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치아 상태를 진단하고 있는 하버디안치과 이규호 원장.
부동산 중개업자 김권호(71) 씨의 유일한 고민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치아였다. 환갑이 지나면서 치아가 급속도로 약해지기 시작해 레진으로 막아두었던 것이 빠지면서 주변의 치아가 삭아버리는 듯 부서지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어금니들마저 부서져버렸다. 모두 8개의 어금니가 부서졌다. 인공치아(임플란트)를 이식하면 된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났지만, 잇몸 수술할 생각을 하니 도무지 치료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치료 기간이 1년 정도 걸릴지 모른다는 의사의 설명에 번거로운 마음이 든 것도 사실이다.
일단 틀니부터 해 넣자고 한 것이 벌써 10년을 넘겨버렸다. 사용할 때마다 뺐다 끼었다 하는 과정이 귀찮고,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금세 잇몸이 부어 틀니를 사용할 수 없게 되는 불편을 겪을 때마다 처음부터 임플란트로 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후회가 들었다. 하지만 그런 말을 할 때마다 이제 너무 나이가 들어 임플란트 시술은 무리라는 주위의 만류로 포기하곤 했다.
그러던 중 김 씨는 자식들한테서 특별한 칠순 선물을 받았다. 바로 10년 전 포기한 임플란트 시술을 받게 된 것. 자식들의 손에 이끌려 찾은 곳은 서울 광화문의 랜드마크인 파이낸스빌딩 지하에 자리한 하버디안치과. 하버드 치대에서 보철 및 임플란트 분야로 박사 학위를 받고 수련의를 마친 뒤 현지에서 조교수로 활동한 경력이 있는 이 병원 이규호 원장의 소문을 들은 장남의 추천에 따른 것이었다.
김 씨의 치아 상태를 살펴본 이 원장은 임플란트 시술을 권했다. 그는 “70이 넘어도 임플란트 시술이 가능하냐”는 김 씨의 물음에 “최근엔 치과 기술이 발달해 잇몸에 칼을 대지 않고도 치아 이식이 가능하므로 치아와 잇몸 상태만 좋다면 나이에 상관없이 시술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진료대에 누운 지 30분쯤 지났을까. 치료가 끝났다는 말에 김 씨는 깜짝 놀라 일어났다. 통증도 없고 출혈도 없다는 이 원장의 설명대로였다. 그로부터 3개월 후 김 씨는 아무 고통 없이 8개의 임플란트 시술을 모두 마칠 수 있었다.
씹는 힘 생니의 80~90%
치아는 영구적이지 않다. 충치로 치아가 닳기도 하고, 나이가 들면서 칼슘이 빠져나가 부서지기도 한다. 또 사소한 충격이나 사고에도 쉽게 이가 부러지거나 뽑혀버리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치아 사이에 생긴 공간은 씹는 힘을 약하게 하여 식사에 불편을 주거나 영양 불균형을 초래하며, 제대로 씹지 않는 식습관을 불러 위장질환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빠진 치아 주변에 부담을 주어 주변의 치아를 약하게 하거나 잇몸 염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빠진 이가 밖으로 드러나는 부분이라면 무언가 모자란 사람처럼 우스꽝스러운 인상을 주게 된다는 점도 환자에겐 고민거리다.
이 같은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시술법이 바로 ‘인공치아 이식술’인 임플란트 시술법이다. 임플란트는 틀니와 달리 일단 시술한 뒤 뺐다 끼었다 하는 불편함 없이 원래의 치아처럼 사용할 수 있고, 밖으로 드러나는 이음줄이 없어 외관상 완벽하게 본래의 치아를 재현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사용하기 편한 만큼 기능도 뛰어나 생니의 80~90%만큼 씹는 힘을 낼 수 있다. 틀니가 본래 치아 기능의 10~20%밖에 발휘하지 못한다는 사실과 비교할 때 임플란트의 기능은 매우 우수한 것이다.
임플란트 시술에 쓰이는 임플란트 핸드피스(왼쪽). 하버디안치과 전경.
‘치료 중 통증 제로’에 도전한다는 무통 임플란트의 비결은 잇몸에 칼을 대지 않는 ‘무절개 시술법’에 있다. 일반적인 임플란트는 이뿌리를 대체하기 위한 보형물의 자리를 잡기 위해 칼로 잇몸을 째는 수술을 한다. 따라서 마취가 필요하고 출혈도 심하다. 입속은 상처가 빨리 아물지 않고 지혈이 어렵기 때문에 수술을 마친 뒤 한참 동안 솜을 물고 있어야 했고, 상처가 완전하게 아물기 전까지는 식사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체력과 면역력이 떨어지는 고령자나 당뇨병 환자에게 임플란트는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었다.
무절개 시술법은 이 같은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개발된 시술법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이 원장의 설명이다.
“먼저 인공치아를 삽입할 부위에 특수기계를 사용해 구멍을 뚫어준다. 치료 중 지혈작용을 해주는 레이저로 순식간에 구멍을 내므로 환자가 느끼는 감각은 말 그대로 한순간에 지나가버린다. 기존 방법에 비해 동통이 적고 환부가 눈에 띄게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다. 충치를 때울 때보다 마취약이 적게 들어 수술 뒤 깨어나는 시간이 그만큼 단축돼 일상생활 복귀가 쉽다.”
이규호 원장.
이 원장에 따르면 무통 임플란트 시술은 출혈이 거의 따르지 않아 시술 중 체력 소모가 거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한다. 이 원장은 “환자 중에는 치료가 끝난 줄 모르고 진료대에 계속 누워 있다 ‘벌써 끝났느냐’고 놀라는 분들이 많다. 치료시간이 짧아 직장인이나 장시간 치료를 견디지 못하는 노인들이 예전에 시술을 받은 지인의 소개로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누구나 무통 임플란트 시술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원 환자의 80% 정도가 무통 임플란트 적용 대상인데, 뼈엉성증(골다공증) 등으로 잇몸뼈가 삭아 뼈 이식이 필요한 경우나 치주염이 심해 잇몸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엔 무통 임플란트 시술이 어렵다는 것. 또한 임플란트 시술 중엔 금주와 금연이 필수인데, 만일 술·담배를 하게 되면 임플란트의 절반 정도가 흔들려 시술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시술 후 하루 이틀 정도는 사우나나 과도한 운동을 피하는 게 좋다. 치료 직후엔 염증을 막기 위해 환부에 냉찜질을 해야 하는데, 사우나를 할 경우 체온이 올라가고 혈류량이 늘어나면서 염증이 퍼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 원장이 전하는 주의사항이다.
임플란트는 지금까지 나온 치아 치료법 중 가장 완벽에 가까운 치료 기술로 알려져 있지만, 경제적 부담이 큰 것도 사실이다.
이 원장은 “만약 빠진 이가 많다면 어금니는 임플란트로, 앞니는 투키브리지로 하는 것이 경제적이다. 투키브리지는 시술이 간단하고 앞니의 경우 최대 4개까지 한꺼번에 끼워넣을 수 있어 임플란트에 비해 진료비가 4분의 1밖에 들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건강한 치아에 구멍을 뚫어 인공치아를 연결하는 시술법인 투키브리지는 임플란트와 비슷한 씹는 힘을 발휘할 수 있어 기능 면에서도 마찬가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구멍을 뚫는다는 말에 ‘자칫 치아가 약해지거나 뚫은 구멍에 이물질이 끼면 어떻게 하느냐’는 의문을 갖는 환자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는 기우다. 투키브리지 시술은 정교하게 이뤄져 이물질이 낄 만한 빈틈을 찾을 수 없고 치아 구조에도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 이 원장은 “다만 구멍을 뚫을 때 깊이나 각도에 따라 시술 성공 여부가 판가름 나기 때문에 숙련된 전문의에게 시술받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