으로 주문해놓고 사용한다”며 “아이허브는 한국으로 직배송해주는 데다 배송료도 무료라 마트에 가서 사들고 오는 것보다 편리하다”고 말했다. 요즘 20, 30대 여성에게 인기 있는 젓가락은 포르투갈 커트러리 전문 브랜드 큐티폴(Cutipol)의 고아(Goa) 시리즈. 트렌디한 카페와 레스토랑에서 이 제품을 사용하자 일반인의 구매도 증가하는 추세다. 블랙프라이데이 등 해외 쇼핑몰이 크게 세일하는 시점에 맞춰 해외직구를 하면 배송료를 지불하더라도 국내 판매가 대비 30~40%가량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친구들 사이에서 ‘해외직구 마스터’로 통하는 하윤정(29) 씨는 “미국 한 쇼핑몰에서 24피스(piece) 세트를 274달러(약 30만6800원)에 판매하는 것을 보고 친구에게 소개해준 적이 있는데, 국내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16피스 세트를 그 정도 가격대에 판매한다”고 전했다.

    전압 안 맞아도, 입어보지 않아도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해외직구 제품들. 큐티폴 수저세트, 오가닉 생리대, 나트라케어 생리대, 다이슨 무선청소기 V8, 쟈딕앤볼테르 블레이저 자켓, 샤오미 공기청정기 미에어, 와헤이 프레이즈 튀김냄비(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해외직구 제품들. 큐티폴 수저세트, 오가닉 생리대, 나트라케어 생리대, 다이슨 무선청소기 V8, 쟈딕앤볼테르 블레이저 자켓, 샤오미 공기청정기 미에어, 와헤이 프레이즈 튀김냄비(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대륙의 실수’ 샤오미 제품들도 해외직구를 통해 국내에서 많이 소비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7년 상반기 중국으로부터 공기청정기 수입이 전년 동기 대비 11배(7141 → 7만8750건)나 증가했는데, 업계에서는 이를 샤오미 공기청정기 ‘미에어’의 열풍에서 기인한 것으로 본다. 큐텐에 따르면 국내 미세먼지가 갈수록 심각해지자 과거 거실에 크고 비싼 공기청정기를 놓고 사용하던 것에서 방마다 저가형 공기청정기를 두는 것으로 소비 트렌드가 바뀌었고 2년 전부터 샤오미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큐텐 관계자는 “많은 사람이 ‘샤오미’ 하면 스마트폰이나 공기청정기, 선풍기, 청소기 같은 가전제품을 떠올리지만, 최근 샤오미 고정 팬이 증가하면서 침대 매트리스 커버, 베개, 러닝머신, 전동칫솔, 여행용 캐리어 등 가전 이외 상품으로 소비가 확대되고 있다”고도 전했다. 

    한국 소비자는 정보에 빠르고 유행에 민감하다. 해외직구족도 마찬가지다. 하윤정 씨는 아침 출근길과 잠들기 전, 즐겨 찾는 해외직구 인터넷 카페 및 블로그를 순방하며 ‘핫딜(Hot Deal)’ 정보를 확인한다. 평소보다 세일 폭이 큰 핫딜 정보가 올라오면 망설이지 않고 바로 구매한다. 하루 이틀 구매를 망설이다가는 품절돼 ‘득템’ 기회를 잃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미국 뉴욕 기반의 온라인 패션몰 숍스프링(shopspring)에서 일명 ‘손나은 재킷’으로 불리는 쟈딕앤볼테르(Zadic&Voltaire)의 블레이저 재킷을 6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자 바로 구매했다. 보통은 근처 백화점에서 같은 제품을 입어보고 사이즈를 확인한 뒤 구매를 결정하지만, 워낙에 가격이 저렴하게 나온 터라 ‘사전 작업’ 없이 바로 구매했다. 하씨는 “미국에서는 정가가 348달러이고 국내 백화점에서는 70만 원대인데 핫딜로 140달러에 마련했다”며 흐뭇해했다. 그는 “해외직구 관련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에 각 의류나 신발 브랜드의 사이즈 정보가 상세히 나와 있어 그 정보를 꼼꼼하게 확인해 구매하면 실패할 일이 별로 없다”고도 덧붙였다. 그럼에도 물 건너 온 옷의 사이즈가 맞지 않으면? 온라인 장터에 실제 구매한 가격에 내놔도 금세 팔린다고 한다. 다음은 하씨의 해외직구 물품의 중고거래 경험담이다. 

    “지난해 블랙프라이데이 때 무선청소기 다이슨 V6를 190달러에 해외직구했다. 그런데 곧 다이슨 V8 핫딜이 떠 이걸 새로 구매하느라 V6를 인터넷 장터에 내놨다. 배송대행 비용까지 감안해 25만 원을 게시했는데, 바로 그날 팔렸다. 세일 때는 해당 제품의 중고 거래가가 세일가에 맞춰 떨어졌다 세일이 끝나면 다시 가격이 올라가곤 한다. 그래서 세일 때 인기 있는 해외직구 제품을 구매해놨다 세일이 끝나면 약간의 차액을 더해 판매하는 사람도 있다.”

    해외직구에서도 무료 ·  빠른 배송 원해

    7월 초 아마존 무료배송 서비스가 개시되자 해외직구족이 즐겨 구매한 것은 부피가 크거나 무거운 제품이었다. 부피가 클수록, 제품이 무거울수록 국제배송비가 비싸기 때문이다. 인터넷에는 쌤소나이트 캐리어, 키드크래프트 주방놀이세트 등 사과상자보다 큰 크기의 상품을 무료배송 받았다는 후기가 여럿 올라왔다. 그러자 아마존은 7월 중순 며칠간 무료배송 서비스를 중단하며 이러한 제품들을 무료배송 대상에서 제외해버렸다. 현재는 캐리어나 주방놀이세트 등을 한국으로 직배송받으려면 80~100달러 국제배송료를 내야 한다. 굴지의 온라인마켓 아마존이 놀랐을 정도로 한국 해외직구족의 무료배송 욕구가 매우 크다는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임수진 이사는 “최근 유럽으로부터 해외직구가 크게 증가한 것은 유럽 셀러들의 무료배송 정책, 그리고 주문한 지 사흘 만에 도착하는 빠른 배송에 힘입은 바가 크다”며 “앞으로 한국 고객을 잡기 위한 무료배송, 빠른 배송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관세 피하는 법
    전자제품은 1개만 사고, ‘1일 1쇼핑몰’만 이용!

    인천국제공항 인천본부세관 특송물류센터에서 통관 작업을 거치고 있는 해외직구 제품들. [동아DB]

    인천국제공항 인천본부세관 특송물류센터에서 통관 작업을 거치고 있는 해외직구 제품들. [동아DB]

    해외직구의 마지막 관문은 관세다.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소비하려고 해외직구를 하는 것인데, 만일 관세를 물게 된다면 경우에 따라서는 그냥 집 근처에서 사는 편이 더 저렴할 수 있다. 따라서 성공적인 해외직구를 위해서는 관세 관련 상식을 알아둬야 한다. 

    먼저 장바구니 가격. 정부는 ‘150달러 이하’ 물품은 관세를 면제해준다. 다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미국에서 구매하는 제품은 200달러까지 면세된다. 따라서 유럽, 중국, 일본 쇼핑몰을 이용할 때는 장바구니 총 가격이 150달러, 미국 쇼핑몰을 이용할 때는 200달러를 넘지 않도록 하자. 과거에는 보험료와 배송료까지 포함해 ‘150달러(혹은 200달러)’ 기준을 적용했지만, 현재는 오로지 물건값만 따진다. 

    품목별 주의사항도 있다. 건강보조식품은 최대 6병까지, 총 구매금액 150달러 이하까지만 면세된다. 미국에서 건강보조식품을 구매하더라도 150달러 이하까지만 면세가 적용된다. 향수는 용량 제한을 받는다. 가격에 상관없이 60㎖ 이하가 조건이다. 휴대전화, 컴퓨터, TV 등 전자제품은 대부분 면세 상한액인 150달러(미국은 200달러)를 넘는다. 하지만 단 1대를 구입한다면 관세청은 자가 사용 목적의 구매로 보고 면세해준다. 

    불가피하게 면세 한도를 넘겼다면 ‘초과분’에 대해서만 과세될까. 그렇지 않다. 전체 물품 가격이 과세 대상이다. 세율은 관세 및 부가가치세를 합해 20% 남짓. 다만 의류 및 신발은 25%이다. 

    마지막으로 인천국제공항세관검사장에 같은 날짜에 도착한 2개 이상의 택배상자는 1건으로 간주돼 합산 과세된다. 150달러어치를 구매한 A쇼핑몰 택배상자와 100달러어치를 구매한 B쇼핑몰 택배상자가 같은 날 도착하면 관세청은 250달러어치를 구매한 것으로 보고 과세한다. 따라서 해외직구를 할 때는 하루에 한 쇼핑몰에서만 구매하고, 다음 구매는 2~3일 뒤로 미루는 편이 좋다.

    해외직구 용어 해설

    배송대행 고객이 해외주문한 물품의 국제배송을 대행해주는 것. 일례로 배송대행업체는 한국 고객이 미국 아마존에서 구매한 물품을 해당 업체의 미국 현지 물류센터로 배송시키면 해당 물품을 수령해 한국으로 국제배송, 한국 내 배송을 맡아준다. 
    구매대행 고객 대신 해외물품을 주문해주는 서비스. 구매대행업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구매대행이 가능한 해외제품을 홈페이지에 게시해놓고 고객의 주문을 받아 구매를 대행하는 것과 고객이 의뢰한 제품을 구해주는 것이다. 
    개인통관고유부호 해외직구 등 개인 명의로 수출입 통관을 할 때 주민등록번호 대신 수출입신고에 사용할 수 있도록 관세청이 발급하는 개인식별부호. 
    직배송 아마존 같은 해외업체가 자사 온라인 사이트에서 제품을 구매한 외국인(한국인) 고객 집으로 국제배송을 해주는 것. 이 경우 배송대행을 거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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