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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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적반하장, 해도 너무한 것 아닙니까

  • 강지남 기자

    입력2006-01-23 10: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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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적반하장, 해도 너무한 것 아닙니까
    남북한 ‘맞고소 사태’가 벌어졌다. 2002년 북송된 비전향 장기수들이 남한에서의 감옥살이에 대한 손해배상으로 10억 달러를 요구하는 공동고소장을 보내온 게 발단이 됐다. 그러자 이재근 씨 등 납북됐다가 탈출한 4명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북한 노동당을 상대로 ‘30년간 강제노역을 당한 피해에 대해 1인당 1억 달러씩 총 4억 달러를 지급하라’는 고소장을 북한에 전달해달라고 통일부에 요청했다. 통일부는 적당한 시점에 고소장을 북한에 보내겠다는 방침이다.

    고소장이 북한에 전달된다 해도 실제로 재판이 열릴 가능성은 낮다. 북한이 대응할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 하지만 소송을 주도한 납북자가족모임 최성용(54) 대표는 “북한이 고소장을 받아들이든 거부하든 북한 반응을 지켜보고 싶다”고 말했다.

    “비전향 장기수들은 우리 체제를 전복하기 위해 침투했던 군인들 아닙니까. 그들은 우리 정부의 인도적 정책에 따라 고향으로 돌아간 사람들이에요. 반면 납북자들은 자기 뜻과 상관없이 북한으로 끌려가 고초를 당한 사람들입니다. 비전향 장기수들이 고소장을 보내왔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 화가 났어요.”

    통일부는 비전향 장기수들이 요구한 대로 고소장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전달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최 대표는 “그쪽 고소장과 우리 쪽 고소장을 모두 인권위에 보내 누가 더 큰 고통을 겪었는지 따져보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대표 또한 납북자 가족. 그의 부친은 1967년 풍복호 납북 때 끌려가 억류됐고, 인민재판에 넘겨져 총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납북자 송환운동에 열성이던 그의 어머니는 지난해 ‘아버지 유골을 찾아 합장해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92년부터 납북자 귀환운동에 뛰어든 그는 중국을 수도 없이 왔다갔다하며 탈북자를 도왔고, 이번에 소송을 제기한 4명의 납북자들을 탈북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는 “지금도 납북자들을 탈북시키기 위해 많은 애를 쓰고 있다”며 “올해도 성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테러 가능성 때문에 현재 국정원으로부터 24시간 신변보호를 받고 있기도 하다.

    최 대표의 염원 중 하나는 납북자가족진상규명특별법을 만드는 일. 2004년 정부는 인권위의 정책 권고를 받아들여 납북자 가족의 인권 침해 실태 조사와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등을 추진하기로 했으나 아직 구체적으로 진전된 것이 없다. 최 대표는 “북한뿐만 아니라 납북자와 납북자 가족을 등한시하는 정부에 대해서도 소송을 제기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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