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원 환율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국책 경제연구기관인 KDI(한국개발연구원)와 한국은행, 대표적 민간경제연구소인 삼성경제연구소와 LG경제연구원이 내놓은 ‘2006년 경제 전망’ 보고서를 살펴보았다. 각기 다른 기관이 내놓은 자료지만 분야별 분석과 결론은 대동소이했다. 그렇더라도 구체적 수치에선 대체로 LG경제연구원-삼성경제연구소-한국은행-KDI 순으로 보수적 입장을 취했다. 아무래도 국책 연구원들의 예측치가 더 ‘희망적’인 셈이다.
세계경제, 이렇게 움직인다
성장세 이어지나 미국이 변수
2005년 세계경제는 고유가의 충격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했다. 올해도 완만한 상승세가 지속되리라는 것이 각 기관의 분석이다.
LG경제연구원 측은 “정보통신 분야 경기 회복과 일본 및 유럽 경제의 성장세에 힘입어 4.1% 정도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정책금리(통화정책의 목표가 되는 금리, 중앙은행이 이를 올리거나 내려 시중 통화량을 조절한다) 인상도 올 초면 마무리돼 세계경제의 건실한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았다.
한국은행도 “과거 평균치보다 높은 4% 정도에 달할 전망”이라고 발표했다. KDI 역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본다. 다만 삼성경제연구소 측은 “미국의 경기 후퇴와 중국 경기 둔화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보다 다소 낮은 성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고유가 행진 계속된다
올해 세계경제의 가장 큰 위협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국제유가 고공행진이다. KDI는 “올해 평균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51달러 내외를 기록할 것”으로 봤고, LG경제연구원은 “55달러 정도가 될 것”이라 예상했다. 한국은행 또한 “세계 원유 수요 증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생산 여력 불충분 등 현 수급 여건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정정 불안 및 기상 악화 시에는 추가 급등의 가능성도 존재한다”며 “고유가의 장기화를 상정한 미국·중국·일본 등 거대 에너지 소비국들이 비축유 확보, 광구 매입, 산유국에 대한 전방위 외교 등 자원 확보 경쟁에 적극 나설 경우 국가 간 마찰 가능성도 예상된다”고 밝혔다.
LG경제연구원은 “만일 유가가 연평균 60달러 후반에서 70달러대에 달할 경우 세계경제의 둔화를 유발하는 수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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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큰 폭의 원화 절상이 이루어지면서, 환율 불안정으로 인한 혼란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환율은 유가와 함께 2006년 우리 경제를 교란하는 주원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원인은 달러화 약세에 있다.
미국 경기가 둔화하고 금리 인상이 마무리됨에 따라 미국의 쌍둥이 적자(재정·무역 적자)가 다시 부각되고 있는 상황. 이렇게 되면 올 상반기 중에는 달러화가 약세로 전환될 수밖에 없다.
KDI는 “달러화 가치가 급락할 경우 일본 및 유로권 경제에 디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되고 수출이 위축되면서 경기회복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울러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상으로 인해 아시아권 수출 증가세 또한 둔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LG경제연구원에 의하면, 실제 주요 국제금융 기관들은 향후 1년간 위안화가 3~11% 절상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그렇게 되면 유럽, 일본도 뒤늦게 금리인상 대열에 동참해 이들 통화 역시 강세로 반전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리 경제, 이렇게 대응한다
성장률은 4.7~5%
각 연구소는 올해 우리 경제가 2005년(3.9%)보다 높은 4.7~5%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 예상했다. 특히 상반기 성장률이 두드러질 것이라 했는데, 이는 2005년 하반기 뚜렷해진 경기회복 기조가 2006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건설 투자는 여전히 부진하겠으나 민간소비의 경우 소득·고용 개선, 부채조정 진전, 주가 상승 등에 힘입어 회복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가계 거품 붕괴 후 처음으로 소비가 경제성장률을 웃도는 4.9%의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설비 투자에 대한 전망은 기관마다 달라, LG경제연구원 측은 “소폭 상승”을, 한국은행과 KDI는 “수출 증가, 소비 회복세 지속에 힘입은 확대”라는 상이한 결론을 내렸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설비투자가 전년 대비 6.5%의 완만한 회복세를 지속할 것”이란 긍정적 예측을 했다.
수출에 대해선 대체로 ‘2003년 이후 3년 연속 두 자릿수대의 높은 증가율’을 예측했다. 삼성경제연구소만이 “5대 주력 수출 품목 중 반도체와 선박은 호조세가 지속되나, 자동차·석유제품 등의 수출 증가율은 하락하고 컴퓨터는 부진해 한 자릿수 증가세에 그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아울러 4개 기관 모두 하반기에는 세계경제 성장세의 둔화, 중국 위안화 절상 등으로 상반기보다는 못한 실적을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한마디로 ‘상고하저(상반기는 고성장, 하반기는 저성장)’ 기조가 유지되리라는 전망이다. 한편 경상수지에 대해 KDI는 120억~130억 달러 흑자를 예상한 반면, 한국은행은 160억 달러, LG경제연구원은 올해와 같은 170억 달러를 예측했다.
물가는 2005년보다 조금 오를 것으로 보인다. 고유가가 지속되고 원화 절상 폭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까닭이다. 전기요금, 담뱃값 등의 인상도 예상돼 소비자물가는 2005년보다 0.2%포인트 오른 3.0% 수준이 유력하다. 삼성경제연구소의 경우는 “3.6%의 오름세를 보일 것”이란 조금 다른 전망을 내놓았다. “이렇게 될 경우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시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했다.
그렇다면 고용 사정은 어떨까. 수출보다 고용창출 효과가 더 높은 것이 서비스업. 내수 부문 회복으로 서비스업이 활성화되면서 취업자 수 또한 2005년보다 10만명가량 늘 것으로 보인다. 실업률 또한 2005년보다 0.2%포인트 낮은 3.6%가 예상된다. 그러나 일자리 창출이 산업별로는 사업·개인·공공 서비스업이란 특정 분야를 중심으로, 연령별로는 중·고령 근로자 위주로 이루어지면서 일자리 창출 폭은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 금리 상승 기조로 전환
국내 정책금리는 2005년 하반기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한두 차례에 걸쳐 0.25~ 0.50%포인트 수준의 추가 인상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물경기 회복세에 맞춰 정책금리를 끌어올릴 필요성이 제기될 것이기 때문”이란 게 LG경제연구원의 설명이다.
LG경제연구원 측은 “하지만 하반기 이후엔 콜금리(금융기관 상호 간의 극히 단기의 자금대차인 콜에 대한 이자율, 사실상 중앙은행이 통제)를 계속 인상하기는 어려울 것”이라 판단했다. 경제성장세가 다소 둔화되는 가운데 원화 강세, 유가 안정 등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그리 높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그 결과 시중 금리는 올 상반기까지 상승세가 지속돼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 기준으로 올해보다 연평균 1%포인트가량 높아질 것이라 예상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측도 올해 시장 금리가 상승 기조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2005년 하반기 이후 회복세에 들어선 국내 경기가 올 상반기에도 비슷한 추세를 이어갈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소비와 투자가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가계와 기업의 자금 수요 또한 확대될 것이라는 것.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이 국내 금리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리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삼성경제연구소 측은 또 “미국-한국 간 금리 차이는 그때그때 변수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나 대체로 크게 축소되거나 역전되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구소 | KDI | 한국은행 | 삼성경제연구소 | LG경제연구원 |
예상 성장률 | 5% | 초반 5% | 4% 후반 | 4.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