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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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돌 앞에 흔들바위? 천만의 말씀

이창호 9단(백) : 이세돌 9단(흑)

  • 정용진/ 바둑평론가

    입력2006-01-23 09: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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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돌 앞에 흔들바위? 천만의 말씀
    2005년의 한국 바둑계 판도는 이창호, 이세돌, 최철한, 박영훈 신(新)사천왕의 각축장이었다. 이창호 일인독주시대에서 춘추전국시대로 돌입하는 길목이랄까. 뚜렷하게 앞서 나간 사람 없이 혼전을 벌인 양상이었지만 최우수기사(MVP) 상은 연초 농심신라면배 5연승과 연말 삼성화재배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이창호 9단에게 돌아갔다.

    2006년 벽두를 여는 최고의 대결은 동아일보가 주최하는 전통의 국수(國手)전이다. 이창호 9단이 국수전 도전자결정전에서 이세돌 9단의 돌풍을 확실히 잠재우고 다시 도전권을 거머쥐어 3년 연속 최철한 9단과 정면대결을 벌이게 된 것. 이창호 9단은 3년 전 신예 도전자 최철한 9단에게 국수를 빼앗겨 충격을 주더니 지난해 리턴매치에서는 3대 0으로 나가떨어졌다. 도대체 돌부처의 부동심이 최철한 앞에만 서면 흔들바위로 변하는 까닭이 뭘까. 이번 삼세번째 대결에서도 이창호 9단이 설욕을 못한다면 이창호 아성은 급격히 허물어질지도 모른다.

    바람의 파이터답게 이세돌 9단이 흑1로 파고들어 이하 11까지 백의 뿌리를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는 장면. 아래 백대마가 걸려들었다 생각하는 순간 느릿한 손길로 두어진 백12가 2006년을 훤하게 연 묘수 일착이었으니.

    흑 ▲ 에 백1은 흑2로 다음 A와 B를 맞보아 백이 지리멸렬이다. 그러나 백 가 있으면 사정이 180도 달라진다. 백6 다음 흑은 A로 따내야 하는데 백B면 아래 백대마까지 모두 살려올 수 있다. 신음을 토하던 이세돌 9단은 흑1 이하로 두었으나 백6까지 돌려친 뒤 8로 두어 ▲ 석 점을 잡아버리니 닭 쫓던 개 꼴이 되고 말았다. 190수 끝, 백 불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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