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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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작가의 음담악담

록이란 태그를 떼고 팝의 아름다운 시절에 바친 헌사

차승우의 솔로 프로젝트 챠챠의 1집 ‘momo’

  • |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입력2018-08-07 11: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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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강원 철원에서 열린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에서 ‘섹스 피스톨스’의 베이시스트 글렌 매틀록(오른쪽)과 협연 중인 차승우. [사진 제공 ·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

    6월 강원 철원에서 열린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에서 ‘섹스 피스톨스’의 베이시스트 글렌 매틀록(오른쪽)과 협연 중인 차승우. [사진 제공 ·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

    벨 에포크(bell epoque), ‘아름다운 시절’을 뜻하는 프랑스어다. 전화, 철도, 자동차, 비행기 등 현대 문명의 근간이 되는 수단들이 등장한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유럽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풍요와 낙관이 지배하던 그 시기는 당시 서구인에게 약속된 미래를 보장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까지 말이다. 전쟁의 참사가 끝난 후 사람들은 희망이 샘솟는 듯하던 그 시절을 그리워할 수 없었다. 벨 에포크가 일반적 문구에서 고유한 의미를 지닌 문구가 된 계기다. 

    어떤 음악을 들으면 종종 이 문구가 떠오른다. 1960년대 레코딩 기술의 발달로 음악가들은 더 풍부하고 다채로운 소리를 음반에 담을 수 있게 됐다. 레코드 산업의 팽창으로 음반사는 제작비를 아끼지 않고 더 많은 실험을 할 수 있었다. 기술과 자본이 만나 만들어낸 음악은 아름다웠다. 풍요와 낭만, 낙관과 쾌락 같은 단어는 꿈을 소리로 옮긴 양, 당대 청춘의 귀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넘치는 스트링의 선율과 메아리처럼 촉촉한 화성은 그 전에 존재하지 않던, 소리의 유미주의였다. 

    차승우가 ‘챠챠’라는 이름으로 홀로 섰다. 노브레인, 문 샤이너스, 모노톤즈까지 그의 곁엔 늘 밴드가 있었다. 밴드맨으로서 20년 넘게 그가 걸어온 길은 미세한 결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늘 록의 벽돌 위에 있었다. 

    당대 송라이터이자 기타리스트라는 칭호를 받았던 그가 ‘록’이라는 태그를 떼어내고 ‘momo’로 첫 홀로서기에 나섰다. 그 첫발은, 오랫동안 그가 만들어온 음악을 들어온 사람을 다시 놀라게 했다. 마치 오래전부터 그곳에 서 있던 이의 발놀림처럼 자유롭기 때문이다. 

    고정 멤버 대신 이상혁(크라잉넛), 이종민(장기하와 얼굴들), 최철욱과 김정근(킹스턴 루디스카) 등 친구들과 처음으로 합을 맞춘 차승우는 힘을 뺀다. 그 자리를 소년의 꿈으로 채운다. 



    록밴드라는 범주에서는 실현하기 힘들던 상상력을 이제야 펼쳐놓는 것이다. 1960년대 모든 것이 아름다우리라 굳게 믿었던 음악가들의 방법론으로, 2010년대를 살아가는 한 음악가의 이야기가 방백처럼 흐른다. 문 샤이너스에서의 치기 어린 목소리 대신, 그의 뒤를 풍성하게 감싸는 스트링과 호흡을 맞추는 담백한 결기의 노래와 함께. 

    이 담백한 결기가 향하는 곳은 결국 낙관이다. 미하엘 엔데의 소설 ‘모모’에서 그려낸 꿈과 환상의 세계를 채우는 여정이다. 차승우가 지금까지 사용하지 않던 소리들과 다부진 동화 같은 전개로 버무린, 새로운 프로젝트의 서막이다. 아름다운 시절은 지나갔기에 아름답지만, 여기 멈춰 있지 않기에 그립기도 하다. 

    차승우가 제시하는 이 아름다운 시절의 음악은, 그러나 단순히 과거에 대한 회고가 아니다. 청년문화로서 대중음악은 늘 동시대 젊은이의 꿈을 제시해왔다. 단지 그 형태와 언어가 변화해왔을 뿐이다. 그럼에도 굳건한 한 가지 사실. 세월이 지나고 유행이 바뀌어도 나이테의 중심처럼 머물러 있을 소리가 존재한다. 올디스 벗 구디스(Oldies But Goodies), 디 올드 이즈 더 뉴(The Old Is the New)로 표현되는 음악 말이다. 이미 완성된 것처럼, 그리하여 소환할 필요가 없어 보이는 그 음악에 차승우는 도전장을 던진다. ‘momo’는 팝의 ‘벨 에포크’에 대해 차승우가 바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헌사이자 또 하나의 챕터로 나아가기 위한 출사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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