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상에 새 아파트는 귀하다. 그것도 서울 강남권 신축 대단지 아파트라면 금값이다. ‘더는 아파트를 지을 땅이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서울 시내에서 이런 조건에 부합하는 아파트를 찾기란 쉽지 않다. 이런 연유로 12월 31일 입주를 앞둔 송파구 가락동 송파헬리오시티(헬리오시티)가 최근 부동산시장에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헬리오시티는 2015년 10월 가락시영아파트를 허물고 HDC현대산업개발, 현대건설, 삼성물산 등 3개 건설사가 재건축을 시작해 3년 만에 완공을 앞둔 대단지 아파트다. 총 84개 동 9510가구(임대 1401가구)로 61㎡, 72㎡, 84㎡ 등 소형부터 107㎡, 110㎡ 등 중형과 126㎡, 140㎡, 194㎡ 등 대형까지 골고루 포진해 있다. 가히 ‘미니 신도시급’이라는 말이 나올 법한 규모다. 

현장 분위기를 파악하고자 7월 24일 헬리오시티를 찾았다. 고층 아파트가 남쪽을 향해 일렬로 줄맞춰 선 모습이 답답해 보이는 한편, 도색을 끝낸 새 아파트 단지의 위풍당당함도 느껴졌다. 동 간격이 좁다는 시중의 평가를 익히 들어 우려했으나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다. 물론 안쪽 동 저층의 경우 해가 잘 들지 않을 것 같았지만 바깥 동은 가락시장과 사이에 왕복 8차선 도로가 있어 시야가 탁 트였다. 특히 서울지하철 8호선 송파역과 인접한 동은 아파트 단지 코너에 자리하고 바로 옆 송파대로를 타면 잠실대교까지 쭉 나갈 수 있어 입지가 좋아 보였다.

강남권 9150가구 신규 물량, 초미의 관심사

길 건너편 송파역 1번 출구 부동산중개업소 밀집지역에 있는 G공인중개사무소의 대표에게 시세를 묻자 “전세 물량은 전용 84㎡ 6억~7억 원대, 전용 59㎡ 4억~5억 원대에 나와 있다. 전세가는 연말 입주가 시작되고 내년 상반기까지 더 떨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2년 뒤 전세 만기 시점에 2억 원 이상 오를 것을 감안하고 계약해야 한다”고 말했다. 

매매가도 덩달아 떨어질 수 있느냐고 묻자 그는 펄쩍 뛰며 “절대 아니다. 지금 전용 84㎡는 송파역과 멀리 떨어진 매물이 14억5000만 원, 송파역에 인접한 매물이 15억5000만 원에 나와 있는데 이것도 저렴한 편이다. 잠실동 잠실엘스와 리센츠는 전용 84㎡ 호가가 올해 초까지만 해도 17억 원까지 올랐다. 지은 지 10년 된 아파트 가격이 그 정도이니 신축인 헬리오시티는 그보다 오를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잠실엘스와 리센츠 등 한강변 아파트와 비교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인근 또 다른 공인중개사도 비슷한 말을 했다. H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앞으로 송파구에서는 헬리오시티가 대장주가 될 것이다. 잠실엘스와 리센츠는 10년 차가 넘어가기 때문에 노후화된 느낌이 있다. 반면 헬리오시티는 새 아파트 프리미엄이 10년은 갈 것으로 보인다. 생활 편의시설 부족을 우려하지만 매머드급 단지라 수영장, 사우나, 카페, 독서실 등 커뮤니티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어서 주변 상권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이유로 이미 신천동 파크리오 집값은 따라잡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규 대규모 단지의 전세가 하락은 매매가 하락을 어느 정도 동반한다는 사실은 부동산 전문가가 아니어도 학습효과를 통해 짐작할 수 있는 바다. 잠실동에 거주하는 40대 직장인 정모 씨는 “12월 헬리오시티 입주가 시작되고 두세 달쯤 지나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집주인들이 시세보다 싼값에 매물을 던질 것으로 보인다. 그때 적당한 매물을 잡아 가져갈 생각이다. 10년 전 잠실엘스와 리센츠 입주 시기에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졌다. 물론 전세가가 낮아 갭투자로 6억~7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 부담스럽지만 여차하면 들어가 살더라도 집값 상승기에는 분명 돈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헬리오시티발 강남권 집값 하락? 글쎄…

부동산 매수에 뜻이 있는 대기 수요는 헬리오시티 입주 이후 급매물이 쏟아질 것을 기대하지만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매물이 한꺼번에 풀리면 전세가는 떨어질 수 있으나 매매가 하락은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G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급매물은 분양을 받고 계약한 뒤 입주 시기에 세입자를 구해 막바지 잔금을 치르려는 이들이 내놓는 것이다. 총 9150가구 중 1550가구가 일반 분양분인데 이는 20% 수준으로 매매가 전체를 떨어뜨릴 정도는 아니다. 조합원 보유분이 6551가구로 이들은 잔금에 대한 부담이 없어 전세가가 낮다 해도 별로 타격이 없다. 나머지는 임대주택이라 사람들이 기대하는 정도로 급매물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주장은 헬리오시티 입주를 고려하는 전세 수요도 상당하다는 점에서 힘을 얻고 있다. 강남구 일원동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강모 씨는 “계속 오래된 집에 살다 보니 한번쯤 새 아파트에서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직장이 광화문인데 거리상으로 일원동이나 가락동이나 큰 차이가 없다. 내년 초 전세가가 좀 더 떨어지면 알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송파구와 붙어 있는 위례신도시와 강동구의 전세 수요가 헬리오시티로 몰릴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보면 6~7월 거래된 송파구 장지동 송파파인타운 전용 84.9㎡의 전세가는 5억5000만~5억6000만 원으로 헬리오시티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또 위례신도시는 내부를 관통하는 지하철이 없어 거주민이 불편함을 겪는 데다 최근 트램(노면전차) 사업도 무산될 위기에 놓여 헬리오시티 입주에 맞춰 떠나려는 이도 적잖다. 

전문가들도 헬리오시티 입주는 위례신도시와 강동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위례신도시와 강동구는 송파구와 비슷한 수요층으로 묶이기 때문에 전세 혹은 매매 수요가 몰릴 수 있다. 12월 말 헬리오시티 입주 시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전세가 하락이 이어지고 매매가도 소폭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강남·서초구를 포함한 서울 전역의 매매가 하락까지는 이끌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 팀장은 “정부가 여러 규제안을 내놓고 있지만 강남구와 서초구는 타격이 없는 모양새다. 또 송파구는 강남구에 인접해 있어도 같은 수요층으로 묶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헬리오시티 입주 여파가 강남구와 서초구까지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마찬가지로 생활권이 다른 강북 등 서울 시내 다른 지역의 매매가나 전세가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