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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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을 통제·활용하는 예술가들

  • 유진상 계원조형예술대 교수·미술이론

    입력2006-05-22 11: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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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을 통제·활용하는 예술가들
    예전부터 미술에는 다양한 우연성들이 존재했다. 이러한 우연성 때문에 합리적인 사람들은 미술이 어렵다거나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림을 그리면서 예측할 수 없는 효과와 사건들로 인해 숱한 실패를 겪은 사람들은 이 때문에 미술을 저주하기도 한다. 우연의 서구적 어원은 주사위에서 비롯된다. 아랍어에서 온 ‘hasard’나 라틴어의 ‘alea’가 여기에서 비롯됐다. 그런데 우연성이라는 말은 매우 다양한 의미를 갖는다.

    그림을 그리다가 우연히 놀린 붓이 가져온 뜻하지 않은 효과를 ‘우연의 일치(coincidence)’ ‘우발적 사고(accident)’ ‘우연적 사건(incident)’이라고 하고, 작가의 기분이나 상황에 따른 ‘임의성’ 혹은 ‘자의성(arbitrariness)’ 도 있으며, 시간의 경과에 따른 ‘예기치 못한 효과(unexpectedness)’ ‘예측 불가능성(unpredictable)’도 있다.

    여기에는 물론 ‘선택(choice)’과 ‘기회(chance)’가 존재한다. 전체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일어나는 우연을 ‘확률(statistic)’이나 ‘개연성(probability)’으로 표시하기도 하지만, 의도하지 않고 ‘거저 얻어진(gratuitous)’ 경우나 ‘재수가 좋은(fortunate)’ 경우도 있는 것이다. ‘그럴듯한(likely)’ 경우나 ‘그럴 수도 있는(plausible)’ 경우도 있고, ‘일어날 수도 있는(contingent)’ 효과들도 기다리고 있다.

    이것들은 대체로 통제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지만, 예술가들은 오랜 훈련을 통해 실패할 확률을 줄여나가거나 개념적으로 우연 자체를 활용하기도 한다. 예술은 우연에 대한 통제의 기술이면서 동시에 우연을 활용하는 기술이다. 현대미술에 ‘사태(event)’나 ‘발생(happening)’ 등의 용어가 사용되고, 이들을 ‘수행’ 혹은 ‘공연(perform)’하는 장르들이 생기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럽다. 기성제품을 차용하는 마르셸 뒤샹이나 뿌리기 회화로 유명한 잭슨 폴록(사진) 같은 예술가들이 인정받는 데는 이런 이유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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