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트 투자 전문가 강환국 작가. [동아DB]
“갑자기 파스타 전문 식당을 열어야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런데 요리를 하나도 못한다면? 감대로 파스타를 만들기보다 일단 기존에 검증된 식당 레시피를 비슷하게 따라 하면 실패하지 않을 확률이 높을 겁니다. 퀀트 투자도 비슷해요. 투자업계에도 오랜 기간에 걸쳐 검증된 레시피가 굉장히 많습니다. 그런 레시피를 기계적으로 따라 하는 것이 퀀트 투자라고 볼 수 있어요. 자산을 4등분해 투자하는 영구 포트폴리오 전략 같은 것도 한 부분이죠.”
초보자용 퀀트 투자 책 출간
그는 전업 투자자이면서 유튜버이자 작가다.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12년간 다니다 퇴사해 ‘파이어족’이 됐다. 인터뷰한 8월 12일 명함을 교환했다. 명함 뒷면에는 저서 4권의 표지가 인쇄돼 있었다. 이 명함도 다음에 만날 때는 바뀌어 있을 것 같았다. 4월 파이어족 20인의 이야기를 다룬 ‘파이어 FIRE’를 낸 데 이어 9월에 다음 책을 낼 예정이기 때문. ‘무작정 따라하기’ 시리즈로 유명한 출판사에서 내는 책으로, 제목은 ‘퀀트 투자 무작정 따라하기’(길벗)다. 강 작가는 “퀀트 투자를 좀 더 쉽게 하도록 사진과 예시를 풍부하게 넣어서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다음 책을 구상하고 있다는 그에게 “책이 나오면 명함을 다시 뽑으셔야겠다”가 말하자 그는 “짝수 단위로 책을 냈을 때 명함을 새로 인쇄해야 하려나요”라며 웃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최근 외국으로 휴가를 길게 다녀온 걸로 압니다. 부럽더라고요.
“스페인 푸에르타벤투라 리조트에서 9박 10일 정도 놀다 독일로 이동해 비슷한 기간을 있으면서 친구들도 만나고 재밌게 놀았어요.”
평소 바쁜 걸 보면 여행지에서도 마냥 놀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작가로 불리다 보니 책을 안 쓸 수 없더라고요. 그래서 새 책을 쓰고 있었는데, 마무리가 덜 돼 자료를 가지고 가 바다를 보고 커피도 마시면서 마지막 페이지를 작성해 출판사에 넘겼습니다. 퀀트 투자가 어렵다는 분이 많아서 머리를 싸맨 끝에 초보자도 한 번 보면 이해할 수 있도록 썼습니다.”
기존 퀀트 투자 책과 이번 책은 어떤 점이 다른가요.
“퀀트 투자를 시작하려는 분들이 흔히 말하는 게 난도가 높다는 거예요. 그래서 이번 책은 ‘이런 것까지 설명해야 하나’라는 부분까지 ‘그래, 설명하자’는 생각으로 썼어요. 프로그램을 돌린 과정과 화면을 하나하나 캡처해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나오는 대로 따라 할 수 있게 만든 책이죠.”
투자 판단 도움 주는 계절성 분석
계절성 분석에 따르면 휴가철은 코스피가 강세인 경우가 많다. [GettyImages]
“올해도 그렇더라고요. 사실 그 이유는 지난해도 그렇고, 올해도 7월에 휴가를 갔기 때문인데요. 보통 7월은 코스피가 상당히 강세라 그렇게 말할 수 있어요. 올해와 지난해를 비롯해 대략 20여 년의 통계를 내보면 평균적으로 해당 월에 주가가 오르느냐, 내리느냐를 알 수 있어요.”
계절성 분석은 어떤 식으로 하는 건가요.
“월별 데이터와 일별 데이터를 전부 분석합니다. 최근 60년 동안 7월 1일에는 주가가 오를 확률이 어느 정도인지, 7월 2일에는 어떤지 분석하는 게 계절성 분석이고요. 그걸 해보면 7월 한 달 내내 전반적으로 주가가 상향한다는 걸 알 수 있어요.”
하반기 전망은 어떤가요.
“분석 결과에 따르면 8월 초에는 반짝 주가가 오르다 8월 20일까지는 미끄러지고 월말에 반등하는 패턴이 나왔는데요. 이번 8월은 그 패턴을 따른 것 같지 않아요. 지금이 8월 중순인데 계속 오르는 상태거든요. 계절성 분석은 매번 맞는 건 아니에요. 확실히 투자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유의미한 자료지만 절대적으로 ‘맞다’는 건 아님을 명심하세요.”
한국장과 미국장 흐름에 차이가 있나요.
“보통 한국장과 미국장 가리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 유의미한 패턴이 있습니다. 12월부터 4월까지는 주가가 많이 오르고, 5월부터 10월까지는 부진한 경향을 보인다는 점이죠. 미국의 경우 중간 선거가 있는 해에 수익이 좀 더 나쁘다는 걸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중간 선거가 있는 해의 5~10월 수익이 전반적으로 별로 안 좋았어요.”
숫자 2로 끝나는 해의 비밀
주식 백테스팅 툴 퀀터스에서 우수한 지표를 가진 기업을 추출해 투자에 참고할 수 있다. [동아DB]
“분석해보면 미국 중간 선거가 있는 해 4분기에 주가가 오를 확률은 80%가 넘어갑니다. 물론 나머지 확률을 배제할 수 없지만, 그래도 4분기에는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꽤 있습니다. 그리고 보통 2로 끝나는 해와 중간 선거가 맞물리는 해가 20년에 한 번씩 있는데, 그때 장기 저점이 형성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이때가 훌륭한 매집 포인트였죠. 1962년, 1982년, 2002년이 그랬는데, 올해 2022년도 그렇습니다.”
지금 이 시점에 강환국이라면 어떤 식으로 투자할 것 같나요.
“저는 퀀트 투자자라 어떤 분야를 살지, 특정 기업을 살지는 크게 고민하지 않아요. 그것보다 성장성이 좋거나 저평가된 기업, 어떤 우수한 지표를 가진 기업을 살 것인지를 주로 고민합니다. 경기가 좋든 나쁘든 저평가된 주식 중 성장률이 뛰어난 종목들을 추출해 투자할 때 참고하죠(자세한 퀀트 투자 시뮬레이션은 매거진동아 유튜브에서 확인할 수 있음).”
유튜브에서 “인간은 원숭이보다 투자를 못한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원숭이보다 투자를 잘하고 싶은 이들에게 조언을 해주세요.
“안타깝게도 머리를 쓸수록 투자 결과가 좋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앞서 시뮬레이션을 해본 것처럼 심플한 전략을 토대로 기계적으로 투자했을 때 주가지수를 이기는 건 물론이고, 직접 투자하는 것보다 수익이 높게 나온다는 걸 알 수 있는데요. 포인트는 두뇌를 써서 투자하면 수렁에 빠지기 쉽지만 간단하더라도 기계적으로 투자하면 그럴 확률이 적다는 겁니다. 두뇌가 지시하는 걸 혐오하고 반대로 가면 성공 확률이 높지만, 사람이 그러기는 쉽지 않죠. 투자라는 게임을 할 때는 최대한 자기 두뇌의 결정을 빼는 게 좋다고 봅니다.”
※매거진동아 유튜브 채널에서 퀀트 투자 전문가 강환국 씨의 인터뷰 영상을 시청할 수 있습니다.